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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종석의 그라운드]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사발렌카의 10게임 연속 패배 악몽, 파리의 혼돈을 상징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3
2026-06-04 08:41: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6-3, 4-1 리드에서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하고 역전패<br>- 시비옹테크·고프·사발렌카 탈락, 여자부는 새 챔피언 시대로<br>- 조코비치·시너도 사라진 남자부…롤랑가로스는 남녀 모두 이변의 무대</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4/0000013416_001_20260604084111346.png" alt="" /><em class="img_desc">아리나 사발렌카가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 8강에서 다이애나 슈나이더에게 역전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발렌카는 6-3, 4-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마지막 10게임을 내리 내줬다. 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캡처</em></span></div><br><br>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가 무너졌습니다. 상대에게 졌다기보다,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경기였습니다.<br><br>  사발렌카는 3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6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8강에서 러시아의 다이애나 슈나이더에게 2-1(6-3, 5-7, 0-6)로 역전패했습니다. 첫 세트를 잡았고, 2세트에서도 4-1까지 앞섰습니다. 흐름만 보면 4강행은 거의 사발렌카 쪽으로 기운 듯했습니다.<br><br>  하지만 그때부터 믿기 어려운 붕괴가 시작됐습니다. 사발렌카는 이후 마지막 10게임을 내리 빼앗겼습니다. 2세트 중반까지 코트를 지배하던 세계 1위의 강타는 갑자기 방향을 잃었습니다. 바람이 거셌고, 공은 흔들렸고, 사발렌카의 표정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공격은 조급해졌고, 실수는 쌓였습니다. 결국 3세트 스코어는 0-6이었습니다.<br><br>  스코어만 보면 이변입니다. 그러나 경기 흐름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충격적인 표현이 필요합니다. 압도하던 선수가 한순간에 사라진 경기였습니다.<br><br>  사발렌카는 경기 뒤 "지금은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정신적으로 깊은 충격에 빠진 듯한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The Guardian도 사발렌카가 경기 뒤 강한 정신적 타격을 드러냈고, 바람이 심한 상황에서 지붕을 닫지 않은 결정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4/0000013416_002_20260604084111415.png" alt="" /><em class="img_desc">다이애나 슈나이더가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를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슈나이더는 6-3, 1-4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10게임을 모두 따내며 파리의 새 얼굴로 떠올랐다. 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캡처</em></span></div><br><br>사발렌카는 강한 선수입니다. 파워로 상대를 밀어붙이고, 큰 경기에서도 주저하지 않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롤랑가로스는 그에게 아직 정복하지 못한 무대입니다. 하드코트 메이저대회에서는 이미 정상에 섰지만, 파리의 붉은 흙에서는 늘 무언가가 부족했습니다. 지난해 결승에서도 코코 고프에게 패했고, 올해는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사라진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습니다.<br><br>  그 부담이 오히려 그를 눌렀는지도 모릅니다. 시비옹테크가 탈락했고, 고프도 사라졌습니다. 대진표는 사발렌카에게 열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린 길은 때로 더 큰 압박이 됩니다. 모두가 "이제는 사발렌카의 차례"라고 말하는 순간, 그 기대가 세계 1위의 어깨 위에 올라탔습니다.<br><br>슈나이더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왼손잡이 특유의 각도와 강한 포핸드로 버텼고, 사발렌카가 흔들리는 순간 경기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첫 맞대결에서 세계 1위를 상대로 세트와 더블 브레이크 열세를 뒤집은 승리였습니다. 슈나이더에게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입니다.