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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AI 시대에 ‘일상을 꾸미는 행위’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
2026-10-23 10:37:2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손현주의 AI 인류학<br> (20) 추천받은 취향에 나의 시간과 기억을 더하기</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WpiCDQyOEG">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8d17dd5b349f04f16d975c8c3dc8978f9634276c51de15796bfb8fc31305ef9" dmcf-pid="YUnhwxWIr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냉꾸(냉장고 꾸미기) 등 사람들은 매일 사용하는 사물의 이름 뒤에 꾸미기를 붙이며 새로운 일상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4671wlgk.jpg" data-org-width="800" dmcf-mid="PWzGlLtWr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4671wlgk.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냉꾸(냉장고 꾸미기) 등 사람들은 매일 사용하는 사물의 이름 뒤에 꾸미기를 붙이며 새로운 일상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9983dfbb781ee55dc4860c987f47414b4039bad1f2c983af33d9de86afd6aa4c" dmcf-pid="GqaTOdXSDW" dmcf-ptype="general"> 출근길 만원 지하철과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고백하고 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침묵하고 있지만, 그들의 사물은 때로 말보다 솔직하다. 묵직한 백팩 옆에 매달린 손바닥만 한 인형들, 낡은 스니커즈 끝에서 반짝이는 작은 금속 참(charm), 구멍마다 캐릭터 장식을 빼곡히 꽂은 크록스, 여행지에서 사 온 스티커와 손때 묻은 캐릭터가 겹겹이 붙은 텀블러. 언뜻 보면 유치하고 사소한 장식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런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 오늘의 인간은 자신의 가장 사적인 취향과 기억을 숨겨두고 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eb12743cd73fbef7fca49db59ac8ad9b8f6a1d68614791470b55f50ae69313b" dmcf-pid="HBNyIJZvm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5864dtnh.jpg" data-org-width="300" dmcf-mid="QMXsc8Srr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5864dtnh.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5dabd063e201f26165b8a759b8acedcd647dc5db505ec12df0b1473491f72ae2" dmcf-pid="XbjWCi5TDT" dmcf-ptype="general"> 초가을 어느 늦은 오후, 번화가 골목의 한 카페에서 마주친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스물두 살 남짓 되어 보이는 한 여성이 창가에 앉아 두툼한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있었다. 손에는 매끄러운 태블릿도, 노트북도 없었다. 작은 파우치에서 스티커 하나를 꺼내 종이 위에 올리고는 한참을 바라봤다. 오른쪽 귀퉁이에 붙였다가 다시 떼고, 몇 밀리미터 위로 옮겨 붙였다. 그 옆에는 카페 영수증과 영화표, 꾸미기용 종이테이프 조각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p> <p contents-hash="f5372a56f33e4446c2a904952bd8e5bc84d5649e8d559e02bc3edd29df3be307" dmcf-pid="ZKAYhn1yOv" dmcf-ptype="general">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모든 것을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해주는 시대에 우리는 왜 일부러 이런 수고를 하는 것일까.</p> <p contents-hash="86bcd76b27eafcd1ca8470b9ec28706c3c76e0a675be907ecc8ae4643ba73c0b" dmcf-pid="59cGlLtWrS" dmcf-ptype="general">그 손짓에는 묘한 집중이 있었다.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빠져나온 듯한 고요였다. 단순한 취미라기보다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 작은 의례처럼 보였다.</p> <p contents-hash="118560da3a4066c4ee91ef45cfb16120850ed022cface95b01f8b2d847368bda" dmcf-pid="12kHSoFYIl" dmcf-ptype="general"><strong>세대와 일상을 가로지르는 꾸미기</strong></p> <p contents-hash="b42698cf16c77587c0ab6730b178b585a8aaa2ea6bb12c04b64fc984a0eee56a" dmcf-pid="tVEXvg3GEh" dmcf-ptype="general">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 신꾸는 신발 꾸미기, 백꾸는 가방 꾸미기, 텀꾸는 텀블러 꾸미기다. 여기에 키꾸(키링), 냉꾸(냉장고)까지 등장했다. 휴대폰 케이스를 꾸미는 폰꾸, 사원증 목걸이를 꾸미는 사꾸라는 말도 들린다. 사람들은 매일 사용하는 사물의 이름 뒤에 꾸미기를 붙이며 새로운 일상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p> <p contents-hash="cf9bda304fbdd26134e274f7c523a880926fc42127698315cdecf3259caf932c" dmcf-pid="FfDZTa0HEC" dmcf-ptype="general">대상은 달라도 이 행위들을 관통하는 욕망은 비슷하다. 