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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잠실야구장을 떠나보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 LG와 두산이 한국시리즈 7차전을 치른다면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3
2026-04-11 04:01: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4/11/0000057411_001_20260411040106467.gif" alt="" /><em class="img_desc">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전경 photo 뉴스1</em></span></div><br><br>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게는 어린 시절 처음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날의 기억이 바로 그렇다. 잠실학생체육관 쪽 주차장에서 출발해 걸어가다 야구장의 웅장한 모습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올 때부터 가슴이 미친듯이 두근댔다. 그건 단순한 설렘이 아니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존재에 압도당하는 느낌, 일종의 경외감이었다.<br><br>야구장 앞 김밥과 맥주를 파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 유니폼을 입고 입장권 판매 부스가 열리길 기다리는 팬들의 활기는 그 자체로 축제였다. 복도 판매대에서 선수 사진과 사인이 담긴 공중전화카드를 샀을 때의 소소한 기쁨, 그리고 마침내 내야 출입구를 지나 그라운드와 마주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구장과 수많은 사람들, 초록 잔디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세상 걱정 없이 행복해 보였고, 스피커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최신 유행가는 흥겨웠다. 그날 이후 야구장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즐거운 장소'로 각인됐다.<br><br>경기를 앞두고 관중석으로 사인볼을 던져주던 선수들, 전광판에 뜬 '타구장 소식'에서 라이벌 팀의 패배 소식에 우레 같은 함성을 내지르던 팬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치어리더 없는 3루 원정 응원단상에서는 목발을 짚은 비공식 응원단장이 나서서 호응을 유도했다. 경기 후반에는 관중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흥에 겨워 노래를 합창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파도타기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넘실댔다. 8회가 지나면 무료입장한 관중들까지 한데 얽혀 분위기는 한 단계 더 달아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야 너머 잠실을 가득 채우는 주황빛 노을. 그 광경은 언제 봐도 조금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웠다.<br><br><strong>45년 만에 새 단장하는 잠실야구장</strong><br><br>잠실야구장과의 첫 만남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이후로도 주말이면 뭐에 홀린 것처럼 잠실을 찾곤 했다. 매진돼서 표를 구하지 못한 날에도 야구장 주변을 서성이며 안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기울였다. 야구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경기 상황을 읽으려 했고, 정 못 견딜 때는 공중전화로 달려가 700 서비스로 경기 상황을 전해 들었다. 비온 뒤의 잔디 냄새, 경기장의 들뜬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 따스했던 햇살, 그 시절 유행가의 전주까지도. 모두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울적해지곤 한다.<br><br>하긴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 잠실에 얽힌 추억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45년 동안 수많은 야구팬이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세월과 추억을 새겨온 장소. 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들어선 날의 두근거림을 간직한 사람도 있고, 응원팀 홈런에 옆자리 모르는 사람과 부둥켜안았던 기억을 품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패색이 짙은 경기에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왔다가 역전승 소식에 후회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잠실야구장은 그렇게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그렇게 보면 잠실은 단순한 건축물이나 야구장이 아니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서 사람들 각자의 세월과 추억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였다. 그 잠실야구장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br><br>1980년 착공해 1982년 문을 연 잠실의 역사는 곧 한국야구 대기록의 역사다. 1982년 7월 17일 경북고 류중일이 부산고 김종석을 상대로 잠실 1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프로야구 첫 경기는 같은 해 8월 1일 롯데 자이언츠·MBC 청룡(현 LG 트윈스)전이었다. 1982년 9월에는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주경기장으로,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야구 경기장으로 활용됐다. 이후 198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시리즈 중립경기가 열렸고, 올스타전은 1983년부터 2022년까지 13회 개최됐다. 1983년부터 MBC 청룡이 본격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1986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가 합류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시대가 시작됐다. 한 구장을 두 팀이 40년 넘게 공유한 건 역사가 더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에도 유례없는 일이다.<br><br>잠실에서 펼쳐진 명승부는 한국 프로야구의 연대기 그 자체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3점 홈런으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롯데 최동원이 혼자 4승을 거두는 활약으로 우승을 가져갔고, 1993년 한국시리즈 잠실 7차전에선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최다 도루 타이(7개)와 최다 연속 도루 성공(7회)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1994년 한국시리즈 1차전도 잊을 수 없다. 1 대 1 동점으로 맞선 연장 11회, LG의 대타 김선진이 태평양 김홍집의 141구째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LG는 이후 4전 전승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br><br>2003년 한국시리즈는 세 차례 무승부가 나오며 사상 최초로 9차전까지 간 최장의 시리즈였다. 