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대전협에 '정부에 의견요청하겠다' 회신
의협 "종결처리 됐다는 고용부, '대국민 사기'"
고용부 "사실과 달라… 의견조회 이해 못한 주장"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국제노동기구로부터 '정부에 의견요청하겠다'는 회신을 받자 이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구의 한 상급 종합병원 복도에 업무개시 명령서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받은 의견요청 회신을 두고 의사 단체와 정부의 공방이 일고 있다. ILO가 대전협의 첫 번째 의견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대전협은 이를 보완해 재요청했고 ILO로부터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들의 의견요청이 '요청 자격 없음'을 이유로 종결처리 됐다는 정부 발표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 ILO 서한을 공개하며 "공식 답변을 받고 보니 절차가 종결됐다는 고용부의 보도자료는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국민 사기극 결정을 한 결정권자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우며 의협 차원에서 소송을 벌이겠다고 했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달 13일 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해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 협약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ILO 사무국이 대전협에 '의견조회 요청 자격 자체가 없음'이라고 통보하고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전협이 ILO에 대전협은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설명을 보완해 다시 개입을 요청했고 ILO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해당 서한에는 "ILO가 한국 정부에 개입했고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 개혁으로 이해되는 분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전협 측에) 전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부는 지난달 29일 밤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고용부는 의협에서 얘기하는 긴급개입은 ILO 측에서도 공식적인 감독·제재 절차가 아니라고 명시한 비공식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긴급개입'보다는 '의견조회'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짚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ILO 사무총장이 당해 사안을 판단할 권한은 없고 ILO 사무국은 이 과정에서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하지 않고 권고도 제시하지 않는다.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와 노사단체 사이에서 의견 요청·전달만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또 한국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부당한 강제노동을 강요한 게 인정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용부는 "ILO 의견조회 상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나 평가는 없다"며 "강제노동이 인정됐다는 주장은 ILO 의견조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LO 제29호 협약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강제노동 적용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종결처리 발표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대전협의 첫 번째 의견조회 때 종결처리 된 것은 ILO로부터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전협의 의견조회 재요청에 대해서는 종결 처리됐다고 한 바가 없다는 점을 들며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의료 개혁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확고한 입장이다. 의료계도 '2000명 증원 전면 재논의'를 대화 조건으로 걸고 있어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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