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당국, 자동차 대출 정책 조정
노후차 교체 수요 끌어올려 내수 진작
부실 우려에 “100% 대출은 소수” 전망도
중국이 차량 가격의 100%까지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숨통을 틔워주고, 전반적인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 시기에 이런 정책은 오히려 대출 부실 위험을 키우는 만큼, 금융기관도 보수적으로 심사할 수밖에 없어 전액 대출로 차량을 구매하는 사례는 소수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자동차 대출 관련 정책의 조정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자가용 내연기관차와 신에너지차(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의 한도를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정할 수 있고, 최대 대출 지급 비율은 차량 가격의 100%로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전까지는 내연기관차와 신에너지차를 살 때 각각 차량 가격의 최대 80%, 85%씩만 대출로 충당할 수 있었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한 쇼핑센터에서 샤오미의 'SU7' 전기차를 둘러보는 시민들. /이윤정 기자
중국이 전액 대출로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 둔화가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봉쇄가 종료됐지만, 경기 불확실성에 자동차와 같은 고가 내구재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해가 바뀌어도 비슷한 흐름이다.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지난 2월 승용차 소매 판매량은 109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0% 급감했다. 자동차 재고경보지수는 2022년 7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2개월째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노후 자동차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집중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최대한 소비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계획이다. 노후 가전과 가구, 자동차를 교체할 때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에 대출까지 풀어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중국 중신(CITIC) 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토종 브랜드차의 교체 수명이 6~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 자동차 수요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대출 한도까지 확대되면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오롄금융의 둥시먀오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소비는 내수 확대의 핵심”이라며 “이번 조치로 구매 부담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소비 의욕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금융기관의 대출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신에너지차의 경우 보험 가입이 어렵고, 보장 범위도 작아 사고라도 나면 차주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 이때 전액 대출로 차량을 마련했다면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진다. 최근 관영 중국중앙(CC)TV는 최근 “자동차 손해 보험에서 자가용 신에너지차 비율이 30%로 내연기관차(19%)보다 훨씬 높다”며 “자동차 소유자들은 신에너지차 보험이 비싸고 가입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손해를 본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대출을 장려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보수적 심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이둥수 CPCA 사무총장은 “자동차 구매 대출 한도가 100%까지 확대되긴 했지만,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감안해 적절한 자격 조건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며 “종합적인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한다면 모든 사람이 100%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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