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 성상납’ 막말에 입장문 발표…“동창생 모두에 극심한 모욕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경기 수원시 매탄동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이대생 성상납’ 막말에 대한 비판이 전방위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더해 위안부 단체들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에 나서면서, 김 후보가 점차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이대 총동창회는 3일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이미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등으로 너무 많이 분열되어 있기에 국민을 통합해야 할 정치인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오염시키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 총동창회는 “1886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던 시대에, 이화는 여성 교육의 횃불을 환히 올렸다”며 “이후 인습과 차별의 벽을 허물며 여성의 인간화와 여성 전문인 양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발전에 공헌해 왔고, 이는 한국 사회의 공동선과 공익을 촉진해 온 역사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사실은 한국 사회가 인정하는 이화의 역사이자 자긍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최근 유튜브와 언론 보도에서 공개된 김 후보의 발언은, 이러한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대 총동창회는 “(김 후보의 발언은)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혐오를 담고 있다”며 “이는 김 후보가 성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한편, 위안부가족협의회와 일분군대위안부희생자자료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은 이날 오후 2시쯤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 종합민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총선에 나선 일부 후보자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저급한 지식으로 불행했던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사를 모욕하고 있다”며 “근거도 없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부끄러움 없이 후진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의 민족사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인성이 다시 정치가로 변하겠다며 출마한 데 대해 경악하면서 위안부 유가족들과 함께 고발장을 제출한다”며 “김 후보는 민족사를 부끄럽게 왜곡한 사실을 자성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14일 유튜브 ‘김용민TV’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라며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이 밖에도 ‘6·25 참전을 고마워하면 친미 사대주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안부·초등학생과 성관계를 했다’는 등의 발언으로도 논란을 키웠다.
이처럼 막말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전날 김 후보에게 사과를 권고했고 결국 김 후보는 자신의 SNS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대 총동창회와 위안부 단체들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집단 행동을 시사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김 후보 입장에선 사면초가 상황이 됐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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