<br><br>  그런데 올해 롤랑가로스의 혼돈은 여자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자 단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코비치가 멈췄고, 시너도 사라졌습니다. 알카라스가 없는 대진표에서 남자부는 익숙한 권력의 이름을 하나씩 잃었습니다. 폰세카, 멘시크, 조다르, 코볼리 같은 새 얼굴들이 파리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br><br>  여자부에서는 시비옹테크, 고프, 사발렌카가 차례로 탈락했습니다. 남자부에서는 조코비치와 시너가 결승 레이스에서 사라졌습니다. 남녀 단식 모두에서 톱랭커가 줄줄이 무너진 대회. 올해 롤랑가로스는 단순히 이변이 많은 대회가 아니라, 테니스 권력의 지형이 흔들리는 대회로 기록될 만합니다.<br><br>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첫째는 클레이코트의 특성입니다. 롤랑가로스의 붉은 흙은 하드코트보다 더 많은 랠리와 인내를 요구합니다. 한두 방의 위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미끄러지는 풋워크와 수비 전환, 높게 튀는 공에 대한 적응력이 필요합니다. 강한 서브와 파워만으로 밀어붙이는 선수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무대입니다.<br><br>  둘째는 세대교체의 속도입니다. 이제 젊은 선수들은 이름값 앞에서 오래 주눅 들지 않습니다. 톱랭커를 만났다고 해서 초반부터 물러서지 않습니다. 슈나이더가 사발렌카를 상대로 보여준 것도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밀려도 버텼고, 기회가 오자 세계 1위의 불안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br><br>셋째는 심리적 부담입니다. 강자가 줄줄이 탈락한 대회에서는 살아남은 톱랭커에게 더 큰 기대가 쏠립니다. 대진표가 열렸다는 말은 곧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뀝니다. 사발렌카의 10게임 붕괴는 기술의 실패라기보다, 그 압박이 몸과 라켓을 동시에 굳게 만든 장면에 가까웠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4/0000013416_003_20260604084111500.png" alt="" /><em class="img_desc">폴란드의 마야 흐바린스카가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 8강에서 안나 칼린스카야를 꺾고 4강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예선 통과자인 흐바린스카는 슈나이더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캡처</em></span></div><br><br>이날 여자부의 또 다른 8강에서도 이변은 이어졌습니다. 폴란드의 예선 통과자 마야 흐바린스카가 안나 칼린스카야를 꺾고 4강에 올랐습니다. 흐바린스카 역시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입니다. 이제 슈나이더와 흐바린스카가 결승행을 다툽니다. 누가 이기든 결승 무대에는 새로운 얼굴이 서게 됩니다.<br><br>  올해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은 익숙한 질서가 무너지는 대회가 됐습니다. 이 대회 4회 우승자 이가 시비옹테크는 마르타 코스튜크에게 졌습니다. 지난해 우승자 고프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1위 사발렌카마저 8강에서 멈췄습니다.<br><br>  이쯤 되면 단순한 이변의 연속이 아닙니다. 여자 테니스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 명의 절대 강자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대회마다 다른 얼굴이 왕좌를 노리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남자부 역시 비슷합니다. 빅3 이후의 질서가 완전히 굳어지기도 전에, 다시 또 다른 세대가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br><br>  사발렌카에게 이번 패배는 단순한 8강 탈락이 아닙니다. 6-3, 4-1에서 시작된 10게임의 악몽입니다. 세계 1위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아무리 강한 선수도 마음이 먼저 꺾이면 라켓은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br><br>  물론 사발렌카의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곧 잔디 시즌이 시작되고, 윔블던이 기다립니다. 하지만 파리에서 남긴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강합니다. 문제는 그 강함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느냐입니다.<br><br>  슈나이더는 생애 최고의 승리를 거뒀고, 흐바린스카는 꿈같은 4강에 올랐습니다. 코스튜크와 안드레예바의 다른 4강도 새로운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남자부도 익숙한 이름 대신 새로운 얼굴들의 무대가 됐습니다.<br><br>  올해 롤랑가로스는 분명해졌습니다.<br><br>  남녀 단식 모두에서 기존 질서는 흔들렸고, 파리는 새 챔피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br><br>  그리고 그 문이 열린 순간, 세계 1위 사발렌카는 10게임의 어둠 속에 서 있었습니다.<br><br>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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