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출마자 ‘과거 변호’ 논란
박은정 남편 코인·다단계 수임
조수연은 전세사기 가해자 변호
조수진 아동성범죄 변호로 사퇴
“출마 염두땐 국민 정서 고려를”
선거에 출마하거나 고위공직자 후보로 지명된 변호사 출신 인사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과거 수임했던 사건으로 도마에 오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등 가족이 변론한 사건도 논란이 되면서 법조인들이 공직에 진출하려고 할 경우 수임료뿐 아니라 수임 사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사건 수임으로 가장 논란이 된 인물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다. 검사장 출신인 이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휴스템코리아와 아도인터내셔널 사건 피의자, 가상화폐 사기로 기소된 ‘브이글로벌’ 사건 관계자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 변호사는 10개월 만에 재산이 41억 원(박 후보와 자녀 재산 포함) 늘었다. 브이글로벌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 시절 보고받은 사건을 변호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수사 대상과 범죄 사실이 달라 수임에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인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변호사뿐 아니라 총선에 출마하려는 다수의 후보가 수임 내역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강북을에 공천됐던 조수진 변호사는 과거 아동 성폭행범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갑 후보는 세입자 29명에게 보증금 약 34억6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후보 등록 후 사임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도 과거 지하철 내에서 피해자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을 변호한 전력이 드러났다.
국회의원 후보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후보로 올랐던 법조인들도 변호사로 담당했던 사건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권영준 대법관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형 로펌으로부터 고액을 받고 법률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 2인에 포함된 오동운 변호사는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을 변호한 전력이 공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법관 출신 변호사는 “과거 과도한 수임료가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변호를 맡은 사건도 공개되고, 국민이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공직을 염두에 둔 변호사라면 사건 수임에 앞서 국민 정서를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미래변호사회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한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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