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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돼지가 왕을 먹어 치웠다”…기이한 사건 하나가 만든 역설 [사색(史色)]

온카뱅크관리자

2024-04-13 08:24:56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B4D8zi8tdY">
          <p dmcf-pid="bxOM9aMUeW" dmcf-ptype="general">[사색-64] 젊은 왕이 저잣거리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국민의 삶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농사는 잘되는지, 시장은 활발한지, 굶어 죽는 이는 없는지. 시민들도 그의 뜻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민중을 살피는 그의 심성을 알고 미소를 보냈지요.</p>
          <p dmcf-pid="KqgBtPBWny" dmcf-ptype="general">해가 저물 무렵이었습니다. 이제 궁으로 돌아갈 시간. 왕이 말머리를 돌리던 순간, 무언가가 확 스쳐 지나갑니다. ‘돼지’였습니다. 말은 소스라치게 놀라 앞다리와 대가리를 치켜세웁니다. 왕이 고꾸라질 때 하필이면 머리가 바위 위로 떨어집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신체 위에 말발굽이 연달아 박힙니다. 얼굴에 한발짝, 심장에 한발짝, 갈비뼈에 한발짝.</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9bNK3xKGJ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 놈의 말이 왜 말을 안들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5401yhvu.jpg" data-org-width="500" dmcf-mid="QCTCcHCnM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5401yhvu.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 놈의 말이 왜 말을 안들어.”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2Vkfudf5ev" dmcf-ptype="general">
           놀란 말은 어느새 도망쳤습니다. 그 자리에는 넝마마냥 한 사람이 죽어있었습니다. 왕이었습니다. 돼지 한 마리 때문에 군주가 객사하는 불운이 닥친 것이었지요. <strong>중세 프랑스 비운의 ‘젊은왕’ 필리프의 이야기입니다. </strong>
          </div>
          <p dmcf-pid="VsUOjYOJnS" dmcf-ptype="general">불운이 또 다른 불운을 불러온다는 머피의 법칙은 ‘국가’에도 적용됩니다. 왕의 죽음 이후 국가적 불행이 연달아 닥쳤기 때문입니다.<strong> 전쟁, 영토 손실, 교황으로부터 파문. 프랑스는 ‘저주받은’ 국가처럼 보였습니다. </strong></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f5Q1vq1mi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사고로 죽은 필리프를 묘사한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6824rdcy.png" data-org-width="700" dmcf-mid="ymcJ4cJqJ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6824rdcy.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사고로 죽은 필리프를 묘사한 그림.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4qgBtPBWdh" dmcf-ptype="general">
           국가적 불행이 역설적으로 미를 창조합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고딕 성당, 프랑스를 상징하는 하얀 백합과 파란색의 이미지가 탄생한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div>
          <p dmcf-pid="8lBSD5SgJC" dmcf-ptype="general">돼지 한 마리 때문에 죽어버린 왕, 프랑스의 아름다운 고딕 성당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strong>오는 4월 15일은 고딕의 대표 건축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에 탄지 5년째 되는 날입니다.</strong></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6vKTrtTNRI"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불이 난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출처=Wandrille de Préville]"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8144wuut.jpg" data-org-width="700" dmcf-mid="W2K3WK3Ie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8144wuu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불이 난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출처=Wandrille de Préville]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PG4HCUHEiO" dmcf-ptype="general">
           <div>
            <strong>루이 6세의 든든한 아들 젊은왕 필리프</strong>
           </div>
<strong>“아들 필리프를, 나와 같은 공동왕으로 임명하노라”</strong>
          </div>
          <p dmcf-pid="QoWgxrg2Js" dmcf-ptype="general">젊은왕 필리프가 즉위한 건 1129년 4월 14일이었습니다. 아버지였던 루이 6세는 아들 필리프를 자신과 같은 ‘공동왕’(Rex junior)으로 내세웠지요. 카페왕조 초기 왕권이 불안했기에, 왕세자를 공동왕으로 올리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젊고 힘 있는 왕세자가 ‘왕’이라는 타이틀로 통치해야 아무래도 힘이 실렸기 때문입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AZcJCc6dm"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왕도 다다익선이 아니겠는가 하하” 한참 후대 화가인 메리 조셉 블론델이 그린 루이6세."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9485vadj.jpg" data-org-width="508" dmcf-mid="GPdfudf5e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09485vadj.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왕도 다다익선이 아니겠는가 하하” 한참 후대 화가인 메리 조셉 블론델이 그린 루이6세.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yG4HCUHEnr" dmcf-ptype="general">
           필리프는 잘생기고 힘 좋은 청년이었습니다. 그만큼 중세 프랑스 대중 사이에서 인기도 대단했지요. 시민들과 많은 접점을 만든 것도 그였습니다. 그 때까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인기좋은 필리프왕이 허망하게 떠나갈 줄은.
