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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탱탱볼' 또 나왔다?…KBO 공인구 음모론 반전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7
2026-04-04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4/04/0000057197_001_20260404040009443.gif" alt="" /><em class="img_desc">photo 두산베어스</em></span></div><br><br>"공이 생각보다 더 강하게, 더 멀리 날아가는 것 같다."<br><br>"확실히 다른 것 같다. 탱탱볼이다."<br><br>"공이 이상하다.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다."<br><br>'공인구 논란'이 한창인 올해 KBO리그 현장에서 나온 볼멘소리가 아니다. 몇 년 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만난 선수들 사이에서 나왔던 소리다. 재미난 점은 그보다 훨씬 몇 년 전에도, 다른 선수와 코치들이 비슷한 소리를 비슷한 표정으로 했다는 거다. 말하는 사람과 시대는 달라도 근거는 동일하다. "공이 이상하다"는 불신. 투수가 바뀌고 타자가 바뀌어도 시즌 개막 때면 신기할 정도로 같은 레퍼토리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백신 음모론이나 선거 때마다 나오는 부정선거 음모론처럼 죽지도 않고 반복되는 '공인구 음모론'이다.<br><br><strong>시범경기부터 홈런 잔치… 올해만의 일?</strong><br><br>올해 KBO리그 시범경기 60경기에선 총 119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경기당 1.98개로, 지난해 시범경기(42경기·53개·경기당 1.26개)보다 57.1% 증가한 수치다. 시범경기 홈런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건 역대 최다였던 2016년(140개) 이후 10년 만이다. 개막 2연전에서도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이틀 사이 24방의 홈런이 쏟아졌고, 리그 평균자책은 6.00까지 치솟았다. KT와 한화는 팀 타율 0.382, 0.360을 각각 찍었다.<br><br>숫자도 숫자지만 홈런 타자 명단이 더 놀랍다. 한화 강백호나 SSG 최정이 친 홈런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LG 이재원, 한화 허인서, SSG 고명준도 거포 기대주니까 어깨를 으쓱, 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아래다. 커리어 내내 홈런과 거리가 멀었던 두산 정수빈, 지난 3년간 1군 홈런이 없던 KT 한승택, 역시 교타자인 롯데 신윤후가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2개씩 담장을 넘겼다. 참고로 정수빈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6개다. "저 타자들이 어떻게 저런 홈런을?"이란 놀라움은 "홈런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게 이상하다"는 의심과 합해져 자연스럽게 "공인구가 이상하다"는 음모론으로 이어졌다.<br><br>그런데 이 풍경,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4년 개막 초반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4월 한 달 동안 41타석당 한 번꼴로 홈런이 터지자 야구팬들 사이에 탱탱볼 논란이 들끓었다. 2020년에도 시즌 초반 홈런이 폭죽처럼 쏟아지자 "공이 작년보다 더 멀리 나가는 것 같다"는 음모론이 번졌다. 2019년에는 거꾸로 홈런이 뚝 끊기자 '돌탱볼'이라는 정반대 별명이 붙었다. 홈런이 쏟아지면 탱탱볼이라 의심하고, 홈런이 줄면 의심이 반대를 향한다. 이러나 저러나 KBO와 공인구는 매번 도마에 오른다.<br><br>백신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있는 건 백신 접종으로 실제 부작용을 경험한 극소수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수와 부실 운영이 사실로 드러난 일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신자들이 나온다. 공인구 음모론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의혹의 대부분은 투수는 투수 입장에서 '홈런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불평하고, 타자는 타자 입장에서 '홈런이 너무 안 나온다'고 투덜대는 걸 주기적으로 주고받는 수준이다. 자기 실력이 아니라 외부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 보니 'KBO가 공인구를 조작한다' '공인구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4/04/0000057197_002_20260404040009476.gif" alt="" /><em class="img_desc">photo 두산베어스</em></span></div><br><br><strong>전 구단 동일한 공인구 사용 </strong><br><br>구단마다 다른 제조사의 공을 쓰던 시절엔 탱탱볼 논란이 제기된 일부 제조사의 반발계수가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을 빚었다. 이 논란은 이후 KBO가 전 구단 전 구장에서 동일한 공인구를 사용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단일 공인구 체제도 완벽한 해답이 되지는 못했다. 현재 1군 공인구 제조사 스카이라인은 2013년 해외에서 생산한 공을 국내산으로 허위 표기해 관세청에 적발됐다. 이듬해인 2014년엔 양모 함량을 실제보다 높게 표기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br><br>KBO의 말과 실제 결과가 달라서 생긴 논란도 있었다. KBO는 2019년 극심한 타고투저를 완화하겠다며 공인구 반발계수 기준을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그해 3월 1차 수시검사 결과, 샘플 3타 중 2타의 반발계수가 새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건 초과 수치가 낮추기 이전의 기존 기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반발력을 낮추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는데 실제로는 달라진 게 없었던 셈이다. KBO는 스카이라인에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했고, 5월 2차 검사에서도 8타 중 2타가 불합격이 나와 3000만원이 추가됐다. '공인구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공인구를 믿을 수 없다'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br><br>물론 대부분의 공인구 음모론은 시즌 초반 반짝하다가 흐지부지 사라진다. 경기 수가 누적되면서 리그 지표가 조금씩 평균 수준을 향해 수렴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부진하던 투수들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수치가 안정되는 경우도 있고, KBO의 공인구 검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란의 불씨가 꺼지기도 한다. 2020년 탱탱볼 음모론이 그랬다. 당시 1차 검사 결과 반발계수는 평균 0.4141로 기준 범위 안이었고, 홈런 수치도 표본이 너무 작아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202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4월 말 2차 검사에서 반발계수가 전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결과가 나오자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br><br>그리고 다음 봄이 오면, 어김없이 같은 논란이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다른 음모론들이 그런 것처럼.