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율 30% 신설
고정 비중 18%…연말까지 12%P 끌어올려야
금리 인하 전망에 변동금리 선호 높아져
사진은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금융 당국이 18% 수준인 은행 자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올해부터 3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연말까지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을 12%포인트 넘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탓에 고정금리 주담대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져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부터 주담대 구조개선 신(新)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금감원은 정책모기지를 뺀 은행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 비율을 신설했는데, 여기에는 대출 실행 시 적용된 금리가 만기까지 유지되는 ‘순수 고정형’과 일정 주기(통상 5년)마다 고정 금리가 변동되는 ‘주기형’만 포함된다. 고정금리가 5년만 유지되고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주담대는 고정금리 주담대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전세, 중도금, 이주비 대출도 제외된다.
은행권 주담대 중에서 순수 고정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2.9%로 모두 정책모기지였고, 주기형은 18%였다. 정책모기지를 걷어내면 금융 당국이 은행 자체 주담대로 인정하는 고정금리 주담대의 비중은 18%에 불과한 셈이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 30%를 맞추려면 은행은 고정금리 주담대를 연말까지 12%포인트 높여야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전세대출 제외) 잔액이 약 418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0조원가량을 순수 고정형, 주기형 주담대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금리인하 전망에 고정금리에 대한 차주(돈 빌린 사람)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2월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은 65.6%로, 지난해 평균치(72.3%)보다 7%포인트 줄었다.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11월에는 56.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반면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 20%대에서 지난 2월 34.5%로 높아졌다.
금융 당국은 차주의 금리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금리가 고점인 상황에서 고정금리는 메리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올해 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데, 당장은 고정금리가 낮다고 해도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전략이다”라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순수 고정형에 대한 수요는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결국 주기형 주담대 신규 취급을 늘려야 하는데, 혼합형에 비해 주기형 상품은 익숙하지 않고 상품도 적다”며 “차주들이 주기형 상품을 선택할 유인이 적을 수밖에 없어 비중을 늘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은행에 당장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고정금리 목표비율을 달성하면 주택신용보증 출연요율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지, 목표치를 못 맞춘다고 해서 페널티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 자체 고정금리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행정 지도다”라고 설명했다. 행정 지도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조치로 강제 사항이 아니지만, 당국의 입김이 센 만큼 은행이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