대량 생산된 물건을 기어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p> <p contents-hash="998ba725909755526862337c55a46b0a1dfd0ffe7f8732aeb8242a53386e6fed" dmcf-pid="34w5yNpXEI" dmcf-ptype="general">이 현상을 단순히 Z세대의 독특한 유행으로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백꾸와 신꾸는 이미 패션과 유통업계의 중요한 소비문화가 되었고, 20대뿐 아니라 30대와 40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수십만 원짜리 백 참을 별도 상품으로 내놓고, 동네 생활용품점 한쪽 벽은 천원짜리 스티커와 키링으로 가득 찬다. 주말 문구 박람회에는 아이 손을 잡은 부모와 퇴근길 직장인이 함께 줄을 선다. 꾸미기는 한 세대의 반짝이는 유행이라기보다 일상 깊숙이 스며든 문화적 습관에 가깝다.</p> <p contents-hash="f141aa90f16c70b4696a2bfd32efb73bb1000f56c9ee2eae38072f0276a63375" dmcf-pid="08r1WjUZOO" dmcf-ptype="general">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기술이 가장 고도화된 시대에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p> <p contents-hash="1c66bd3ec212e496cc5198c4ae956ae0eb093078bb7eafe088192bc254d6dcb3" dmcf-pid="p6mtYAu5ws" dmcf-ptype="general">스마트폰 하나면 일정과 사진과 메모를 모두 관리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종이 다이어리를 펼친다. 사진은 클라우드에 수만 장 저장되어 있지만, 굳이 즉석카메라로 한 장을 뽑아 다이어리에 붙인다. 완성된 디자인 상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가방에 다시 키링을 달고 신발에 장식을 붙인다. 손으로 만지고, 덧붙이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p> <p contents-hash="85b4d83374eb6852ff2d8cb6de5ceb835750bed257b3df12e9700c068d5cbafe" dmcf-pid="UPsFGc71Im" dmcf-ptype="general">원래 다이어리는 일정과 마감일을 관리하는 효율성의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 다이어리는 감정을 기록하고 기억을 붙잡아두는 사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신발을 꾸미는 일은 이동하는 물건에 자신의 보폭을 새기는 일이며, 가방을 꾸미는 것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작은 정체성 전시관을 만드는 일이다. 텀블러를 꾸미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에 온기를 더하는 행위이고, 냉장고를 꾸미는 것은 생활공간의 표면을 자신의 기억 지도로 바꾸는 일이다. 기능은 같지만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802a80113f9abed655ff64864af03952e7db1f824bf2946d5d47ee05706e4250" dmcf-pid="uQO3Hkztm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물건에는 기억과 관계, 과거의 내가 달라붙어 있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7127siap.jpg" data-org-width="800" dmcf-mid="x3Mq3OV7m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7127sia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물건에는 기억과 관계, 과거의 내가 달라붙어 있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4b786cd36f687c88b1092d3374f092d3960ade5c082f2f6d2afd83a477efe8da" dmcf-pid="7xI0XEqFww" dmcf-ptype="general"><strong>확장된 자아와 선택의 역설</strong></p> <p contents-hash="5ce3d2163fca5d8a0f1d956080ade4760dd70c43267e0b1a441661270a5327eb" dmcf-pid="zNXVzvQ9DD" dmcf-ptype="general">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소비자행동학자 러셀 벨크가 1988년 제시한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 개념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벨크는 우리가 소유한 물건이 단순히 내가 가진 것에 머물지 않고 때로는 나를 구성하는 일부가 된다고 보았다.</p> <p contents-hash="1c582f089047859e6a60fd56faa2be8a7a4d8f0889d1efd85f957eb8d84ec8e0" dmcf-pid="qjZfqTx2EE" dmcf-ptype="general">오래 사용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건에는 기억과 관계, 과거의 내가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a72fa93ef8b875361d7c864bbec7e376bebca0cdd882cc28c6b71caaca9796b3" dmcf-pid="BA54ByMVsk" dmcf-ptype="general">친구에게 받은 키링과 여행지 골목에서 산 스티커 한 장은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장식품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흔적이고, 시간의 저장장치다.</p> <p contents-hash="1fc58369307aa35ee093054e99a746c29ee10df18f62041291de9a7c3ffa7bd0" dmcf-pid="bc18bWRfIc" dmcf-ptype="general">그러나 꾸미기를 자본주의나 알고리즘에 대한 순수한 저항으로 낭만화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무엇을 귀엽다고 느끼고, 어떤 캐릭터를 사고 싶어 하는지는 SNS와 유행, 플랫폼의 추천과 마케팅에 영향을 받는다.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산 키링이 어느 날 수십만 명의 가방에 똑같이 매달려 있는 역설도 생긴다.