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30일 KBO가 발표한 2026시즌 1차 수시검사 결과는 흥미롭다. 샘플 5타 평균 반발계수는 0.4093. 합격 기준(0.4034~0.4234) 안쪽에서도 낮은 쪽에 속하는 수치로, 2025년 3월(0.4123), 2024년 4월(0.4149), 2024년 3월(0.4208), 2023년 3월(0.4175)보다 현저히 낮다. 사실상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오히려 홈런이 줄어야 맞다.<br><br>물론 공인구의 비행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반발계수만이 아니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의 탄성을 측정하는 반발계수와 달리, 공이 공중에서 어떻게 비행하느냐는 솔기 높이, 가죽 표면 거칠기, 공기저항 같은 별개의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솔기 높이가 낮아질수록 공기저항이 줄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건 MLB 주스볼 논란 당시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그리고 KBO의 현행 검사 항목에 솔기 높이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제조기준 대상이 아니어서 공개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미발표 항목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닐까. KBO가 관중들은 타고투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야구 흥행을 목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솔기 높이를 조작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미국이 항공모함을 끌고 와서 제대로 된 공인구를 갖다 주고 우리 야구를 구출해주지 않을까. 진짜 공인구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숨겨져 있는 것 아닐까.<br><br>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다. KBO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0.94㎜였던 솔기 높이가 2026년에는 1.14㎜로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솔기가 높아지면 공기저항이 커져 타구 비거리가 줄어드는 게 물리학적 원리다. 솔기 폭(7.03→7.85㎜)과 무게(144.12→145.30g)도 마찬가지다. 측정된 주요 변수들이 모두 홈런 감소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실제 홈런은 늘었다. 그렇다면 원인은 공에서 찾을 게 아니라 다른 데서 찾는 게 합리적이다.<br><br><strong>타자들 하이패스트볼 적응이 원인 </strong><br><br>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타자들의 하이패스트볼 적응이다. KBO는 2024년 세계 최초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다. ABS 도입 이후 스트라이크존 상단 판정 비율이 크게 늘었고, 투수들은 높은 코스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활용해 2년 동안 재미를 봤다. 2년간 당하기만 했던 타자들이 이제는 높은 공을 확실한 타격 구간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리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가운데 높은 코스 홈런 비율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153% 폭증했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그 높이를 스트라이크로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br><br>투수들의 시즌 초반 컨디션도 변수다. KBO 고위 관계자는 "시범경기 피홈런 데이터를 분석하니 평균 구속이 전년보다 약 3㎞/h 낮았던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각 팀 에이스급 투수와 외국인 투수 중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로 시범경기에 결장한 선수가 많았다. 스몰 샘플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시범경기 60경기와 개막 2연전만으로 144경기 시즌 전체의 경향을 판단하기엔 무리다. 한 구단 관계자도 "공인구 문제를 제기하기엔 표본이 너무 작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br><br>한 야구 관계자는 "공인구는 야구의 화폐다. 화폐가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흔들리듯, 공인구 논란이 불거지는 건 KBO가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NPB가 2013년 반발계수를 몰래 조작했다가 들통나면서 총재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에 야구계 일각에서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KBO가 생산 공정을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자연히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br><br>대부분의 음모론은 불신과 정보 부족에서 자란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곳, 자신의 지식으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에 의심이 파고드는 건 인간의 오래된 본능이다. 이 점에서 KBO는 과거에 비해 분명 나아지고 있다. 비디오 판독 확대, ABS 도입으로 판정 불신을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공인구 수시검사 결과도 매년 공개한다. 2019년엔 일본 검사기관에까지 검사를 의뢰해 비교 데이터를 확보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br><br>다만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솔기 높이는 여전히 제조기준 대상이 아니고, 공개되지 않는다. 가죽 표면 거칠기, 코어 밀도, 항력 같은 변수들도 검사 대상이 아니다. 반발계수 수치 하나만으로 "공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하면, 나머지 영역은 의심의 공간으로 그대로 남는다. 이참에 솔기 높이를 비롯해 더 많은 공인구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어떤 변수를 어떻게 측정했고 수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팬과 현장에 더 자세하게 알리면 "공에 이상 없다"는 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정보와 신뢰가 채워진 자리에서는 음모론이 자랄 틈이 없다.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 논란을 끊어낼 방법도, 결국 거기서 시작된다. 다른 음모론도 마찬가지 아닐까.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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