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사상 최고치 유럽증시
그럼에도 롱 포지션 확대
공매도 비중 10년 만 최저치
선행 주가수익률 미국보다 낮아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럽 증시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큰손들의 롱(매수) 포지션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 증시의 조정보다 추가 상승 여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1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범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 이후 약 7% 올랐다. 이 지수는 지난달 7일 500도 돌파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DAX 지수도 같은 기간 약 10% 뛰었다. 정보기술(IT), 반도체, 명품, 비만 치료제 관련 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일례로 독일 시가총액 1위 소프트웨어 업체 SAP와 네덜란드 소재 핵심 반도체장비 업체 ASML의 주가는 올 들어 각각 31%, 34% 급등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킨 비만 치료제 위고비 제조사인 덴마크계 노보노디스크 주가도 각각 15%, 26% 뛰었다.
글로벌 큰손들은 유럽 증시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4월은 역사적으로 유로스톡스600지수의 상승률이 가장 강한 달이었다”고도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세계 지수 대비 유럽 증시에 대한 헤지펀드 비중은 최근 5.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정기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뮤추얼 펀드가 포트폴리오에 유럽 증시를 할당한 투자 규모가 2020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쇼트(매도) 포지션 비중은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유럽 주식에 대한 투자자 공매도 비중은 2014년(0.2%) 이후 최저치인 0.2%를 밑돌았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스톤의 카림 체디드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아이셰어즈 팀 전략가는 “투자 자금이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의 진원지인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면 유럽 증시는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유로스톡스6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14배로 미국 S&P500 지수보다는 상대적으로 낮다.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전망도 상승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2.9%, 올해 1월 2.8% 등 둔화세가 계속 관측되고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유럽 경기순환주의 밸류에이션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 메모에서 유럽스톡스6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월가 의견 중 가장 높은 540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유럽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는 “(유로존) 금리가 하락하고 연착륙에 달성하면 경기 순환적인 부분에서 시장이 확장할 기회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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