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맹휴학 분위기 속 지금 의대생들은…
휴학생들은 알바 또는 군 입대
“과도한 확신 아닌지 성찰해야”
SNS 소수의견 올리는 학생도
“의료 개혁을 내세우는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매우 화가 나 수업 거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공 수업이 폐강돼 교양 수업이라도 듣고 있어요. 솔직히 파업엔 관심 없거든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동맹 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면서 대부분 의대는 학사일정을 미루거나,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전공 수업을 폐강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등 사실상 ‘긴 방학’을 보내고 있다. 재학생뿐 아니라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도 ‘동맹 수업 거부’ 형태로 집단 휴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맹 휴학에 동참하지 않은 소수 학생들은 교양 수업을 들으며 조용히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서울 지역 의대 신입생 김모(20) 씨는 “1학년 1학기는 휴학계를 내지 못하니 수업 거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전공 수업이 1개 열렸는데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폐강됐다”고 말했다. 가천대 의예과 신입생 A 씨도 “선배와 교수들한테 정부 행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듣고 수업 거부에 참여하며 SNS를 통해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며 “정부의 강행 태도에 매우 화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1만359건으로, 전국 의대 재학생(지난해 4월 기준)의 55.1%에 달한다. 휴학계를 제출한 지방 의대 예과 2학년 B 씨는 “지난달부터 고깃집에서 주 5일 서빙 알바를 하고 있다”며 “그 외의 시간은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영화를 보며 놀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본과생 C 씨도 “방학이라 생각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며 “복무 기간이 38개월인 군의관 대신 18개월인 현역으로 입대를 하기 위해 군 휴학을 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대에서는 재학생들의 휴학을 막기 위해 ‘휴학 전 교수 면담 필수’ 등의 조건을 내걸고 휴학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 있다. 가천대는 지난 2월부터 의학계열 학과에 한해 담당 교수, 학과장, 단과대 학장과 세 차례 상담을 진행한 뒤에야 휴학 조치가 이뤄지도록 바꿨다. 몇 번의 상담을 거친 끝에 겨우 휴학계를 낼 수 있었다는 지방 의대 본과생 D 씨는 “휴학계를 내기 위해 학교에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했다”고 말했다.
집단 휴학에 동참하지 않은 서울 지역 의대생 E 씨는 “집단 휴학에 동의하지 않아 교내 기숙사에 머물며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며 “수업마다 다르지만 정원의 35% 정도가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소수 의견’을 표출하는 의대생들도 있다. SNS 계정인 ‘다른 생각을 하는 의대생·전공의’에는 “의사 사회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과도한 확신에 빠진 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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