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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아일랜드 골프의 정수 '밸리부니언 골프클럽'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32
2024-07-10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10/0000044631_001_20240710040009191.gif" alt="" /><em class="img_desc">아일랜드 서해안의 밸리부니언 골프클럽 전경. photo Ballybunion CC</em></span></div><br><br>대서양의 파도와 바람이 처음 육지를 만나는 곳이 아일랜드 서해안이다. 유럽을 기준으로 보면 스페인 서해안의 카나리해류가 북적도해류가 되고, 카리브해류와 플로리다해류가 된 후에 대서양을 건너 아일랜드 서해안에 도착한다. 바람도 같은 시계방향으로 분다. 카리브와 플로리다 해류와 바람은 대서양을 건너면서 점점 온기를 잃지만 따뜻함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 그리하여 아일랜드는 높은 위도에도 불구하고 겨울에도 얼지 않고 연중 기온차가 크지 않다.<br><br>그러나 대서양을 달려온 파도와 바람은 매섭다. 세찬 파도가 모래를 미세하게 만들었다. 밸리부니언 골프코스 벙커에는 모래를 고르기 위해 갈퀴가 아니라 부드러운 솔이 놓여 있다. 모래가 부드럽기 때문에 긁는 것보다 쓸어내는 방식으로 모래를 정리한다. 강한 바람은 높은 모래언덕을 만들었다. 둔베그의 웅장한 모래언덕과 라힌치의 봉긋한 모래언덕은 아일랜드 서해안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다.<br><br>대서양에서 만들어진 구름은 아일랜드 육지에 비로 내린다. 아일랜드 강수량은 영국이나 프랑스 서해안의 강수량보다 훨씬 많다. 비가 한 번에 심하게 오지 않고, 적은 비가 자주 내린다. 잦은 비는 모래에서 소금기를 빼내 잔디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고, 여름에도 골프코스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킨다.<br><br>아일랜드 서해안에는 아름다운 코스가 많다. 세계 100대 골프코스인 라힌치, 밸리부니언, 둔베그, 트랄리가 모두 가까이 모여 있다. 세계적 골프코스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영국과 아일랜드에 여러 곳이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에든버러 동쪽의 굴레인, 스코틀랜드 서해안의 트룬, 잉글랜드 리버풀, 잉글랜드 도버, 아일랜드 더블린, 북아일랜드 북동해안 등이 있다.<br><br>모든 지역이 선망의 대상이지만, 어느 곳도 아일랜드 서해안 같지는 않다. 모두 분명한 최상위 코스가 있고, 그에 버금가는 코스가 있으며, 최고를 보조하는 코스가 있다. 대등하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우열이 존재한다. 골퍼마다 최고로 생각하는 코스가 제각각인 곳은 아일랜드 서해안 지역뿐이다. 동반자가 네 명이라면 한 명은 라힌치에서 가장 감명을 받고, 다른 한 명은 트랄리에 매료되고, 다룬 한 명은 둔베그에서 압도당하며, 마지막 한 명은 밸리부니언에서 감격에 젖는다.<br><br>음식을 먹을 때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먹을지, 나중에 먹을지 고민할 때가 있다. 파리 여행을 하다 보면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먼저 볼지 나중에 볼지 고민할 때가 있다. 스코틀랜드 서해안이나 동해안, 잉글랜드 서해안이나 남동해안, 아일랜드 동해안이나 북아일랜드 북동해안으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면, 골퍼는 모나리자 관람 시점을 고민하게 된다. 여행 중에는 감흥의 피크를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서해안이라면 그런 고민은 필요하지 않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최고의 감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10/0000044631_002_20240710040009217.gif" alt="" /><em class="img_desc">밸리부니언 골프클럽을 찾는 골퍼들 중에는 대서양을 건너오는 미국 유명인들이 많다. photo 윤영호</em></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10/0000044631_003_20240710040009364.gif" alt="" /><em class="img_desc">밸리부니언 골프크럽이 위치한 아일랜드 서해안에는 세계 100대 골프코스들이 몰려 있다. photo Ballybunion CC</em></span></div><br><br><strong>아일랜드 서해안은 최고의 골프 순례지</strong><br><br>우리는 아일랜드 서해안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면 12시간 만에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하고, 히드로에서 아일랜드 서해안의 샤논공항까지 1시간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샤논이라는 이름은 아일랜드 서해안을 낯설게 느끼게 하지만, 샤논은 생각만큼 작은 시골 공항이 아니다. 예부터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많은 비행기가 샤논을 중간 기착지로 삼았기 때문에 샤논공항은 대형 비행기가 편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환승 공항으로도 널리 이용되는 샤논은 세계 최초로 면세점을 운영한 공항이다.<br><br>샤논에서 차를 렌트하고 밸리부니언으로 향하다 보면, 안전벨트 조임에 적응하기도 전에 2027년 라이더컵이 개최되는 아데어매너(Adare Manner) 골프클럽을 지나게 된다. 어거스타내셔널을 추종하는 아일랜드 최고의 파크랜드 골프코스지만, 링크스를 찾아 떠나는 골프 순례자를 잡아 세우지는 못한다. 순수한 링크스를 위한 갈망 앞에 라이더컵의 명성조차 충분한 유혹이 되지 못한다. 기회가 된다면 2027년에 이곳을 다시 찾으면 된다.<br><br>느지막이 밸리부니언 골프코스가 보이는 작은 숙박시설에 도착했다. '19홀 롯지'라는 숙소 로비와 복도에는 정치인, 골퍼, 연예인 방문 기록이 많았다. 숙소의 주인 할머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인사들은 왜 골프를 치기 위해서 대서양 건너편의 밸리부니언에 모여들까?<br><br>다음날 아침 일찍 밸리부니언 골프클럽의 프로인 브라이언 오캘러건을 만났다. 클럽하우스는 현대적이었고 미국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풍겼다.