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울산시 북구 하나로마트문화센터 2층 대강당에 마련된 ‘농소2동 사전투표소’ 입구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 투표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백승목 기자
부산·울산·경남 지역 유권자들도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아침 일찍부터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오전 울산시 북구 하나로마트문화센터 2층 대강당에 마련된 농소2동 사전투표소에는 투표를 먼저 한 뒤 출근하려는 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소 안내원이 “북구 주민이 맞느냐”고 물어본 뒤 유권자들을 차례로 투표소 안으로 들여보냈다.
북구 현대차와 각종 자동차 부품회사가 밀집해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이번 총선에는 진보당 윤종오 후보와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 무소속 박재묵 후보 등이 3파전을 벌인다.
특히 북구는 더불어민주당이 진보당과 단일 후보를 내세웠고, 이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려던 이상헌 후보와 윤 후보가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화를 이룬 곳이어서 투표결과가 주목된다.
30대 중반의 김모씨는 “근무시간이 주로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데, 그 전에 투표를 하고 바로 출근하려고 한다”면서 “노동자 권익을 위해 일할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의 유권자 박모씨는 “나라가 너무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울산시 북구 하나로마트문화센터 2층 대강당에 마련된 ‘농소2동 사전투표소’ 입구에서 선거관리원이 유권자들 투표소로 안내하고 있다./백승목 기자
투표소를 유권자들은 예년 보다 더 많아 보였다. 투표소 선거관리원은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7시 전후로는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투표소 입구로 통하는 마트 복도 끝까지 가득찼다”고 전했다. 투표를 유권자들은 투표소 앞에서 손등에 찍은 투표도장을 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투표소가 대형마트 안에 설치된 만큼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모습도 제법 보였다.
부산·경남지역 각 사전투표소에서도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부산 해운대구청 5층 대회의실에 설치된 ‘중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한 30대 커플은 “오늘 여자친구는 관외 투표를 하고 나는 관내 투표를 했다”면서 “제가 바라는 후보가 당선돼 정치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1동 사전투표소 선거관리원은 “투표소 문을 열었을 때 대기 줄이 있었고, 아침에는 1시간여 만에 160여명 정도가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제구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연산2동 사전투표소에서도 젊은 대학생부터 지팡이를 짚는 어르신까지 많은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60대 여성은 “전날 산책하러 가는 길에 꼭 투표하자고 말했다”며 “본 투표 날 예정된 약속은 없지만 혹여나 일이 생겨 투표를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리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80대 시아버지를 모시고 온 60대 여성은 “시아버지 혼자서는 몸을 움직이기 어렵고 투표 당일에는 내가 다른 약속이 있어 동행할 수가 없다”며 “아버님이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 투표하고 싶다고 하셔서 오늘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위치한 경남 거제 아주동주민센터에는 이날 출근 전 작업복을 입고 일찍 투표에 나선 노동자가 많았다. 조선노동자 이모씨는 “사전투표는 사는 곳이 아닌 투표소에서도 가능하니 출근길에 들렀다”며 “각 후보가 조선소 관련 공약들을 내놨던데 그 말들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군부대가 주변에 있는 창원시 진해구 도천초등학교 사전투표소에는 군복 차림을 한 현역 군인들 발길이 잇따랐다.
경남 양산에 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양산시 하북면 하북면주민자치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전투표는 2022년 6월 실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이다.
청바지를 입은 문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이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투표장을 찾아 주민 및 선거 업무 종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투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표해야 심판할 수 있고 투표해야 바뀐다”며 “투표는 유권자의 의무이기도 한 만큼 모든 국민께서 투표에 참여해 주길 비란다”고 말했다.
또 사전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선거운동 현장에 여러 번 나가봤는데 현장 분위기는 투표 참여 의지가 높은 것 같다”며 “과거 어느 투표율보다 높을 것 같은데 어떤 방향이든 투표를 통해 심판 의지를 표출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지원 유세를 하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로 그래야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당 정당들이 선거에서 많이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전투표 첫날부터 선거벽보가 잇따라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중이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9분쯤 울산 남구 달동 현대1차 아파트 펜스에 붙어 있어야 할 선거 벽보 전체가 사라진 것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발견했다. 현장에는 벽보가 뜯긴 흔적만 있고, 벽보는 아예 없었다. 또 남구 삼산초등학교 정문 펜스에 붙은 선거 벽보에는 국민의힘 울산 남구을 김기현 후보의 벽보 일부가 훼손된 것도 발견됐다.
이날 오전 9시9분쯤에는 북구 강동동 산하중앙사거리에 걸려있던 국민의힘 울산 북구 박대동 후보의 현수막이 찢어진 것을 당 관계자가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탐문과 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훼손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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