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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2만 번 찬 김유진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2
2024-08-09 18:30:00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하는데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꼭 먹어야죠. 시원한 맥주도 함께요.”<br><br>8일(현지 시각) 여자 태권도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유진(24)은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183cm의 큰 키로 57kg급에서 뛰는 만큼 감량은 매번 고통스럽다. 그는 “파리 올림픽을 위해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했지만, 무엇보다 훈련량이 많아 자연스럽게 체중 조절이 됐다”고 했다.<br><br>어렵게 계체량을 통과했지만, 이날 김유진은 매트 위를 날아다니며 상위 랭커들을 차례로 제압했다. 본격적인 태권도 선수의 길로 들어선 이후로 이날이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고 한다. 김유진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을 할 때 몸이 정말 좋아서 오늘 일을 낼 것 같았다”며 “어제 금메달을 딴 박태준(남자 58kg급)이 아침에 훈련 파트너가 되어 줬는데 태준이가 ‘누나, 올림픽 별거 아니더라. 긴장 안 해도 돼’라고 해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br><br>여자 57kg급에선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나온 금메달. 도쿄 올림픽에서 ‘노 골드(은 1 동 2)’ 수모를 당했던 한국 태권도는 첫날 박태준에 이어 김유진도 정상에 오르며 벌써 금메달 2개를 수확,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우승 후 도복 태극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한 김유진은 “우리 태극기가 멋있어서 뽐내고 싶었다”고 했다.<br><br>이날 비록 세계 랭킹 24위로 올림픽 무대에 섰지만, 김유진은 자신이 있었다. “매일 지옥길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인 그 시간을 믿었기 때문이다. 보통 훈련을 하면 2시간 동안 1만 회 이상 발차기를 하는데 하루에 세 차례, 3만 번 이상을 찬 날도 많았다고 한다.<br><br>세계 1위 중국 뤄쭝스와 벌인 4강전이 가장 큰 고비였다. 1라운드를 7-0으로 쉽게 따낸 그는 2라운드를 1-7로 힘없이 내주며 역전패 위기에 몰렸다. 그때 그동안 훈련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힘든 훈련을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진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악착같이 발을 차고, 또 찼어요.” 김유진은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며 뤄쭝스를 10-3으로 눌러 결승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br><br>김유진은 사실 파리로 오는 길이 더 험난했다. 오랜 시간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 포인트를 충족하지 못한 그는 국내 선발전을 치러야 했다. 한국 여자 엘리트 선수들이 대거 몰려 있는 체급이라 치열한 경쟁을 거쳐 1위를 한 김유진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대륙 선발전에서 2위 안에 들면서 가까스로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br><br>김유진은 “태권도 레전드인 이대훈 코치님에게 ‘올림픽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 코치님이 ‘국내 선발전과 대륙 선발전이란 큰 부담을 두 번 이겨냈으니 올림픽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큰 도움이 됐다”며 “부담도 됐지만 하면 할수록 태권도가 느는 게 느껴져 올림픽이 다가오는 게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자신감이 금메달을 불렀다.<br><br>김유진은 별명이 ‘빨대’다. 키가 크고 말랐기 때문. 57kg급의 183cm는 장신 선수가 많은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신장(身長)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긴 다리로 얼굴을 찍어누르는 공격으로 상대를 잇달아 제압했다. 거리를 두고 펼치는 공격도 일품이지만, 뤄쭝스와 4강전에선 접근전에서 다리를 높이 쭉 올려 얼굴을 가격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체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유산소 훈련에 매진한 효과를 봤다. 김유진은 “상대가 늘 먼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를 편안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br><br>김유진은 8살 때 할머니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도장에 데리고 가면서 태권도와 처음 만났다. 금메달을 따고 지금 가장 떠오르는 사람을 묻자 곧바로 “할머니”라고 대답한 김유진은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태권도 시켜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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