[서울환경연합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다들 삽 들고 뭐 하는 거지?”
지난 주말. 성인남녀들부터 아이들까지, 앞다퉈 땅을 파기 시작한다. 옆에 놓여 있는 건 다름 아닌 묘목들이다. 바로 식목일 행사다.
그런데 이상할 법하다. 분명 지금은 3월이 맞는데, 여기저기서 식목일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유가 있다. 일명 ‘온난화 식목일’. 지구 온난화로 이제 4월 5일은 점점 나무 심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닌 날이 됐다. 식목일에 식목이 부적합한 슬픈 현실이다.
약 20년 전만 해도 식목일은 ‘공휴일’이었다. 그만큼 의미가 깊은 날이다.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데에 이어 이젠 나무 심기에도 부적합한, 말 그대로 의미 없이 명맥만 이어가는 날로 전락한 위기다.
이에 식목일의 취지를 살려 3월에 식목일 행사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나 환경단체 등이 늘고 있는 것. 식목일 취지에 맞게 날짜를 변경하자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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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이 처음 생겨났던 건 1946년. 요즘 4월 5일 평균 기온은그때와 비교해 2.3도 상승해 10.6도에 이른다.
3월부터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탓에, 4월에 나무를 심으면 양분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자라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나무를 심기 좋은 시기는 눈이 트기 전이나 뿌리가 자라기 시작했을 시기로, 4월이면 이미 꽃이 피고 있어 생육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등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나무심기 기간을 3월 중으로 앞당기고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검토되고 있으며, 특히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3월 21일) 등이 대안으로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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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에서도 식목일 변경이 심도 있게 논의된 적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행 유지로 반복 결론 났다. 국회에서도 다수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됐다.
이미 상당수 행사는 3월로 옮겨지고 있다. 작년 산림청에 따르면, 지자체와 관련기관 217곳 중 식목일 기념행사를 3월에 연다는 답이 54%를 차지했다. 식목일 당일에 행사는 여는 곳은 26.7%에 그쳤다.
지난 주말에도 전국 곳곳에서 식목일 행사가 열렸다. 특히, 올해는 식목일 80주년으로, 더 의미가 크다.
서울환경연합도 지난 22일 서울 노을공원에서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진행했다. 온난화 식목일은 지구의 온도상승으로 인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2010년부터 진행해 온 나무심기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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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들은 약 45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참여자들과 함께 지구에 편지쓰기 프로그램으로 ‘나무야 고마워’ 등 피켓도 만들었다.
서울환경연합 측은 “최근 이상고온, 한파, 폭염과 폭우 등 지구의 온도상승으로 인한 기후재난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탄소흡수원인 숲의 확대와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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