          </div>
          <p dmcf-pid="WG4HCUHERw" dmcf-ptype="general">1131년 10월에 필리프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돼지 한 마리 때문이었습니다. 훅 튀어나온 돼지에 놀란 말이 필리프를 바닥으로 내팽개친 것이지요. 심각한 낙상사고였습니다. 시민들은<strong> “불결한 집돼지가 왕을 먹어치웠다”</strong>고 수근댔지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YhqlEZloLD"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왕을 죽음에 이르겐 한 돼지 한마리. [사진출처=티아몬토]"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0968kqel.jpg" data-org-width="439" dmcf-mid="Hdfn6EnbL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0968kqe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왕을 죽음에 이르겐 한 돼지 한마리. [사진출처=티아몬토]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G6rPBLP3nE" dmcf-ptype="general">
           <div>
            <strong>왕의 죽음이 불러온 저주</strong>
           </div>
<strong>“이건 어쩌면 신의 징벌이 아닐까”</strong>
          </div>
          <p dmcf-pid="HtMFybFOnk" dmcf-ptype="general">필리프의 죽음을 슬퍼한 건 왕가만이 아니었습니다. 시민들 역시 젊은왕의 죽음을 불안하게 느꼈지요. 당시는 아주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신의 뜻처럼 비치던, ‘종교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p>
          <p dmcf-pid="Xzoq16qync" dmcf-ptype="general">왕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었겠지요. 그것도 돼지 한 마리 때문이라면 더욱 더 <strong>‘신의 노여움’으로 해석되던 것이지요. </strong>당시 연대기에는 필리프의 죽음을 이렇게 적었지요. “불명예스럽고, 비천한, 수치스럽고 동시에 비참한 죽음.”</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ZMIR2NRudA"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왕 생활도 제대로 못해보고...” 돼지 때문에 죽음을 맞은 필리프를 묘사한 13세기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2360adbw.jpg" data-org-width="500" dmcf-mid="XoMAdIA8n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2360adbw.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왕 생활도 제대로 못해보고...” 돼지 때문에 죽음을 맞은 필리프를 묘사한 13세기 그림.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58w6qn6FLj" dmcf-ptype="general">
           시민들의 불안은 적중합니다. 필리프의 자리를 이어받은 동생 <strong>루이7세의 ‘실정’</strong> 때문이었습니다. 왕세자 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부작용이 터져버린 것이었지요. 오늘날로 치면 정치 신인이 벼락처럼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셈이었으니까요.
          </div>
          <div dmcf-pid="1UiuXfuSRN" dmcf-ptype="general">
           <div>
            <strong>외교도, 내치도 가정생활도 모두 실패한 루이 7세</strong>
           </div>루이 7세가 추진하는 정책은 엉성하기 그지없었고,<strong> 이해관계자와 갈등은 조정되지 않았습니다.</strong> 교황 인노켄티우스 2세와 드잡이를 할 정도였습니다. 프랑스 영토 내에서 주교를 임명할 권한(서임권)을 왕인 자신이 갖겠다고 주장하면서였습니다.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tzoq16qyLa"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프랑스 루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파문해” 교황 인노켄티우스 2세. [사진출처=Hugo DK]"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3656cgpc.jpg" data-org-width="440" dmcf-mid="ZpT0Y90CR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3656cgpc.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프랑스 루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파문해” 교황 인노켄티우스 2세. [사진출처=Hugo DK]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FlBSD5Sgeg" dmcf-ptype="general">
           인노켄티우스는 루이7세를 손봐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를 파문하고 프랑스 왕국 내 ‘성무’ 금지령을 내립니다. ‘성무금지’란 모든 미사를 금지한다는 것. 당시 사람들은 태어날 때도, 결혼할 때도, 죽을 때도 미사를 통해 신의 축복을 빌었습니다.