</p> <p contents-hash="75b5792d970dee3c0debe5ac8b4d11f67ec7c40c08fb9f0114216b2c1da22094" dmcf-pid="Kkt6KYe4rA" dmcf-ptype="general">우리는 완전히 자유롭게 취향을 만드는 존재도 아니고,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도 아니다.</p> <p contents-hash="e3677d5d519211269af46ff05d2dd32f7071ac449e6d353a896d0b66612062a0" dmcf-pid="9EFP9Gd8wj" dmcf-ptype="general">중요한 것은 추천이 끝난 다음이다. 시장이 건넨 재료를 어떻게 조합할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 거기에 어떤 기억을 연결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꾸미기는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행위다. 추천받은 취향을 재료로 다시 ‘나’를 만드는 일이다.</p> <p contents-hash="a866b590aa09c2d37c1bcf2b1a4951b5d3642c72b81973c0b748e02c8dfb3dc6" dmcf-pid="2D3Q2HJ6wN" dmcf-ptype="general"><strong>AI는 결과를 만들고, 인간은 시간을 살아낸다</strong></p> <p contents-hash="308e74d963bf8c3ef20dda4d8806f7a3ceb968f663f093cdc9944a4e1627e11c" dmcf-pid="Vw0xVXiPwa" dmcf-ptype="general">AI 시대의 꾸미기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p> <p contents-hash="6dde22ef8c981e66204f54770039463c9f1e4bbaeff37ec0497da3b9b29609e4" dmcf-pid="frpMfZnQsg" dmcf-ptype="general">AI는 이제 몇 초 만에 아름다운 다이어리 지면을 디자인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색과 캐릭터를 추천하며, 수십 가지 조합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결과를 골라낼 수 있다.</p> <p contents-hash="87d428ca5ed735f834160fd8c5564c934c56488dd28dda2e9a2fb9c8f10b98fe" dmcf-pid="4mUR45Lxmo" dmcf-ptype="general">그렇다고 ‘AI는 효율적이고 인간은 비효율적이다’라는 단순한 대립을 만들 필요는 없다. AI 역시 인간의 훌륭한 창작 도구이며, 손으로 꾸미는 행위 역시 SNS의 ‘좋아요’와 소비문화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AI로 만든 도안을 인쇄해 직접 오려 붙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술과 손은 생각보다 사이좋게 섞인다.</p> <p contents-hash="b4fd1cb9ce783966066108d91a811e9e1b01abbf0e6f8ed302543afbb0f05015" dmcf-pid="8sue81oMrL" dmcf-ptype="general">차이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스티커 하나를 붙였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떼는 시간, 친구가 준 키링을 어느 가방에 달지 고민하는 시간, 여행지에서 산 자석을 냉장고 어느 자리에 놓을지 망설이는 시간. 결과만 놓고 보면 불필요한 시간이다.</p> <p contents-hash="49495ccf0ee269806ba8d95bad7852d41114bca299c3b7692a36cacc2fd9da5a" dmcf-pid="6O7d6tgROn" dmcf-ptype="general">그러나 인간에게는 그 비효율 자체가 경험이다. AI는 몇초만에 완성도 높은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스티커를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보낸 30분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p> <p contents-hash="9fa1184f74247453d20e8fb8bfdc9f233d4eb6683f45e6f16bdf700aae635531" dmcf-pid="PIzJPFaeri" dmcf-ptype="general">AI 시대에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AI가 인간처럼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수고를 여전히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75aef2d5d8dff15ff8bda6d1e2a31fe4740f63eb3ee151cb5a96e4b5445a1162" dmcf-pid="QCqiQ3NdwJ"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꾸미기의 핵심은 ‘나’를 표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기억을 사물에 쌓는 행위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8352xtvl.jpg" data-org-width="800" dmcf-mid="yb54ByMVw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3/hani/20261023103628352xtv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꾸미기의 핵심은 ‘나’를 표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기억을 사물에 쌓는 행위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11012f01b053bedbbc20a1957586de693165638b9571f26a4210ec0804f2a037" dmcf-pid="xhBnx0jJDd" dmcf-ptype="general"><strong>진정성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strong></p> <p contents-hash="4ab90f63d01831b6986556b1f86dde0dc1c7a7128c8619f12b41081540828470" dmcf-pid="ybjWCi5TOe" dmcf-ptype="general">철학자 찰스 테일러가 현대사회를 논하면서 강조했던 진정성의 문제도 이 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는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진정성이 자기도취로 흐를 위험을 경계했다.