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에 뒷맛이 씁슬하다. 사진은 2021년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연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사진=뉴스1
계학지욕(溪壑之慾).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의 욕심이라는 뜻으로 물릴 줄 모르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다. 회사를 상대로 수년째 경영권 분쟁을 시도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모습과 겹친다.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한 덕분에 일단락됐으나 석유화학 불황이 극심한 현재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뒷맛이 씁쓸하다.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는 지난 2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에 주주권리를 위임하며 '조카의 난'을 다시 시도했다. 2021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지분 공동보유와 특수관계를 해소하고 벌였던 첫 번째 '조카의 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박 전 상무 측은 주주제안으로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자사주 전량 소각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김경호 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선임 등을 내세웠다.
차파트너스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제안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며 여론전을 시도했으나 재계는 믿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으로 박 회장의 우호지분 확보가 어려워지면 박 전 상무가 반사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 측이 진정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면 직접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성의를 보였을 것이란 의견도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박 전 상무 측은 주총에서 완패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물론 일반 소액주주들 역시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 가운데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 건에 찬성한 비율은 25.6%에 그쳤다. 금호석유화학 제안 찬성률은 74.6%에 달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은 금호석유화학 제안 76.1%, 박 전 상무 측 제안 23.0%로 집계됐다.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자사주 전량 소각 건은 투표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석화업계는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바닥을 친다. 핵심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장기간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는 탓에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불황이 언제 풀릴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금호석유화학뿐 아니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화업체 대부분의 공통된 문제다.
회사를 진정 아낀다면 금호석유화학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먼저다. 경영진들과 하나의 팀이 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최소한 잡음을 만들어 회사 경영을 방해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박 전 상무가 회사 성장을 신경 쓰는 만큼 주주들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