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DB
세계 각국이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함에 따라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정유, 원유운반선 업계가 최근 웃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에서의 지정학적 갈등이 정유 제품 수급 및 원유 운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증권사는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고공행진으로 재고 손익이 개선되는 동시에 정유제품 공급은 제한되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한파로 인한 북미 정제시설의 생산 차질, 전쟁에 따른 러시아 정유공장 파괴 등이 정유제품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반면 정유제품 수요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회복세다. 또 전기차 침투율 증가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정유제품 수요가 정점을 찍는 시점이 뒤로 밀릴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률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휘발유 수요 전망치는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이 제한적인 가운데 수요는 안정적이라 높은 정제마진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홍해 사태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는 유럽의 원유 수입 경로를 바꾸며 원유 운반선 수요를 자극한다. 유럽은 지정학적 갈등 탓에 중동 러시아 등 가까운 지역이 아닌 중국 인도 등 먼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하게 됐다. 원유를 실은 선박의 이동 거리가 늘면서 운임이 상승했고, 선박의 추가 투입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운반선의 신조선가지수는 역대 최고치(2007년 237.59)에 근접한 215.71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국 조선업계도 수혜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만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6척, 원유 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올해 3년 만에 VLCC 2척을 수주했다.
다만 정유, 원유 운반선 업계 모두 장기적으로는 탈석유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정유 업계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소재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중이다.
조선업계는 연료 저감 장치, 선형 최적화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원유운반선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나아가 수소, 암모니아 등 포스트 석유 시대의 친환경 연료 수송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거의 모든 국내 조선사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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