          </div>
          <p dmcf-pid="3QsxKgxpJo" dmcf-ptype="general">바꿔말하면 성무 없이는 태어날 수도, 결혼할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뜻이었지요. 오늘날로 얘기하면 국가의 행정시스템이 올스톱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0RCeVje7i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난 왕이 될 준비가 안됐는데...” 프랑스의 루이 7세(오른쪽)를 묘사한 14세기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4955xbxd.jpg" data-org-width="500" dmcf-mid="5mZIAGIid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4955xbxd.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난 왕이 될 준비가 안됐는데...” 프랑스의 루이 7세(오른쪽)를 묘사한 14세기 그림.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plBSD5Sgin" dmcf-ptype="general">
           정치적으로도 루이7세의 상황은 최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샹파뉴(영어로 샴페인) 지역 백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접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가는 과정에서 교회에 불을 질러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화재로 죽은 사람은 1000명. 
          </div>
          <p dmcf-pid="UaGNRsNfRi" dmcf-ptype="general"><strong>루이7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치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strong>. “적그리스도”라고 힐난하는 사람까지 등장할 정도였지요.</p>
          <p dmcf-pid="uRCeVje7RJ" dmcf-ptype="general"><strong>가장 치명적인 사건은 ‘가정사’로부터 터져 나옵니다.</strong> 루이7세가 부인 엘레오노르와 이혼하면서였습니다. 엘레오노르는 프랑스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아키텐 지역의 공작 가문의 여식. 그녀는 루이 7세와 이혼하면서 이웃 잉글랜드 헨리 2세와 재혼을 결정합니다. 지참금으로 가져온 영토도 다시 가져간다는 뜻이었지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7un7Z47vLd"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십자군 원정을 떠난 루이7세가 신하인 푸아티에의 레이몬드에게 인사를 받는 모습. 이 원정 이후 그는 아내와 이혼하게 된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6504dgvl.jpg" data-org-width="700" dmcf-mid="1wnfudf5L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6504dgv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십자군 원정을 떠난 루이7세가 신하인 푸아티에의 레이몬드에게 인사를 받는 모습. 이 원정 이후 그는 아내와 이혼하게 된다.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zYfGIpGkLe" dmcf-ptype="general">
           아키텐 지역의 영토가 잉글랜드 손아귀에 들어가는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이제 그 죽음이 진짜 저주였음을 절감합니다. <strong>‘젊은왕’ 필리프의 요절이 불러온 그림자였습니다. </strong>
          </div>
          <div dmcf-pid="qvYaMmaVeR" dmcf-ptype="general">
           <div>
            <strong>신께 귀의하는 프랑스</strong>
           </div>
<strong>“하나님 아버지의 분노를 풀어야 한다.”</strong>
          </div>
          <p dmcf-pid="BhTLPDLKMM" dmcf-ptype="general">저주받은 프랑스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종교에 더욱 귀의하는 것. 그럼으로써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용서를 받는 것. 프랑스의 왕족, 귀족, 일반 시민계층 모두가 종교에 빠져들었지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bTGNRsNfM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예수의 재림을 묘사한 그리스 이콘. 1700년 작품."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7871smli.jpg" data-org-width="600" dmcf-mid="tZV3WK3IM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7871smli.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예수의 재림을 묘사한 그리스 이콘. 1700년 작품.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KuBSD5SgLQ" dmcf-ptype="general">
           당시 중세 프랑스에서 유행한<strong> ‘종말론’</strong>도 이러한 흐름에 배경이 됐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에는 기존 질서를 모두 뒤엎어버리는 ‘심판의 시간’이 존재합니다. 마태복음서 25장에도 <strong>“하늘에는 사람의 아들의 표징이 나타날 것이고 땅에서는 모든 민족이 가슴을 치며 울부짖을 것이다”</strong>고 적혀있지요.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9SWgxrg2nP"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알브레히트 뒤러가 그린 ‘묵시록’."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9197ztfn.jpg" data-org-width="500" dmcf-mid="F8w0Y90CM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19197ztfn.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린 ‘묵시록’.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253rgTrRd6" dmcf-ptype="general">
           심판의 시간에 대해 교부의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서기 1000년경을 전후해 새로운 천년왕국이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strong>루이 7세가 지배하는 서기 1100년대 역시 심판의 시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던 때였지요. </strong>서기 2000년 밀레니얼 종말의 공포에 떤 우리네 모습처럼요.
