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대란이 두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 합동기자회견 마저 불발되는 등 좀처럼 해결 기류가 잡히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화로 새로운 국면 전환이 이뤄질지 기대가 높았으나 되레 의료계에서는 내분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9일 브리핑에서 "대전협 등과 조율이 덜 돼 이번 주로 예정됐던 합동 기자회견은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원래 4·10 총선이 끝난 이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전공의 참여가 불투명하고, 의협 비대위와 차기 집행부 간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비대위 측은 "전공의 단체 내부에서도 논의가 있어야 하고, 대전협 입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정부에도 혼선이 있고, 서로 간에 대화 준비가 부족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동 기자회견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계가 합동 기자회견을 계획한 것은 정부가 여러 차례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2시간 20분 만남을 가졌다. 정상회담 시간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들을 할애해서 경청을 했기 때문에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저희가 발표한 숫자, 또 결정한 숫자(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가 1년 이상의 꼼꼼한 계산, 그러고 여러 가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내놓은 안이기는 하지만 의료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모아서 가져온다면 정부는 유연한 입장이다. 그러고 그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한번 살펴볼 수 있고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그대로 견지를 하고 있다. 만약에 의료계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모아온 안이 제시된다면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의협 비대위가 이에 따라 합동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서자 의료계는 분열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인 8일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거부 의사를 전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측도 의협 비대위에 공문을 보내 "당선인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져 극심한 내외 혼선이 발생했다"며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의 공식 임기는 5월1일부터 시작된다. 사실상 비대위를 조기 해선하고 임 당선인이 비대위를 맡은 뒤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 비대위 측은 임 당선인의 요구를 거부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비대위는)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의협 비대위는 4월 말까지 계속 활동을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라고 거듭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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