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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네가 오사카에 있다니 기쁘다”…4·3 제주에서 사라진 가족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44
2024-04-02 14:17:2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보관된 <br>일본 주둔 연합국 최고사령부 문서<br>제주-일본 오간 그리움 담긴 편지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0ceWgXyj43">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6S21aZWAx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일본 도쿄의 연합국 최고사령부 산하 민간검열대가 제주와 일본을 오간 우편을 검열한 내용의 보고서들이다. 허호준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2/hani/20240402140504636mcfw.jpg" data-org-width="970" dmcf-mid="FHwzhK7v8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2/hani/20240402140504636mcfw.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일본 도쿄의 연합국 최고사령부 산하 민간검열대가 제주와 일본을 오간 우편을 검열한 내용의 보고서들이다. 허호준 기자 </figcaption> </figure> <blockquote class="pretip_frm" dmcf-pid="UKtn7aiB4t" dmcf-ptype="pre"> 제주4·3항쟁은 제주인들의 삶을 뿌리째 뒤집어놓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던 제주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섬을 탈출했다. 부모 형제를 잃고 기댈 곳이 없어 실의와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섬을 빠져나갔다. 목숨을 걸고 밀항선에 몸을 맡긴 이들이 찾은 곳은 일본 오사카였다. 일본 내 4·3유족은 확인된 숫자만 850여명. 어림잡아 1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낯선 땅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뿌리내린 이들은 여전히 4·3을 품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재일’의 삶을 살고 있다. </blockquote> <p dmcf-pid="PTfFj1Gk6q" dmcf-ptype="general">“1948년 8월 형님이 제주를 떠난 이후로 형님의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무사히 오사카에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돼 안도하고 있습니다.”</p> <p dmcf-pid="QHQuDp1m6z" dmcf-ptype="general">제주 표선면 표선리의 고토만(Ko To Man)은 1949년 6월30일 오사카 이쿠노구에 있는 형 강대성(Ko Tai Sei)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내용으로 미뤄 강대성은 4·3항쟁이 한창이던 1948년 8월 제주를 떠났다. 이 시기는 국내 신문에 ‘제주는 울음의 바다’, ‘각지 제주도인 궐기, 평화적 해결을 당국에 진정’, ‘전율할 피의 섬’ 등의 기사가 보도되던 암울한 시기였다. 그의 행방을 몰라 10개월 가까이 애태우던 가족들은 일본에서 온 편지로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표선리의 동생은 형에게 가족들이 안도하고 있다는 답신을 보냈다.</p> <p dmcf-pid="xgXmVwA8x7" dmcf-ptype="general">제주 4·3항쟁 시기 일본과 제주 사이에 편지 교환이 지속해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발굴됐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된 당시 일본 주둔 연합국 최고사령부(GHQ)의 문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해방 이후 남한 주둔 미 24군단이 민간인 우편 검열을 했던 것처럼 일본의 연합국 최고사령부 산하 민간검열대(CCD)도 통신과 우편을 검열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을 오간 우편을 검열했고 이런 내용을 수집해 보고했다.</p> <p dmcf-pid="ywUTRSOJPu" dmcf-ptype="general">보고서는 편지나 엽서 등 우편 형태, 언어 형태, 발신인과 수취인의 관계, 우편 소인이 찍힌 날짜, 우편의 허가 또는 불허 처분 등과 함께 우편 내용 가운데 한두 문장을 발췌해 영어로 번역한 내용이 들어 있다. 편지는 발신인과 수취인의 주소와 함께 이름을 일본식 발음으로만 표기하거나 한자와 함께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하기도 했다.</p> <p dmcf-pid="Wug4vVBWxU" dmcf-ptype="general">기자가 살펴본 서신 내용은 1949년 4월부터 8월 사이 5개월간 오간 것들로, 당시 제주도와 일본 간 편지 검열 건수는 확인한 것만 40여건에 이르렀다. 편지 내용 중에는 4·3항쟁 이후 학살과 탄압을 피해 일본에 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사연도 있다.</p> <p dmcf-pid="YXx7wUtsxp" dmcf-ptype="general">“같은 배를 타고 일본으로 온 모든 동료 학생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습니다.” 1949년 7월22일 오사카 야오시에서 강향원이 서귀면 하효리 강찬분에게 보낸 편지에는 한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온 학생들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이 시기 일본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밀항뿐이었다. 여러 명의 학생이 집단으로 밀항선을 타고 학살과 검거를 피해 일본에 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도착한 강향원은 하효리의 지인에게 일본 도착 소식을 알렸다.