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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내가 사기꾼 같아요?” 드뷔시 달빛과 코인, 그리고 대치동[리뷰]

온카뱅크관리자

2025-01-10 16:08:23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영화 ‘폭락’, ‘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모티브 고(故) 송재림 유작…인물 심리 날카롭게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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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15일 개봉하는 영화 ‘폭락’에서 주인공 양도현을 연기한 고(故) 송재림 배우의 모습[무암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0/ned/20250110160828521gquk.jpg" data-org-width="1000" dmcf-mid="7KI8BcbYU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0/ned/20250110160828521gqu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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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개봉하는 영화 ‘폭락’에서 주인공 양도현을 연기한 고(故) 송재림 배우의 모습[무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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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고(故) 송재림 배우가 연기한 도현의 눈동자에 푸른 달이 비치며 드뷔시의 달빛이 울려퍼진다. 누가 봐도 ‘루나(LUNA) 코인’임을 알 수 있는 장치다. 스스로 루나코인 사기 피해자임을 밝힌 현해리 감독은 이 영화의 모티브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폭락’은 주인공 안도현의 일대기를 그린다. 얼마 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뒤 미국에 인도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을 모티브로 한 허구의 이야기다.
 현 감독은 최근 언론배급시사회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대치동 출신으로 외고를 나와 스탠포드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스타트업 투자를 받고, 갑작스럽게 가상화폐를 만든 주인공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본 것이 지금의 ‘폭락’”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양도현은 실존 인물인 권도형과 달리 대치동에 위장전입하고, 실제로는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통학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청년창업지원금을 타는 최적의 사업제안서를 꾸미는 방법을 간파하고 여러 번 고의 폐업을 통해 수 억원의 눈먼 돈을 취하는, 거짓된 인물이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영화는 주요 내용이 도현의 일대기인만큼, 어쩌다 이 인물이 리플리증후군에 버금가는 거짓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는지 아동기부터 서사를 쌓아간다.
 도현이 대치동으로 무리하게 위장전입을 하게 된 계기는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무당집에서 도현과 어머니 박옥자(소희정 분)는 굿을 하는데, 그때 무당은 모자를 향해 “도현이 일확천금을 쫓다 망한 아버지의 운명을 따를 기미가 보인다. 이런 애는 공부라도 시켜야 한다”고 점지한다. 결론까지 다 보고 난 뒤엔 ‘과연 이 무당이 용하기나 한 것인가’ 되물을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고3 도현이 대치동에서 비밀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1시. 버스 안에서 깜빡 잠이 들어 종점까지 갔다 걸어오면 새벽 3시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크게 위축되거나 힘에 부쳐하지는 않는다. 도현에게 유일한 눈엣가시가 있다면 뇌성마비 장애인인데도 성적이 상위권을 유지하는데다 학교의 해외 장학프로그램까지 독차지하는 한 친구다. 이 친구는 매번 학원 엘리베이터에 휠체어를 무대포처럼 밀고 들어와 먼저 탄 도현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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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무암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0/ned/20250110160829138eibh.jpg" data-org-width="1000" dmcf-mid="zQhPKE9Hz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0/ned/20250110160829138eibh.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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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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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다못한 도현이 어느날 “야, 장애가 벼슬이냐?”고 비아냥거린다. 이날따라 운이 좋게도 무게초과로 내리지 않아 엘리베이터엔 둘 다 탈 수 있었다. 7, 6, 5, 4…도현이 숫자를 눈으로 세고 있을 때 공포 영화같은 반전이 일어난다. 걷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줄 알았던 장애인 친구가 휠체어에서 스르르 일어나더니, 너무나 오랫동안 말을 안해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기대에…부응해야지…”라는 소름끼치는 한 마디를 남긴다. 도현이 더욱 얼이 빠진 것은 오늘도 하굣길에 데리러 온 그 친구의 아버지도 태연하게 정해진 연극을 한다는 점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정말 장애인인양 부축해 벤츠 세단 뒷자석에 태웠다.
 이날 집에 돌아온 도현은 이전에 한 번도 보인적 없던 패잔병의 모습이다. 간호조무사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엄마 옥자에게 “엄마는 나한테 기대하는 것 없느냐?”고 묻는다. 옥자는 “없어. 아무것도 없어”라며 부디 아들이 아빠만은 닮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답변이 오히려 ‘트리거’가 될 줄은 몰랐다. 이 다음날부터 도현은, ‘목표는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소시오패스로 변하기 때문이다.
 현 감독은 “엄마가 자신에게 ‘기대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 도현은 가족(엄마)을 떠나고 싶었을 것 같았다”며 “그건 ‘기대 없이 사는 순간 여기서 (인생이)끝이다’라고 생각해서다”라며 ‘기대없음’이 되려 트리거가 된 이유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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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난 6일 영화 ‘폭락’의 언론배급시사 직후 열린 인터뷰에서 차정원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무암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0/ned/20250110160829516uhll.jpg" data-org-width="1280" dmcf-mid="qTeZvfTNU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0/ned/20250110160829516uhll.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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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영화 ‘폭락’의 언론배급시사 직후 열린 인터뷰에서 차정원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무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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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벌하게 각성한 도현은 서울의 명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다. 대치동 출신이라는 타이틀 덕에 겉멋이 든 경영학과 창업동아리에서도 도현의 인맥 덕을 보고자 그를 앞다퉈 영입한다. 도현은 비상한 머리를 써 동아리 경진 선배(차정원 분)의 창업지원금 부정수급을 분식회계를 통해 예쁘게 수습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극중 도현의 대학생활을 묘사한 장면들은 어딘가 어설프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경진 선배가 프랑스에서 지원금으로 흥청망청 쓴 명품 쇼핑 내역을 여성 리더 포럼에 참석한 것처럼 꾸미면서 도현의 머릿속 상상을 그대로 화면으로 구현하는 부분은 ‘오글거린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1차원적이다.
 현 감독이 도현을 진공 상태에서 스스로 발현한 빌런이 아니라 그를 이용해 한 밑천 잡으려는 탐욕스러운 어른들이 있었음을 여러 번 상기시켰기에 작품 전체적으로는 다층적인 면모를 보인다. 때문에 더욱 ‘옥의 티’같은 몇몇 장면 연출이 아쉽게 느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테헤란로에서 개인 사무실을 차린 청년 사업가 도현은 와튼스쿨을 나온 유학파 사업가 케빈(민성욱 분)과 손잡고 ‘마미(MOMMY) 코인’을 론칭한다. 그 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내용과 비슷하거나 혹은 다르게 흘러간다.
 도현이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라 “나는 사업가예요”라고 항변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현 감독은 “제가 권도형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도 “다만 본인이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계속해서 멈출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수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내가 사기를 쳤다라는 인물보다는 마지막에 자기는 사업을 했다고 굳게 믿는 그 대사를 통해, 관객들을 향해 과연 이 사태는 한 사람의 잘못인지, 시스템 전체가 공범이었는지를 묻고자 했다”고 밝혔다.
 양도현을 고등학생 시절부터 끝까지 연기해 낸 송재림은 그의 날카로운 눈매를 활용해 점점 더 탐욕의 수렁으로 빠지는 인물을 몰입감 있게 표현해냈다. 이날 현 감독을 비롯해 고 송재림 배우와 호흡을 맞췄던 동료 배우들은 “송 배우가 이 영화가 나온 것을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눈물 흘렸다. 차정원은 “외모가 차가워보인다는 오해가 있었지만 그는 따뜻하고 재치넘치는 좋은 배우였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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