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세월호 생존자인 화물차 기사 윤길옥씨. ⓒ시사IN 이명익
화물차 운전기사인 윤길옥씨(60)는 제주행 배에 오를 때마다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먹는다. 그래야 짧은 시간이나마 배에서 잠잘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화물 기사의 삶은 육지로 오고 가는 삶을 뜻한다. 그는 10년 전 세월호에 올랐던 화물차 기사다.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아직도 왼쪽 팔은 끝까지 올라가지 않아요. 두 발의 화상도 이식수술을 계속 해야 하는데 요즘은 힘들어서 하지 못하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나서 3년 만에 운전대를 잡았는데, 오래 하진 못했어요. 다른 일을 좀 하다가 2년 전에 다시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했어요.
요즘도 계속 약을 먹고 있어요. 평상시에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기 힘들 거든요. 아직도 꿈을 꾸는데 가끔 선원들하고 학생들 나오는 꿈을 꾸면 그다음 날은 아예 일을 못해요.
보통 배에선 기사들 방은 가장 후미에 있어요, 매점은 맨 앞에 있고. 그날 아침 배가 고파서 매점에 갔다가 배에 문제가 생긴 걸 알았어요. 우선 매점에 있던 학생들을 위로 다 올려주었어요. 안쪽에 무거운 거에 깔린 여학생이 막 살려달라고 하는데, 무거워서 들리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학생은 못 구했어요. 승무원하고 함께 있는 거 보고 겨우 나왔어요. 애들한테 구명조끼 나눠주고 바다로 몸을 던졌죠.
한 달 전쯤 희생자 부모들이 제주도에 와서 걷기를 하더라고요. 부두에서 만나 얘기했어요. 저도 부모지만, 자식을 먼저 보냈다는 게 죄책감이 엄청 클 거 아닙니까? 단원고 애들 중에서 지금도 트마우마에 시달리며 힘든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뭘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잖아요. 나라에서 계속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제주 4·3 피해자들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상처가 있잖아요. 그러니 나라에서 계속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윤길옥씨가 차에 항상 구비해놓는 항우울제와 수면제 약을 보여주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이명익 기자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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