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나바라대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미생물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ArtemisDiana/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장내 미생물은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을 유도하는 장내 미생물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체중 관리를 돕는 개입 방법은 성별을 고려해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폴라 아라나즈 스페인 나바라대 식품과학&생리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오는 5월 12~1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2024 유럽비만회의’에서 비만과 관련된 장내 미생물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장내 미생물은 위장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동물 등 미생물의 복잡한 군집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군집이 균형을 이룰 때 신진대사 활동이 건강하게 일어난다. 군집의 균형이 깨지면 비만을 포함한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떤 미생물이 비만 위험을 높이는지 아직 불분명한 가운데 연구팀은 미생물들이 비만 발생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성인 인구를 대상으로 균유전체와 대사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사체는 대사물질의 총체를 의미한다.
여성 251명, 남성 110명 등 중위연령 44세의 성인 지원자 361명을 대상으로 대변 내 대사체를 조사했다. 음식을 대사한 뒤 발생하는 부산물인 대변의 대사체는 장내 세균에 의해 형성되며 다양한 대사물질로 구성돼 있다.
균의 유전체를 수집하는 작업은 대변 샘플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유형, 구성, 다양성, 상대적 존재비를 식별하기 위해 수행됐다.
지원자들의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지방 비율을 기준으로 비만 위험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눠 균 유전체를 살핀 결과 비만도가 높은 사람들은 ‘크리스텐세넬라 미누타’라는 박테리아의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특히 남성은 ‘파라박테로이데스 헬코게네스,’ 캄필로박터 캐나덴시스‘의 높은 수치가 비만과 상관성을 보였고 여성은 ’프레보텔라 미칸스‘, ’프레보텔라 브레비스‘, ’프레보텔라 사카롤리티카‘ 등의 수치가 높을 때 비만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혈액 내 대사 화합물의 조사를 통해 비만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인지질, 스핑고지질 등 생체활성지질의 비율이 더 높다는 점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의 영향으로 혈액 내 지질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라나즈 박사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비만 발병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또 비만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은 성별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을 유도하는 미생물 군집을 막는 개입 전략은 성별에 따라 달라야 한다”며 “체중 감소를 위한 정밀한 식단 등을 개발하는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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