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바빠 보이는 그는 만나자마자 "지난주에 타이거 우즈 킬러가 다녀갔어요"라고 말했다. "누구라고요?"라는 질문에 "한국의 양용은 선수가 다녀갔어요"라고 답해 주었다. "밸리부니언을 왜 많은 사람이 찾으며, 밸리부니언은 왜 특별한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답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얻어 보세요. 답을 얻는다면 나에게도 말해주세요." 그의 대답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 필자는 인근 골프코스인 라힌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골프코스 중 한 곳이 라힌치입니다. 라힌치에서 저는 자연의 관능미와 역사의 비장미를 느껴요. 밸리부니언은 라힌치와 무엇이 다를까요?" 한참을 생각한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밸리부니언은 더 순수하죠. 밸리부니언은 가장 순수하죠.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링크스 코스죠."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러한 질문에는 보통 '사방에서 바다가 보인다' '누군가가 설계에 깊이 관여했다' '코스 레이아웃이 좋다' '역사적인 의미가 더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조금 막연하게 '가장 순수하다'라는 단어를 들고나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을 느낄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순전히 골퍼의 몫이 되어 버렸다.<br><br>밸리부니언 1번 홀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른쪽에 공동묘지가 있는 것을 빼면 오히려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편에 가까웠다. 잭 니클라우스도 빌 클린턴도 슬라이스를 내서 공동묘지로 공을 보냈다. 빌 클린턴은 모두의 예상대로 멀리건을 썼다. 그 말을 듣고 슬라이스가 나지 않도록 주의했지만, 일행 중 세 명이 슬라이스를 내서 공을 공동묘지로 보내고 말았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10/0000044631_004_20240710040009577.gif" alt="" /><em class="img_desc">밸리부니언 골프클럽은 높은 모래언덕과 부드러운 모래로 명성이 높다. photo Ballybunion CC</em></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10/0000044631_005_20240710040009726.gif" alt="" /><em class="img_desc">밸리부니언 골프클럽은 아름다움과 재미가 홀을 지날수록 깊어진다. photo 윤영호</em></span></div><br><br><strong>홀을 거듭할수록 상승하는 순수한 만족감</strong><br><br>초반부 홀은 좋은 코스를 섭렵한 우리 일행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골프코스를 인생이나 사람에 비유한다. 골프코스가 아무리 좋아도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모두 좋을 수는 없다. 세계 최고의 골프코스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설계된 파크랜드 코스라면 드물게 그럴 수도 있지만, 자연적인 링크스 코스에 그런 것은 없다. 세계 최고의 링크스 코스인 로열 도녹도 1번과 2번 홀은 밋밋하다. 2번 홀 퍼팅 그린을 돌아 3번 홀 티샷박스에 서면 탄성이 나온다. 골퍼 앞에 링크스 코스의 진수가 펼쳐진다. 그것을 보고 한 미국 작가는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라고 탄성을 자아냈다.<br><br>우리의 인간관계가 골프코스와 같을 때가 있다. 1번 홀과 2번 홀까지만을 피상적으로 보고, 서둘러 판단을 내린다. '별것이 없다' '뻔하다' '여기까지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뻔한 1번 홀과 2번 홀만 계속 반복한다.<br><br>밸리부니언의 경우 4번 홀, 심지어 5번 홀까지 그렇다. 4번과 5번 홀의 페어웨이가 가정 집과 가까워서 전화벨 소리가 들리고, 심지어 통화 내용까지 들릴 정도라는 것이 놀랍다면 놀라운 정도였다. 이쯤되면 라힌치가 그리워진다. 라힌치는 밋밋한 1번 홀과 2번 홀을 지나 3번 홀에서 감흥이 고조되기 시작하여 4번 홀과 5번 홀에서 이미 한 번의 격정을 불태우고, 6번, 7번, 8번 홀에서 다시 황홀경에 도달한다.<br><br>밸리부니언은 6번 홀에서부터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하여 아름다움과 재미가 홀을 지날수록 깊어진다. 시그너처 홀로 알려진 11번 홀에서 골퍼는 피크를 예상하여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만족감은 홀을 거듭할수록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이 상승한다. 16번 홀에서 최고의 피크에 도달하지만, 17번 홀과 18번 홀에서도 감정은 진정되지 않는다. 마지막 홀이 평범하다면 미련이 덜 남아 오히려 좋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br><br>강한 파도는 이곳에 고운 모래를 만들었고, 거센 바람은 높은 굴곡의 모래언덕을 만들었으며, 잦은 비는 깨끗한 잔디의 생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들은 초반부에 좋은 카드를 내어 골퍼를 현혹하지 않고 묵묵히 참고 전진하여 골퍼를 만족시킨다.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사람은 드물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진국인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은 순수한 사람이다. 그것이 브라이언이 말한 '밸리부니언은 가장 순수한 코스다'라는 말의 의미일까?<br><br>톰 왓슨은 "밸리부니언에서 플레이하고 나면, 사람들은 골프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밸리부니언의 골프가 순수하기 때문이다. 대서양의 파도, 바람과 비가 과장 없이 군더더기 없이 골프코스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골퍼가 대서양 반대편을 멀다 하지 않고, 밸리부니언으로 모이는 이유는 이곳이 대서양의 순수함을 가장 잘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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