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대형 의료기관 노조 대표자회의, 진료거부사태 장기화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들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면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정에 타협을 촉구하며 “이제는 환자의 상처를 싸매달라”고 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누리집에는 손남숙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구리시지회장이 쓴 ‘한줄기의 등불이 되어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지난 1일 올라왔다.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서울아산병원에서 백내장 및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손 지회장은 “길면 8년, 짧으면 5년인 각막의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언젠가는 재이식을 받아야 할 텐데 저의 수술을 계속 맡아주실 교수님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대학병원의 유지 자체가 위태로운 이런 상황은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대 의대의 수련병원 가운데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과 의대 교수 진료 축소 등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인건비 줄이기에 들어갔다. 울산대 의대 교수 433명은 “정부는 근거 없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철회하라”며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손 지회장은 다른 환자의 사례도 전했다. 그는 “최근에 저희 협회 어르신 한 분이 저의 각막 이식 결과를 보시고 이식을 결심하셨으나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일련의 사태로 뒤로 미뤄지고 있다고 눈물로 하소연했다”며 “마지막으로 가족 얼굴 한 번 더 보는 게 소원이라고 울먹이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해와 양보로 타협점을 찾아 힘들어하는 중증 환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싸매줄 때라고 생각한다”며 “패자도 승자도 없는 평행선보다는 국민의 권리와 환자의 소중한 생존권이 보장되는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회 회장도 지난 1일 열린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현장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들의 희생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나 최소한의 조치와 노력은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자신들의 의견만 관철하고자 한쪽은 2천명, 다른 한쪽은 의대 정원 백지화를 원점부터 논의하자며 서로가 협의 자체를 거부하는 파렴치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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