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자녀 학폭 의혹 제기에 강력 반발...기사도 쓰지 않은 인터넷매체 기자 실명까지 언급하며 고발 예고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총선을 닷새 앞두고 국민의힘 논평 하나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익명 형태의 고위공직자 자녀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기사화하지도 않은 한 매체의 취재 기자 실명까지 거론하며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은 4일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 투표일이 임박한 시점에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와 공모하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아들이 학폭에 연루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차례에 걸쳐 한동훈 위원장 및 아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사전 투표 전날인 오늘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자녀가 학폭에 연루되었는데, 학교 측이 은폐·축소 처리했다'는 취지로 뜬금없는 허위 보도자료를 내고, 오마이뉴스가 이를 익명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마이뉴스(교육언론 '창' 제공)는 지난 2023년 5월 경찰까지 출동한 D학교 폭력 사건이 '학폭 처리 지침'과 달리 학폭신고접수대장에 기재되지 않았고 학폭 전담기구회의도 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실은 오마이뉴스에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가해 관련 학생 아버지는 당시 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였고 국내 최대로펌 변호사인 어머니는 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이었다”면서 “학교 측이 은폐·축소 처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5월 24일 낮 12시 51분경 (강남 D중)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자신의 딸이 남학생 5명으로부터 폭행과 욕설을 당하였다고 신고했다”며 “이에 경찰은 (당일) 부모와 함께 해당 학교로 출동, 신고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청취하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으로 발생보고서를 작성, 여성청소년과에 사안을 인계했다. 경찰은 최종적으로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민정 의원실에 “신고자가 신고 취소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고 폭행행위를 확인할 수 없어 입건 전 종결 조치했다”고 밝혀왔다고 한다.
피해 학생 보호자가 신고를 취소했다고 하지만 강민정 의원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라 신고 접수하게 돼 있는데 정상 기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사안과 관련해 학교가 '학폭 사안조사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전담기구회의'도 개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경찰에 폭행 신고까지 들어가고, 경찰이 피해 관련 학생 면담과 CCTV 확인 후 공동폭행으로 발생보고서까지 작성한 사안인데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복수의 제보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어머니는 국내 최대로펌 소속 변호사이며 D중의 학교운영위원이었고, 아버지는 당시 고위 공직자'라고 밝혔다”는 강 의원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드러난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오마이뉴스 보도에 정치공작이라는 취지로 비판하면서 한동훈 위원장 자녀 학폭 의혹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해버린 꼴이 됐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5일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아들 학폭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는데 취소하고 강민정 의원이 낸 보도자료 내용이 한동훈 위원장 관련이라는 속칭 '지라시'까지 뿌려졌다며 “사전 투표 전날 이 무슨 짜고 치는 더러운 정치공작질이냐”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친야 매체 민중의소리 조한무 기자는 얼마 전 한동훈 위원장의 중학생 아들의 학교를 찾아가 교문 앞에서 하교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위협적으로 무작위 탐문을 하다가 교사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며 “학교 교문 앞에서 무작위로 탐문하며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행위가 과연 허용되는 일이냐. 한동훈 위원장의 자녀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침해이자 명백한 아동학대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학폭 자체가 없었고,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분명히 밝힌다. 그러니 황운하 의원도 기자 회견하겠다고 던져만 놓고 취소한 것”이라며 “원칙에 따라 민주당 강민정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 오마이뉴스 기자 및 허위 사실을 SNS, 커뮤니티 등에 유포한 이들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민중의소리 조한무 기자를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등 강력히 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이슈가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특히 당을 상징하는 한동훈 위원장의 공정성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사전 차단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자사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해 고발 조치하겠다는 국민의힘 대응에 민중의소리도 반발했다. 조한무 기자는 칼럼을 통해 “취재 및 제보와 여러 경로로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본 기자와 민중의소리 보도국은 한 위원장 아들이 학폭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면서도 기사화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고위공직자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라 해도 그의 자녀는 일반인일 뿐이다. 적정하게 처리됐다면 보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앞서 일부 밝힌 대로 취재를 통해 상당한 의문과 의혹이 포착됐지만, 이것이 외압이나 누군가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모자라 아직 보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매체와 기자 신상을 밝히고 명함도 줬기 때문에 이미 학교 당국을 비롯한 취재원들은 취재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기사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도 알 것”이라며 “야당 의원 움직임에 본 기자 및 민중의소리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금방 생겨났는지 의문이다. 학교 당국과 국민의힘 및 한 위원장 사이에 무언가 수시로 내밀한 소통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강민정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을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하면서 뜬금없이 기사를 쓰지도 않은 자사 기자 실명을 언급한 것에 민중의소리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행위가 있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관계자는 “금일 중 국민의힘에 논평 취소와 공식 사과, 관계자 문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기자 개인을 향한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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