          </div>
          <div dmcf-pid="VB2Ws3WAR8" dmcf-ptype="general">
           <div>
            <strong>고딕성당으로 신께 용서를 빌다</strong>
           </div>
<strong>“우리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직자를 모셔 오게.”</strong>
          </div>
          <p dmcf-pid="fuBSD5SgL4" dmcf-ptype="general">루이 7세도 두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프랑스 카페 왕조를 구할 고언을 얻고자 덕망있는 종교인 두 사람을 소환합니다.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르와 클레르보 대주교 성 베르나르였습니다. 두 사람은 조언합니다. <strong>“하나님의 뜻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높은 ‘교회’를 지어야 한다”고요</strong>. 후대 사람들은 이를 ‘고딕양식’이라고 불렀습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4LNK3xKGn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하나님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선 더 높은 성당이 필요합니다” 기도하는 쉬제르를 묘사한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0519xwex.jpg" data-org-width="700" dmcf-mid="3ioYO0Yci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0519xwex.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하나님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선 더 높은 성당이 필요합니다” 기도하는 쉬제르를 묘사한 그림.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8rIR2NRuJV" dmcf-ptype="general">
           이전까지 교회는 낮은 건축물과 작은 창문이 특징인 ‘로마네스크’의 형태였습니다. 고대 로마의 건축 방식을 교회에 적용한 것이었지요.
          </div>
          <p dmcf-pid="6AD8zi8td2" dmcf-ptype="general">프랑스 루이7세 시기부터 본격 등장한 고딕 건축물은 신께 용서를 구하는 듯한 높은 첨탑이 특징입니다. 큰 창문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도 일품이지요. 신의 빛을 교회 내부에 품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PAD8zi8tJ9"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프랑스 파리 고딕 성당 중 하나인 생트샤펠 내부 스테인드글라스. [사진출처=Oldmanisold]"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1948zsvg.jpg" data-org-width="700" dmcf-mid="0Pbi8kiBL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1948zsvg.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프랑스 파리 고딕 성당 중 하나인 생트샤펠 내부 스테인드글라스. [사진출처=Oldmanisold]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QWXAdIA8RK"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고딕 양식의 랭스 대성당."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3574wlqx.png" data-org-width="500" dmcf-mid="pQxEnlEQL1"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3574wlqx.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고딕 양식의 랭스 대성당.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xG5kihkPib" dmcf-ptype="general">
           가톨릭의 중심인 로마에서도 이같은 건축이 야만족인 고트족의 양식이라며 ‘고딕’이라고 비하합니다. <strong>일련의 멸칭이었는데, 그 압도적 아름다움 때문에 고딕 양식은 어느덧 미의 상징이 되었지요. </strong>
          </div>
          <div dmcf-pid="y28XhuXDiB" dmcf-ptype="general">
           <div>
            <strong>마리아 숭배도 본격화</strong>
           </div>
<strong>“성모시여, 우리 프랑스를 구원하소서.”</strong>
          </div>
          <p dmcf-pid="WXtDLSDxdq" dmcf-ptype="general">쉬제르와 베르나르는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분노한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용서를 위해서는 새로운 구원자를 찾아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strong>성모 마리아</strong>였습니다.</p>
          <p dmcf-pid="YtpsNWsdnz" dmcf-ptype="general">아버지는 자식을 꾸짖고, 어머니는 이를 보듬는 모습은 중세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젊은왕 필리프의 죽음으로 기울고 있는 프랑스를 성모 마리아께서 다시 품어줄 수 있다는 복음이었지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GG5kihkPe7"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7세기 묘사된 마리아의 모습. 지금처럼 크게 숭배되지 않던 시절이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4992kupp.png" data-org-width="511" dmcf-mid="ULlpG2phe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4992kupp.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7세기 묘사된 마리아의 모습. 지금처럼 크게 숭배되지 않던 시절이다.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HuBSD5Sgdu" dmcf-ptype="general">
           초기 기독교에서는 성모 마리아 숭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젊은왕 필리프의 죽음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세로 자리 잡습니다. 특히 루이 7세는 <strong>“마리아는 나의 어머니시다”</strong>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을 정도였습니다. 루이 7세의 딸 이름 역시 ‘마리아’였습니다. 당시 마리아라는 이름은 거의 짓지 않던 이름이었지요.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8xtTBtsdU"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마리아 숭배는 11세기 프랑스 이후로 크게 늘어났다. 안토넬로의 수태고지의 성모."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6592lnec.jpg" data-org-width="700" dmcf-mid="uJvUHVUld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6592lnec.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마리아 숭배는 11세기 프랑스 이후로 크게 늘어났다. 안토넬로의 수태고지의 성모.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ZH1EnlEQRp" dmcf-ptype="general">
           쉬제르와 베르나르는 전 프랑스가 마리아를 숭배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인식할 수 있게끔 마리아의 도상학적 특징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strong>백합과 파란색</strong>이었습니다.
