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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육아하는 아빠 과학자]⑤ 육아휴직으로 무기력함 이겨낸 삼성 연구원 "철저한 계획 필요"

온카뱅크관리자

2024-05-30 15: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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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공정 설계 부문 책임연구원.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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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편집자 주&gt;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느는 추세지만 현장 경험과 연구 지속성이 과학자에게 중요한 만큼 자녀를 위해 연구를 멈추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구의 꽃을 피워야 하는 시기인 30, 40대 아빠 과학자에게 육아휴직은 어려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도 예외여서는 안됩니다. 장기적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해야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동아사이언스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육아휴직, 단축근무 등 육아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남성 과학자가 겪는 현실 육아, 필요한 육아지원 제도, 아빠가 되면서 달라진 삶과 일에 대한 태도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들여다 봅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육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합리적,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기를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제 역할은 무엇일까요? '돈 버는 역할'만 있다면 퇴직하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아내에게 배우자로서, 딸에겐 아빠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입사 20년이 훌쩍 넘어가던 2022년 김태형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공정 설계 부문 책임연구원이 육아휴직 1년을 신청하며 했던 생각이다. 철처한 계획만 있다면 아빠 과학자들에게 육아휴직을 강력 추천한다는 김 연구원을 경기 화성시 모처에서 만났다. 
 김 연구원의 자녀는 2020년에 태어났다. 임신 기간부터 신생아 시절 육아 시기는 '초보 부모'인 부부에게 녹록지 않았다. 수학 과외 교사였던 아내는 경력 단절이 될까 노심초사했고 모유 수유, 잠 재우기 등 육아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육아의 어려움으로 급기야 김 연구원에게 경미한 우울증도 생겼다. 김 연구원은 "무기력함이 심했는데 자녀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걱정됐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나를 돌보는 일이 가족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녀가 18개월이 됐을 때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일을 쉬면서 가족에 집중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육아로 인해 일을 쉬게 된 아내에게 힘이 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자녀의 어린 시절을 선명하게 머릿속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남자직원 100명 중 육아휴직을 쓰는 직원이 1~2명에 불과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오래 일하려면 지금 일을 잠시 쉬어야 해'라고 생각했다. 
 '계획형'인 김 연구원은 무작정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 철저하게 자금 계획을 세웠다. "1년 연봉을 준비했어요. 1년 휴직기간에 맞췄습니다. 저축액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변액보험, 연금, 적금 등을 해지했습니다. 휴직 급여와 변수를 대비한 비용까지 고려해 자금 계획을 세웠어요. 그러고 나니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갈 수 있었어요."
 김 연구원은 "아빠들은 주변에 육아휴직 경험 있는 아빠가 적은 만큼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자금 계획과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허송세월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휴직 중 복직을 위해서 직장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는 1년이면 특정 기술을 개발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판가름이 난다"면서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반도체 정보는 기밀이기 때문에 집에서 기사나 논문을 들여다본다고 배울 수 없어 동료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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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왼쪽부터 김 연구원과 그의 자녀. 김 연구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5/30/dongascience/20240530154620162qwwi.jpg" data-org-width="680" dmcf-mid="6RdJal0CG1"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30/dongascience/20240530154620162qwwi.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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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 연구원과 그의 자녀. 김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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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한 계획을 바탕으로 한 육아휴직은 김 연구원에게 가족과 일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심어줬다. "자녀와 놀이공원, 민속촌, 박물관, 섬 등 거의 매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억을 남겼다"면서 "유튜브에 자녀와 함께 보낸 하루를 담은 영상을 올리는 일이 제 삶의 낙이 됐다"고 말했다. 휴직 기간 동안 앞만 보고 달리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물론 복직 후 바로 일에 적응하진 못했다. 김 연구원은 제품이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낼 수 있는 반도체 공정을 계획하는 일을 한다. 다양한 공정을 시도해보며 공정을 계획하는데 휴직 기간 중 어떤 공정이 이뤄졌고 실패했는지 등 '히스토리'를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질문'으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제가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른바 MZ세대 사원들이 늘어나며 회사 분위기도 바뀌었더라고요. 일과 조직 문화에 빨리 적응하고 싶어 후배, 선배와 모임을 계속 만들며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김 연구원은 적응 문제는 육아휴직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서나 회사를 옮길 때도 누구나 마찬가지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육아휴직을 해서 적응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육아휴직자에 대해 편견이 따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휴직자를 위한 회사의 도움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6개월 이상 휴직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복귀 6개월 이내에 6일 간의 휴가를 부여한다. 김 연구원은 갑자기 자녀가 아플 때 이 휴가를 이용해 돌보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삼성전자는 휴직자에게 마음 건강에 관한 재택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날도 제공한다. 휴직자는 복지포인트, 성과급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복지제도를 휴직 기간에도 누릴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휴직자 적응을 위해 회사가 노력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만 바뀐 조직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팁 같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이 적응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복직 후 동료들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복직하고 나니 회사에서 50명 중 1, 2명이 남성 육아휴직자였을 정도로 육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었다. 동료들이 김 연구원에게 "우리 남편과 다르게 육아휴직을 쓰다니 대단하다", "좋은 남편이네" 등 응원해주는 말을 건넬 때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졌다. "김 연구원이 휴직한 동안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복직해서 너무 든든해요"라는 말을 한 글자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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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김 연구원의 가족. 김 연구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5/30/dongascience/20240530154621366kbfi.jpg" data-org-width="680" dmcf-mid="PBT4MEYcZ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30/dongascience/20240530154621366kbfi.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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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연구원의 가족. 김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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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김 연구원은 복직 뒤 1년 가량 일을 한 뒤, 다시 1년 육아휴직에 돌입한 상태다. 아내가 복직을 했기 때문이다. 2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 이번이 마지막이다. "동료들의 지지로 한 번 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1년만 가족에 더 집중해 보고 일을 이어서 할 계획입니다."
 이하 김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김 연구원의 육아휴직이 회사에 끼친 영향은?
 "당연히 아빠육아휴직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남성 직원들이 휴직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 회사에서 자신 있게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이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Q. 복직할 때 자녀가 아빠를 찾진 않았나.
 "많이 찾았다. 눈 뜨면 아빠가 있었는데, 거의 주말에 밖에 아빠를 보지 못하지 않나. 자녀가 내가 출근할 때마다 울었다. 그때마다 '너와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을 가려면 아빠가 꼭 회사를 가야해. 주말에 꼭 우리 놀자'라고 토닥였다. 자녀가 나를 잘 이해해주었던 것 같아서 무척 고마웠다."
 Q. 김 연구원의 휴직으로 아내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나.
 "지금 수학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쉬게 됐을 때는 아내가 무척 속상해 했다. 자존감도 떨어지곤 했다. 휴직 기간 동안 함께 자녀를 기르며 아내도 여유롭게 복직을 준비할 수 있었다. 현재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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