빗속의 9차전에서 현대 유니콘스가 삼성을 8 대 7로 꺾고 우승했다.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우승으로 기록된 경기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는 5 대 5로 팽팽하던 9회 말, KIA 나지완이 SK 마무리 채병용의 6구째를 받아쳐 좌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KBO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삼성 최형우가 역전 끝내기 2루타로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의 끝내기 역전타를 기록했다.<br><br>2023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LG 트윈스가 KT 위즈를 6 대 2로 이기며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잠실새내 일대는 우승을 자축하는 LG 팬들의 괴성과 노랫소리로 밤새 시끌벅적했다. LG 팬이 아닌 이들도 함께 어울려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엔 대전에서 우승하고 별도로 진행한 뒤풀이 행사가 잠실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br><br>잠실의 영웅들은 시대마다 이름을 바꿨다. 1990년대 LG 전성기엔 이상훈과 김용수가 있었고, 류지현-김재현-서용빈의 '신인 트리오'가 이끄는 신바람 야구가 젊은 여성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이웃 두산에선 박철순부터 시작해 장호연, 김상진, 김상호, 김광림이 전성기를 보냈고 2000년 잠실 최초 장외포의 주인공 김동주와 외국인 선수 최초 3관왕 타이론 우즈가 있었다. 암흑기를 견디며 잠실을 지킨 LG 박용택, 2010년대 두산 왕조의 주역 김현수와 양의지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최근의 기억은 2023년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으로 29년 만의 LG 우승을 견인한 오지환이다.<br><br><strong>2031년 돔구장으로 재개장</strong><br><br>이런 추억들이 이제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마친 뒤인 12월 철거된다. 같은 자리에 3만5000석 규모의 최신식 돔구장이 2031년 완공을 목표로 들어선다. 360도 개방형 콘코스와 스카이박스·필드박스·패밀리존 등 프리미엄석을 갖추며, 토론토 로저스센터처럼 호텔과 연계 조성할 예정이다. 잠실야구장의 추억과 기록은 돔구장 내 기념관에 보존될 예정이다. 공사 기간인 2027년부터 2031년까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올림픽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한 임시 야구장(1만8000여석, 포스트시즌 시 3만석 이상 확대)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br><br>KBO는 45년 역사에 대한 존중을 담아 올해 올스타전 개최지를 잠실로 낙점했다. KBO는 "2027년부터 대체 구장을 사용하게 되는 만큼, 정규시즌이 열리는 마지막 해에 잠실에서 올스타전을 여는 것이 상징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구장 내 포토존과 추억 전시, 굿즈 출시 등 고별 시즌 이벤트를 기획 중이며, 은퇴 선수 모임인 일구회도 시즌 종료 후 '레전드 게임'을 추진한다. 김광수 일구회장은 "이번 게임은 선수와 팬이 마지막으로 하나되는 자리"라며 "야구를 사랑해주신 분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br><br>물론 잠실과 작별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방법이 있다면, 그건 LG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일 거다. 40년 넘게 한 지붕 아래 지내온 두 팀이지만, 가장 높은 곳인 한국시리즈에서 마주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br><br>역대 기록을 훑어보면 두 팀의 엇갈림이 신기할 정도다. LG가 1990년, 1994년, 2023년, 2025년 우승할 때 두산(OB)은 가을야구에서 탈락하거나 한국시리즈까지 가지 못했다. 두산이 1995년, 2001년, 2015년, 2016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해에는 LG가 먼저 짐을 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네 차례,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맞붙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끝내 만나지 않았다. 45년 역사를 통틀어 두 팀의 한국시리즈 대결 횟수가 0이라는 사실은 통계로는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우연이다.<br><br><strong>순수한 잠실 시리즈 한 번도 없어</strong><br><br>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전력상으론 가능성이 충분하다. LG는 지난해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염경엽 감독도 "잠실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두산 역시 의욕적인 전력 보강으로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2022년 SSG 랜더스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이끈 김원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기대감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두 팀 모두 시즌 초반 예상보다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전력 자체를 의심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br><br>그동안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는 많았지만, 1차전부터 7차전까지 모든 경기가 오직 잠실에서만 치러지는 순수 잠실 시리즈는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올해 그 매치업이 성사된다면, 서울 팬들은 물론 야구계 사람들이 40년 넘게 품어온 로망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밤이 될 거다. 한 지붕을 공유하면서도 끝내 한국시리즈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두 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을 결전을 치르는 밤. 저마다의 기억 속에 잠실을 새겼던 수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같은 곳에서 같은 감정을 나누는 밤. 잠실새내 일대가 밤새도록 LG 팬과 두산 팬의 노랫소리와 이야기꽃으로 넘쳐나는 밤. 올해가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밤이 현실이 된다면, 아쉽지만, 그때는 잠실야구장을 조금은 더 흔쾌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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