</p> <p contents-hash="002e70e44b65b82f9c77cfb4fea667d3d67dd37fb1f70300392513f6f078d16a" dmcf-pid="WKAYhn1ysR" dmcf-ptype="general">진정성을 단순히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자유로만 이해하면 그것은 쉽게 소비자의 취향 문제로 축소된다. 그러나 테일러가 말한 진정성은 타인과 단절된 고립된 자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관계와 공동의 의미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한다.</p> <p contents-hash="38f589f49bc4dfe0adbb62f3c2b3e718d5f0191e10de7ec36034b98618e91a13" dmcf-pid="Y9cGlLtWmM" dmcf-ptype="general">그렇기 때문에 친구가 여행에서 건네준 스티커 한 장과 연인과 함께 고른 조잡한 열쇠고리는 대체하기 어렵다.</p> <p contents-hash="e19a4108adcbd246665c83bd915f95a766674ef0d985905bd8e8c1c8f6e33a69" dmcf-pid="G2kHSoFYmx" dmcf-ptype="general">물건 자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 누군가와 함께 살아낸 시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01468af9617f175b8087b7e8a0cc4a9cc359ec7658ee31a63d69f6ba632538a2" dmcf-pid="HVEXvg3GrQ" dmcf-ptype="general">꾸미기의 핵심도 결국 여기에 있다. 소유물이 ‘나’를 표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기억이 사물에 쌓인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담는 작은 기록물이 된다.</p> <p contents-hash="972082496c44b711e726b278d991930df47343c4834b0dd547d6db532552305f" dmcf-pid="XfDZTa0HwP" dmcf-ptype="general"><strong>기억을 입은 사물</strong></p> <p contents-hash="655bcb74ee059c410af2df3b6f73ca9b1d353f2f9e0c2318fefcbaa2cd4344ae" dmcf-pid="Z4w5yNpXs6" dmcf-ptype="general">결국 꾸미기는 시대를 향한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p> <p contents-hash="d7aa90fdf3258e8fb1169c2f172a6cdcd97add0ddaad73dfe0c6d4bd65320d39" dmcf-pid="58r1WjUZI8" dmcf-ptype="general">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그 위에 자신의 시간과 관계와 기억을 덧입히는 작고 인간적인 실천이다. 기업은 똑같은 텀블러와 가방과 다이어리를 수십만 개 만들어낼 수 있다. 알고리즘은 그 가운데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골라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오래 사용하며 생긴 흠집, 친구가 건넨 스티커, 여행지에서 산 자석, 어느 오후 별생각 없이 달아놓은 키링까지 미리 설계할 수는 없다.</p> <p contents-hash="2f9cf9fb2d3bb379df1fd02d09d4917e3a899d80535b5deffb569ae328ecc7a7" dmcf-pid="16mtYAu5D4" dmcf-ptype="general">추천은 취향의 시작일 수 있지만, 기억까지 추천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빠르게 생성되고 추천되고 최적화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한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완제품을 배송받는 편리함과 그것을 오랫동안 만지고 고치며 내 것으로 길들이는 기쁨은 서로 다른 경험이다.</p> <p contents-hash="5c1de5fb5686124fd682cd90e254a816195c98bcad49f0f3c83826845badc907" dmcf-pid="tPsFGc71rf" dmcf-ptype="general">몇년 뒤 먼지가 쌓인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을 때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세련된 디자인이 아니다. 삐뚤게 붙은 스티커 아래 숨어 있는 그날의 나이고, 옆에 적힌 한 줄의 문장이며, 이제는 멀어진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이다. 빛바랜 영화표 한 장이 그날 날씨와 극장 앞 붕어빵 냄새까지 불러오는 것처럼.</p> <p contents-hash="15c6560994a95735a18d0f561b0a458765ff24d70507c518d1f482c6106e7504" dmcf-pid="FQO3HkztIV" dmcf-ptype="general">그래서 우리는 자꾸 꾸민다. 더 예쁜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물건을 갖기 위해서만도 아니다. 대량 생산된 사물에 나의 시간과 관계와 기억을 덧입혀 쉽게 버릴 수 없는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다.</p> <p contents-hash="af8c1770fe7c6b155d5cc4f687cbed53987fb91093bfa883dc0946ec22210242" dmcf-pid="3xI0XEqFm2" dmcf-ptype="general">AI가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점점 더 정확하게 추천해주는 시대에도, 무엇을 오래 사랑하게 될지는 결국 우리가 살아낸 시간이 결정한다.</p> <p contents-hash="8d5e1de963d45795e7d01d746847bf53e7a1e450de3c10fd40658981c5456cea" dmcf-pid="0MCpZDB3I9" dmcf-ptype="general">손현주/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미래학)</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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