</p> <p dmcf-pid="GXx7wUts80" dmcf-ptype="general">국내의 다른 지역에 있다고 생각했던 자식이 일본으로 건너간 사실을 알게 된 가족도 있다. 7월2일 대정면 무릉리의 아버지가 오사카 센보쿠군에 거주하는 아들 이두평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아버지는 아들이 부산에 있는 것으로만 알았고, 일본으로 밀항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네가 부산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보낸 너의 편지를 받으니 너무 기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p> <p dmcf-pid="HS21aZWA63" dmcf-ptype="general">일본에 밀항한 남편으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연도 있다. “당신이 집을 떠난 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당신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도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6월20일 안덕면 상천리 고쇼키(Go Sho Ki)는 도쿄 가쓰시카구의 남편 양승필에게 오랜 기간 소식을 듣지 못한 답답함과 남편 없는 삶의 고단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 내용을 보면, 남편 양씨가 1947년 3·1 사건 이후에 제주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UofS2qyP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재일제주인들이 모여 사는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 쓰루하시 시장. 허호준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2/hani/20240402140506286aapd.jpg" data-org-width="970" dmcf-mid="3gUNKkaVP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2/hani/20240402140506286aapd.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재일제주인들이 모여 사는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 쓰루하시 시장. 허호준 기자 </figcaption> </figure> <p dmcf-pid="ZxhaUodzxt" dmcf-ptype="general">일본으로 밀항한 어머니가 제주도의 딸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7월16일 오사카 기타구에 거주하는 송을생의 모친이 제주읍 도두리 사수동 임만국의 모친을 통해 딸에게 자신의 안부를 적어 보냈다.</p> <p dmcf-pid="50n2hK7v61" dmcf-ptype="general">“사랑하는 딸에게, 나는 일전에 비밀리에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왔다. 오사카에 도착했지만 다시 비밀리에 제주도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쨌든 내 걱정은 말고, 고향 친척들에게 내 안부를 전해다오.”</p> <p dmcf-pid="12DeZM8t65" dmcf-ptype="general">1948년 부부가 함께 밀항선에 몸을 실은 사연도 있다. 1949년 7월22일 제주읍 용담2리 수근동의 윤병렬은 오사카 이쿠노구의 며느리 장행옥에게 보낸 편지에는 “너와 네 남편이 고향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구나. 그래도 둘 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돼 매우 기쁘단다.” 부부는 4·3항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제주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p> <p dmcf-pid="tdTcqjLK6Z" dmcf-ptype="general">재일제주인들은 제주도에서 누가 일본으로 왔다는 소식을 주고받거나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7월25일 오사카 이쿠노구의 아라이 마사코는 홋카이도 기타미에 거주하는 아버지 다카다 사타로에게 편지를 보내 “춘희의 어머니가 23일 제주도에서 왔다”고 전한다.</p> <p dmcf-pid="FQCgpLe7xX" dmcf-ptype="general">같은 이쿠노구의 박한선은 7월27일 도쿄 아다치구의 마쓰무라 야스노에게 “며칠 전 제주도에 있는 장인으로부터 받은 소식을 보면, 내 아내가 조만간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올 것”이라는 내용의 엽서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친인척을 찾아 밀항한 경우가 많았다. 밀항에 성공해 교토에 정착한 부을생은 건입리 윤우현에게 “일본에 도착한 뒤 친척들을 만났다”고 했다.</p> <p dmcf-pid="3zN6y4KGQH" dmcf-ptype="general">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곤궁한 제주도에 조금이라도 보내려고 했다. 편지의 상당 부분은 일본에서 친인척을 통해 돈을 보냈고, 이를 받아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읍의 김쇼랜(Kin Sho Ren)은 오사카 이쿠노구의 아버지 김선신에게 “지난해 말 한국으로 돌아온 숙모님을 통해 아버님이 보낸 1만엔을 받았다”고 소식을 알렸다.</p> <p dmcf-pid="0bcxGPVZ8G" dmcf-ptype="general">안덕면 상천리 세슌카(Sei Shun Ka)는 7월6일 도쿄 다이토구의 남편 이병현에게 “당신이 보내준 1만원을 받아서 빚을 물었다”는 편지를 보냈다. 4월1일 남원면 위미리의 아들은 고치현 고치시의 아버지 박찬백에게 “아무개를 통해 아버님이 보내주신 돈은 어머님 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오사카에 체류하던 제주인 가운데는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8월4일 오사카 후세시의 이옥선은 남원면 위미리의 어머니 안천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언제 이뤄질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라고 적어 보냈다.</p> <p dmcf-pid="pCbXLGva4Y" dmcf-ptype="general">4·3 연구자들은 “당시 4·3항쟁의 혼란스러운 와중에 제주인들의 일본 밀항이 지속해서 이뤄지기는 했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이들과 제주도의 가족, 친인척, 지인들 간에 우편을 교환한 사실은 보지 못했다”며 “편지의 원문이 발굴된다면 4·3항쟁 시기 왜 일본으로 떠나야 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등 4·3항쟁과 재일제주인의 관계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p> <p dmcf-pid="Uy43AtHExW" dmcf-ptype="general">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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