          </div>
          <p dmcf-pid="510maymed0" dmcf-ptype="general">순수함과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과 ‘청금’이라고 불릴 중도로 고급의 대명사였던 파란색을 성모의 이미지와 결합한 것이었지요. <strong>루이 7세는 그 도상학적 특징을 프랑스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strong></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1dLz58zTR3"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프랑스 왕실의 상징인 파란색과 흰 백합의 조합은 11세기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림은 태양왕 루이14세."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7876vfpv.jpg" data-org-width="500" dmcf-mid="7QGBtPBWe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7876vfpv.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프랑스 왕실의 상징인 파란색과 흰 백합의 조합은 11세기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림은 태양왕 루이14세.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tshdfAdzLF" dmcf-ptype="general">
           프랑스 왕조의 상징이 파란색 바탕에 백합이 놓인 배경입니다. 그 덕분인지 프랑스의 국력은 점점 회복되기 시작하지요. 마치 마리아가 프랑스를 굽어살핀 것처럼요.
          </div>
          <div dmcf-pid="FYZcJCc6dt" dmcf-ptype="general">
           <div>
            <strong>고딕 성당의 아름다움은 비극적 사건 하나에서 꽃피운셈</strong>
           </div>백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고딕 성당들이 잇달아 완공됩니다. 프랑스는 이제 가<strong>톨릭의 큰 딸이자 성모 마리아의 나라</strong>였습니다. 프랑스의 군주들은 ‘성당’을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합니다.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3acVUeVZM1"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19세기 대관식을 위해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한 나폴레옹을 묘사한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9180uxin.jpg" data-org-width="700" dmcf-mid="zAHbFQbYn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29180uxin.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19세기 대관식을 위해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한 나폴레옹을 묘사한 그림.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0krPBLP3L5" dmcf-ptype="general">
           프랑스의 많은 성당에<strong> ‘노트르담’(Our Lady라는 뜻의 불어. 성모 마리아를 의미)이라는 이름</strong>이 붙은 배경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본 명칭 역시 <strong>노트르담 드 파리</strong>입니다.
          </div>
          <p dmcf-pid="pDsxKgxpdZ" dmcf-ptype="general">오는 4월 15일이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인 지 5년째가 됩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재건의 과정에서 또 다른 미가 탄생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p>
          <p dmcf-pid="UV6Zl7ZwLX" dmcf-ptype="general">젊은왕 필리프의 죽음이 프랑스의 아름다움을 만든 것처럼. 역사는 그렇게 시나브로 나아갑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uG5kihkPJH"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올해 말 재건이 예정돼 있다. [사진출처=Ali Sabbagh]"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30604adhg.jpg" data-org-width="700" dmcf-mid="qQ1EnlEQL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3/mk/20240413081530604adhg.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올해 말 재건이 예정돼 있다. [사진출처=Ali Sabbagh]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7B2Ws3WAJG" dmcf-ptype="general">
           &lt;네줄요약&gt;
          </div>
          <p dmcf-pid="zB2Ws3WAeY" dmcf-ptype="general">ㅇ12세기 프랑스의 젊은왕 필리프가 집돼지와 부딪히는 사고로 죽은 뒤 국운이 기울었다. 마치 신의 저주처럼.</p>
          <p dmcf-pid="q3uIAGIieW" dmcf-ptype="general">ㅇ뒤를 이은 왕 루이 7세는 이를 극복하고자 성모 마리아를 숭배하면서 많은 성당을 짓고 그녀를 숭배하는 여러 도상을 도입했다.</p>
          <p dmcf-pid="BjE47J41Ly" dmcf-ptype="general">ㅇ프랑스를 대표하는 고딕성당이 그 결과물이었다. 마리아를 상징하는 하얀백합, 파란색도 왕조의 상징으로 삼았다.</p>
          <p dmcf-pid="bfP5Sz5reT" dmcf-ptype="general">ㅇ프랑스 많은 성당 이름에 ‘노트르담’(성모 마리아를 의미)이 붙은 이유다.</p>
          <p dmcf-pid="KRiuXfuSRv" dmcf-ptype="general">&lt;참고문헌&gt;</p>
          <p dmcf-pid="9igBtPBWdS" dmcf-ptype="general">ㅇ미셸 파스투로, 돼지에게 살해된 왕, 오롯, 2018년</p>
          <div dmcf-pid="2Nkfudf5nl" dmcf-ptype="general">
           역사(史)에 색(色)을 더하는 콘텐츠 사색(史色)입니다. 역사 속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명랑히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알찬 지식을 전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매주 토요일 알롱달롱한 역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div>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