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혼란만 가중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대통령실이 5일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최고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R&D 대폭지원, 사실은 이렇습니다’는 설명자료에서 선거용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3일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관련 브리핑을 통해 “R&D다운 R&D를 지원하겠습니다” “최초, 최고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겠습니다” “혁신, 도전형 R&D를 본격화하겠습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내년에 혁신·도전형 R&D에 1조원을 투자하고 2027년에는 정부 R&D의 5%를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수치까지 언급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 지난 3일 연구개발(R&D) 전략 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총선을 며칠 앞두고 내놓은 총선용 발표”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과학기술계 반발을 의식해 총선 전에 급하게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R&D다운 R&D’로의 개혁에 따른 내년도 R&D 예산 증액은 대통령께서 지난해부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밝혀온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맞섰다.
총선을 7일 앞둔 지난 3일 박 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상황을 두고 ‘총선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내년도 예산안은 방향성만 어느 정도 정해놓았을 뿐 부처별 예산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만큼 예산을 책정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도전 R&D에 1조원 투자’ 등으로 대통령실이 총선 직전에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과기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날 관련 자료에서 내년도 정부 R&D를 편성하는 체계를 설명했다. 투자방향 설정(3월)→부처별 예산요구(5월)→분야별 전문위원회 검토와 과학기술혁신본부 예산 배분·조정(5~6월)→ 정부 예산안 확정(8월, 기재부)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총선 이후 혹은 부처별 예산요구안에 끝나는 5월에 어느 정도 ‘구체적 모습’을 마련한 뒤 관련 브리핑을 해도 늦지 않을 텐데 굳이 총선 7일 전에 브리핑한 것을 두고 야권과 과기계에서는 “과기계 반발을 의식한 총선용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과기계 원로는 “여전히 대통령실은 과기계가 무엇을 문제 삼고 있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R&D 카르텔’이란 틀로 묶어 과기계에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았느냐”고 운을 뗐다.
올해 R&D 예산안을 삭감하기 이전에 관련 토론회나 간담회, 사전검토 등 정지 작업이 필요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기계는 여전히 ‘R&D 카르텔’이란 키워드가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정부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14.7%나 감축해 놓고 내년엔 최고로 증액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하면 ‘아, 대통령실이 이젠 바뀌었구나’라고 생각할 것으로 착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총선을 앞두고 1조원 증액 등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하면서 내놓은 것도 과기계 의견이나 여론 수렴, 각계의 구체적 사업과 계획, 로드맵 등 구체적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폭 삭감에 이어 1년도 되지 않아 최고 증액 등 이른바 R&D 예산안 ‘냉온탕 출구전략’에 과기계와 소통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실이 ‘출구전략’을 만들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이런 식의 ‘일방적 출구전략’으로는 혼란스러운 과기계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실은 또 ‘R&D다운 R&D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비판에 대해 “연구 기획에서 착수까지 시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구비가 필요한 경우 제때 신속하게 지원하고 부처 간, 기관 간 벽을 허물고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는 R&D 등을 의미한다”며 지난 3일 박 수석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데 그쳤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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