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크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 캡처
MBC 토크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 캡처
[뉴스엔 김명미 기자]
홍준표 시장과 유시민 작가가 약 2년 만에 '손석희의 질문들'을 통해 맞토론을 했다.
1월 29일 방송된 MBC 토크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서는 비상계엄 실패 이후 급변하는 정치 상황을 주제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작가의 토론이 펼쳐졌다. 홍준표 시장과 유시민 작가의 맞토론은 지난 2023년 '100분 토론' 1000회 특집 이후 처음. 이날 토론은 시의성을 살리고 편집에 대한 이견을 없애기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손석희는 "이제는 탄핵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 내란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만 남아 있다"며 "두 달 가까이 '계엄' '내란' 이런 단어 속에 살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두 분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런 질문을 화두 삼아 드리려고 한다. 일단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 조사 결과부터 전해드리고 토론에 들어가겠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8%의 응답자는 '이번 비상계엄은 위헌적인 중대 범죄'라고 답했고, 39%는 '합헌적인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답했다.
홍준표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처음 계엄했을 때는 45년 만의 계엄이다 보니 국민적 저항이 굉장히 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엄을 할 절박한 사정이 있었을까?'를 국민들이 생각하게 됐다"며 "하다 보니 29번의 탄핵이 있었고, 탄핵이라는 게 헌재에서 결정을 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그렇다 보니 자기를 수사한 검사도 탄핵해버리고, 자기를 유죄라고 한 판사도 탄핵하려 하고, 그렇다 보니 국회가 폭주하는 것 아닌가. 192명의 야당 연합이 폭주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이 보기에 '국회가 너무 폭주한다. 계엄 안 하고 견딜 수 있었겠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게 됐다"며 "저는 계엄을 잘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대적 상황에도 맞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계엄으로 하려 했다는 것에 대해 물론 잘못은 있겠지만, 그걸로 대통령을 구속하고 파면하려 하니 국민들이 '너무한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시민 작가는 "비상계엄은 위헌, 위법한 행위"라고 강조한 뒤 "국민들 사이에 의견이 다른 부분은 있겠지만 법원, 헌법재판소에서 법리적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 왜 위헌, 위법인지는 굳이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시민 작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처음에 홍 시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당 보수진영에서 이야기를 하니까. 많은 국민들이 '불가피했다. 오죽하면 그랬겠나' 생각하게끔 많이 노력을 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이 자리에서도 홍 시장님이 노력 중이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2월 국민의 힘이 압승한다는 여론조사가 한 달 내내 나왔다. 그때도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 지금의 여론조사도 그런 면이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훨씬 더 적극적 태도로 전화를 받을 수 있고, 더 심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 정도만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 '국민들이 이런 식의 헌법 파괴 행위조차 괜찮은 행위였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민주주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비상계엄은 내란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홍준표 시장은 "폭동은 살인, 방화를 저질러야 하는데 이번 내란을 봐라. 탱크를 동원해 관광서를 막았나? 그냥 군인들이 나와서 하는 시늉만 했고 2시간 만에 끝났다. 그건 폭동이 아니다. 폭동 행위 자체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내란죄가 안 된다. 단지 직권 남용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시민 작가는 "여기는 법정이 아니고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비평을 하는 자리다. 법원의 판단,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와 무관하게 시민으로서 제 견해를 말하겠다"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시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국회가 범죄자 소굴이 됐고 얘네가 국정을 마비시키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계엄을 발표했다'고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목표가 국회였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다. 계엄법에는 비상계엄이 합법적인 경우에도 불체포특권을 유지하도록 명시돼 있다. 헌법 위반은 너무나 명백하고 계엄법도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은 행정권을 가지고 있다. 행정권을 가진 사람이 국군 통수권과 경찰에 대한 지위권으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으니 내란이다. 제가 법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가 가진 법 상식에 비춰보면, 명백하게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밖에 없는 내란 행위가 성립한다는 게 제 관점"이라며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시장님이 입장을 바꿀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어떤 근거를 통해 판단할 때 시장님과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야 될 법적 요소가 있다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시장은 "대통령이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냐면 옛날에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10월 유신을 했다. 헌법을 정지시키고 나라 체제를 바꿨다. 그건 박정희 대통령이 내란을 도모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그런 경우라면 내란죄"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같은 경우는 다르다. 비상계엄은 헌법이 인정한 대통령의 비상 대권"이라며 "그게 적절했냐? 부적절했냐? 문제이지, 불법이냐? 아니냐?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때 손석희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 유신을 내란이라고 말씀한 거냐"고 물었고, 홍준표 시장은 "그건 내란죄다. 왜냐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헌법을 정지하고 국회를 해산했다. 당장 국회 앞에 탱크가 왔다. 전형적인 내란"이라고 답했다.
이에 유시민 작가는 "지금 (두 경우에) 차이가 없다. 똑같다. 박정희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학술적으로 친위쿠데타, 형법상으로 내란을 일으켰고, 독재 권력 구축에 성공했다. 성공한 내란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권좌에 있는 동안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처벌을 안 받았다. 반면 이 경우(윤석열 대통령)에는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해산할 근거를 찾기 위해 선관위를 침탈하고, 부정선거에 대한 음모론을 믿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시민들이 너무 일찍 와서 막아버리고, 국회의원들이 빨리 들어왔기 때문에 이걸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했기 때문에 처벌받은 것이다. 원래 내란범은 성공하면 처벌 안 받는다. 실패한 내란범만 처벌받는다.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한 내란범이라 처벌받지 않은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한 내란범이라 처벌받는 경우. 우리는 두 경우를 현대사에서 다 경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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