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2학년 7반 허재강 학생 엄마 윤옥자씨가 4.16기억전시관에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2학년 7반 허재강 학생 엄마 양옥자씨(56)는 4.16기억저장소에서 활동한다. 기억교실을 안내하고, 365일 전시를 이어가는 4.16기억전시관을 관리하고 있다. 요즘은 매일 새벽 3시30분쯤 일어난다. 또 다른 4월이 오고 있음을 그렇게 알아차린다.
“저희는 좌절하고 또다시 시작하고, 그걸 반복한 10년이었어요. 우리 가족들은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전국적으로 서명도 받고요, 20일 넘게 도보 행진을 하고, 삼보일배·삭발·단식을 해도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우리 가족들 입장에서는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참사 유가족분들이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어요. 이런 걸 보면서 이제 정부에 대응하는 법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너무 고생을 해서요. 저는 3년 전에 암 수술을 받았어요. 처음엔 심각하게 안 받아들였는데, 요즘은 어쩌면 내가 아들한테 갈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지난 시간 동안 딸한테도 참 못할 짓을 많이 했어요. 딸이 고3 때 자기도 좀 봐달라고 하더군요. 그때 딸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보낸 애는 보낸 애대로 미안하고, 남아 있는 애는 남아 있는 애대로 미안하고, 그게 엄마인 것 같아요. 지금은 딸이 스스로 삶을 잘 꾸려나가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기억저장소에서는 정말 많은 일을 하지만, 기억교실 안내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처음에 안내할 때는 제가 너무 울어서 난감할 정도였어요. 대학 신입생들이 왔는데, 남학생들만 보면 재강이 생각이 나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아들 얘기를 잘 안 해요. 요즘은 맨날 우울하진 않아요. 오시는 분들을 안내하는데 마냥 울고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밝게 웃어요. 그럼 또 어떤 분들은 우리가 웃어주니까 더 아프다고 하시죠. 교실을 둘러보다가 우는 분이 계시면 휴지도 가져다드리고, 혼자 교실을 보시게끔 빠져나와요.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분은 이천세무고등학교에 계시다 퇴직하고 수원에 있는 대안학교로 가신 선생님이에요. 매년 학생들을 데리고 찾아오셨어요. 엄청나고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참 감사해요.
올해가 10주기라고 해서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그저 시민분들이 꾸준히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각자 다른 기억의 모양으로, 우리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해주세요. 저희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들, 각자의 자리에서 다들 너무 고생하는데, 앞으로는 그 고생을 조금 덜했으면 좋겠어요.”
안산 시민의 세월호 참사 기억 활동을 담은 〈마을의 4.16〉이 3월29일부터 5월31일까지 4.16기억전시관에서 열린다. 4.16기억전시관은 단원고등학교와 가까운 고잔동 상가 3층에 자리 잡았는데 생전 학생들이 PC방을 이용하러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4.16기억전시관에 전시된 허재강 학생의 기억 물품들. ⓒ시사IN 박미소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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