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2학년 4반 김건우씨의 누나 김송이씨가 작업실에 앉아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송이씨(35)는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누나다. 15년 차 타투이스트다. 참사 이후 유가족 여러 분에게 타투를 해준 적 있다. 어떤 어머니의 가슴팍에는 아이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새겨주고, 어떤 형의 팔에는 노란 리본과 가족의 생일을 남겨줬다. 어떤 마음으로 타투를 새기는 건지 그는 굳이 물어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아픔의 깊이를 가늠하며 함께 슬퍼했다.
“엄마도 저도, 병원을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서로 몰라요. 남들한테 건너 듣죠. 서로 걱정시키기 싫어서요. 지금까지 동생 이야기는 서로 잘 하지 않아요. 전 엄청 바쁘게 지내요. 강박이 있거든요.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무기력해지고 슬픈 감정에만 빠져 들게 되어서요. 계속 참고, 외면하고, 방치하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제 아픔을 마주하고 있어요. 정신과 몸은 연결되어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일상생활을 잘 보내고, 무엇보다 제 아이들을 위해서 요즘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요.
초기에는 훨씬 심했죠. 사고 났을 때 제 첫아들이 두 돌이었어요. 기저귀나 팬티도 안 챙기고 그냥 아이를 들쳐 업고 진도체육관으로 갔어요. 아이가 오줌을 싸서 축축해도 그대로 안고 다녔어요. 아이한테 밥 먹인 게, 그때 거기서 나눠준 라면을 물에 씻어 먹이고 그랬어요. 엄마가 제가 그러고 있는 걸 보고, 애기랑 힘드니까 어서 집으로 가라고 해서 올라왔어요. 안산 집 앞 골목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가 터진 느낌이었어요. 동생을 같이 못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때부터 집 안에서 뉴스 틀어놓고 누워만 있었어요. 당시엔 머리도 잘 못 감았어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숨을 잘 못 쉬었거든요. 그때 친구들이나 사촌들이 번갈아 와서 아이를 돌봐줬어요. 너무 고맙죠.
불안해서 아이를 떼어놓질 못했어요. 어린이집도 36개월이 다 되어서야 억지로 보냈어요. 주변에서 아이 사회성 못 기른다고 해서요. 보내놓고 나면 너무 불안해서 집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어요. 현장 체험이나 키즈카페도 아예 못 보냈는데, 1년 수료하고 받은 앨범을 보니까, 거기 제 아들 사진이 없는 거예요.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어서, 그때 이후로 정말 이 악물고 아이를 보냈어요. 이제 첫째는 곧 사춘기가 올 나이예요. 건우는 사춘기가 없었는데, 삼촌처럼 그렇게 예쁘게 사춘기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제가 겪은 거 겪지 않고, 그냥 평범하고 평온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엄마한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가 가장 힘들 텐데, 큰 내색 없이 항상 꿋꿋하게 있어줬어요. 엄마는 약하면서도 강하죠.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저도 제 아이의 엄마로서 더 잘 견디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엄마가 잘 견뎌내고 있어줘서 너무 고맙고, 덕분에 저도 이렇게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아요. 과거의 저에게는, 조금 더디더라도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김송이씨는 매일 아침 딸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다. 딸과 함께한 약속을 꾸준히 지키기로 했다. ⓒ시사IN 박미소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