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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종석의 그라운드] 안방까지 내준 한국 정구, '일본 공습'에 흔들린 이유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
2026-07-02 09:24: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순창오픈·코리아컵서 잇따라 확인된 일본 강세<br>세대교체 실패와 저변 축소가 만든 구조적 경고음<br>전통 학교 해체 위기와 외국인 영입 러시 우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02/0000013638_001_20260702092416556.png" alt="" /><em class="img_desc">순창오픈에서 2관왕에 오른 순창군청 하야시다 리코. 대한정구협회 제공</em></span></div><br><br>한국 정구가 안방에서 매서운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전북 순창에서 열린 2026 순창오픈 종합정구대회는 단순한 국제대회 결과표가 아니었습니다. 한국 정구가 어디쯤 서 있는지, 일본과의 격차가 어느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현장 보고서에 가까웠습니다.<br><br> 대한정구협회가 배포한 결과에 따르면 순창오픈 일반부 결승에서 일본 선수들의 존재감은 뚜렷했습니다. 여자 단식에서는 순창군청 소속 일본 선수 하야시다 리코가 NH농협은행 김예슬을 4-2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혼합복식에서도 하야시다 리코-이호한 조가 배이수-노은지 조를 5-2로 눌렀습니다. 남자 복식 결승에서는 일본 ONE의 후네미즈 하야토-아다치 센 조가 이천시청 백경훈-이요한 조를 5-4로 제압했습니다.<br><br> 불과 지난주 코리아컵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일본 국가대표가 5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을 휩쓸었습니다. 한때 한국 정구가 홈 코트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던 종목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흐름은 일시적 부진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안방을 내준 것이 아니라, 안방을 지킬 체력이 먼저 빠진 셈입니다.<br><br> 후네미즈는 내년부터 다시 지난해까지 뛰었던 수원시청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남녀 실업팀에서는 "수원시청이나 순창군청처럼 일본 국가대표 출신 선수를 영입해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옵니다. 실업팀 처지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로 더 뛰어난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면, 외국인 선수를 마다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02/0000013638_002_20260702092416608.png" alt="" /><em class="img_desc">일본 정구의 최고 스타였던 후네미즈 하야토는 내년부터 다시 수원시청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동아일보 캡처</em></span></div><br><br>그러나 이 흐름이 러시로 번지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당장의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국내 선수의 일자리와 성장 기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업팀 문턱이 외국인 선수로 채워질수록 한국 정구 선수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성적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정구 생태계를 더 마르게 하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br><br> 문제는 경기력 이전의 구조입니다. 한국 정구는 세대교체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실업팀과 일부 강호 학교를 중심으로 버텨왔지만, 다음 세대를 두껍게 받쳐줄 선수층은 얇아졌습니다. 인구 감소와 학교 운동부 축소 흐름 속에서 정구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줄었고, 우수 선수를 조기에 넓게 찾아낼 통로도 좁아졌습니다.<br><br> 상징적인 장면도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 무학여고 정구부도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학여고 해체는 단순히 한 팀이 없어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 측이 교내 테니스 코트를 철거하고 건물 신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코트를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구부까지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고교 팀의 위기가 초·중·고로 이어지는 해체 도미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br><br> 체전 규정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전국체전은 엔트리 6명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전에 참가해야 개인전 출전이 허용되는 구조입니다. 단체전 팀 구성이 어려운 학교나 지역의 선수는 개인 실력이 있어도 개인전 무대에 설 수 없습니다. 물론 이 규정이 단체전 기반을 유지하고 정구 저변을 넓히기 위한 장치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개인전만 남고 단체전이 무너지면 학교 운동부와 지역 팀의 존립 기반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br><br>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전 엔트리를 채우기 위해 일반 학생을 정구팀에 포함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합니다. 해당 학생의 동의를 얻거나, 정구에 관심이 있거나, 체육 계열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력과 지속적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제도의 취지를 살린 정상적 선수 발굴이라기보다, 규정 요건을 맞추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02/0000013638_003_20260702092416733.png" alt="" /><em class="img_desc">한국과 일본의 정구 실력 격차는 이미 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em></span></div><br><br>소년체전도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한정구협회 정인선 회장(연세아이미스템의원 원장)의 노력으로 개인전 신설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초등학교 시절 전 학년에 걸쳐 두 번만 출전할 수 있도록 한 제한 규정이 논란입니다. 어린 선수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5, 6학년 선수 위주로 소년체전 출전 기회가 돌아가고, 저학년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을 쌓기 어려워졌습니다. 유망주는 경기장에서 커집니다. 보호와 기회의 균형을 다시 따져봐야 할 시점입니다.<br><br> 반면 일본은 학교, 클럽, 지역 대회, 실업 무대가 촘촘하게 이어집니다. 국내 경쟁 자체가 대표 선발전 못지않은 압박을 만들고, 국제무대 경험을 쌓은 선수가 계속 나옵니다. 한국 선수 한두 명의 분전으로 맞설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br><br> 순창오픈과 코리아컵의 일본 강세는 패배의 기록이 아니라 구조 개혁의 알람입니다. 학교 저변 확대, 생활체육과 엘리트의 연결, 체전 규정 보완, 실업팀 역할 재정립, 전통 학교 운동부와 훈련장 보호가 함께 가지 않으면 다음 국제대회에서도 같은 제목을 반복하게 됩니다. 지도자 역량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가대표 감독 자리는 결코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 채우기 위한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br><br> 안방을 지키는 힘은 애국심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선수를 키우는 시스템, 실패를 기다리는 시간, 새 얼굴이 들어올 문, 그리고 아이들이 라켓을 잡을 코트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정구에 필요한 것은 일본을 탓하는 분노가 아니라, 일본에 무너진 이유를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그 인정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br><br>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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