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물가 상승을 고리로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채소 가격이 오른 제일 큰 이유는 전기요금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시설 재배를 해야 해서 에너지 사용이 워낙 많으니까 전기 요금이 부담되는데, 한꺼번에 50%씩 올려버리면 어떻게 견디겠냐"고도 했다.
5일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을 방문해 이 지역에 출마한 이재한 후보 지지 연설을 하면서다. 채소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가 전기요금 인상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정리하면 "황당한 주장"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당이 대대적인 공세를 펴는 대파의 경우다. 일단 대파 가격이 평년 대비 오른 건 사실이다. 대파의 3월 평년 가격은 1㎏ 당 2912원이다. 올해 3월 가격은 3539원이다. 1㎏ 당 2884원인 2월 평년 가격에 비해서도 올해 2월은 4321원으로 올랐다.
"전기요금이 올라 채소 가격이 올랐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맞으려면, 전체 대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을 전기 사용이 필요한 시설, 즉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대파 생산에서 시설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전체 생산량은 38만7178톤인데, 시설 재배는 5만521톤이다.
오히려 자연 환경에서 그대로 키우는 노지 재배 생산량이 87%에 달하는 33만6657톤에 달한다. 대파는 노지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채소류다. 한 전문가는 "전기요금 때문에 채소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 주장과 달리 채소, 과일 가격이 오른 건 수급 영향이 크다. 일조량 부족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이 줄었고, 이로 인해 가격이 오른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일조 시간은 411.1시간이었다. 평년(509시간)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관계자는 "일조량 부족 뿐만 아니라 냉해, 탄저 같은 병충해, 태풍까지 '3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작황이 안 좋았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3% 줄어든 4428톤에 그쳤다. 10a(100㎡)당 생산량은 1598kg으로 27.3% 줄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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