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연구팀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스웨이츠 빙하 지역을 탐사하고 있다. 극지연구소/Peter Neff 제공
국내 연구진이 '종말의 날' 빙하라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를 시추하는 데 성공했다. 남극 기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지역에서 국내 연구팀이 시추한 첫 성과다.
극지연구소는 한영철 빙하지각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미국 미네소타대, 인도 국립극지해양연구센터 등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1월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인근의 카니스테오 반도에서 두 지점의 빙하를 시추해 각각 150m 길이의 빙하코어를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아문젠해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는 녹으면 지구 해수면을 최대 3m까지 높일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를 남극 빙상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고 없어지면 연쇄적으로 서남극 빙하 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스웨이츠 빙하 연구가 시급하지만 주변에 기지가 없고 접근이 어려워 현장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과학자, 시추 기술자, 안전요원 등 8인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연구 지역 근처까지 접근했다. 이후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해 13일 동안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 탐사팀이 시추를 하는 동안 아라온호는 탐사팀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근 바다를 연구하며 대기했다. 극지연구소와 미네소타대를 주축으로 진행된 본격 탐사는 한정된 기간 안에 안정적으로 빙하코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탐사팀이 확보한 빙하코어에는 지난 200년간의 대기 기록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 산업화 이후 환경변화를 정밀하게 복원하는 연구에 사용될 예정이다. 빙하코어는 현재 아라온호 냉동창고에 실린 채 이동 중이며 5월 중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 연구원은 "초당 평균 속도 30m가 넘는 강풍, 폭설이라는 악조건에도 면밀하게 설계한 탐사계획과 주변의 도움, 어렵게 잡은 기회라는 간절함 덕분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라며 당시 현장 소감을 전했다.
이번 빙하시추는 극지연구소가 미네소타대, 국립극지해양 연구센터 등과 공동으로 추진한 로스-아문젠 해안 빙하코어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번 아라온호 서남극 탐사를 총괄한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지에서는 갈 수 없는 곳에서 빙하시추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의 극지연구 역량은 한 단계 도약했다"면서 "아라온호와 우리의 과학기술 그리고 현장 연구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기적 같은 성과였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스웨이츠 빙하 지역을 탐사하고 있다. 극지연구소/Peter Neff 제공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