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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WBC 20년, 한-일전만 라이벌전인 시대는 갔다 [경기장의 안과 밖]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9
2026-03-27 06:52: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오랫동안 한국 야구는 아시아에서 일본만을 따라잡아야 할 라이벌로 여겼다. 타이완·오스트레일리아 야구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는 게 이번 WBC에서 확인되었다. 라이벌은 많을수록 좋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3/27/0000038058_001_20260327065414971.jpg" alt="" /><em class="img_desc">3월9일 WBC C조 최종전에서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em></span></div><br><br>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역사상 첫 경기는 2006년 3월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타이완전이다. 서재응과 린언위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 경기에서 한국은 타이완을 2-0으로 꺾고 대회 6연승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객석에서 승부를 지켜본 야구 팬은 많지 않았다. 도쿄돔 수용 규모의 10%를 조금 넘기는 5193명이 입장했을 뿐이다. 조별리그 전체 6경기를 통틀어 최대 흥행 카드로 꼽힌 ‘한-일전’에만 유일하게 4만 관객이 몰렸다.<br><br>당시에는 원정 응원에 나설 한국과 타이완 야구 팬이 적었다. 두 나라와 일본 간의 소득수준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개최국인 일본 팬들은 자국 경기 외에는 무관심했다. ‘역대 최고 수준 야구 국제대회’가 팬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다. 4년마다 월드컵에 열광하는 축구와 달리 야구 팬은 ‘국제대회’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br><br>2009년 2회 대회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타이완전 관객은 1만2704명에 그쳤다. 개최국 일본의 세 경기가 모두 4만2000명 이상이었다는 점과 비교된다.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 한국과 타이완 팀은 도쿄가 아닌 타이중과 서울에서 각각 1라운드를 치렀다. 2023년 대회에는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B조(도쿄돔), 타이완은 A조(타이중)에 편성됐다. 한국과 호주가 B조 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었다. 3월9일 한국-호주전에서 도쿄돔 관객은 1만5540명에 불과했다.<br><br>하지만 올해 WBC에선 달랐다. 첫 경기인 타이완-호주전 입장객이 무려 4만523명이었다. 한국-타이완전에는 4만584명, 한국-호주전에는 3만2908명이 몰렸다. 엔화 가치 하락과 방일 관광객 증가, 한국과 타이완의 소득수준 향상 같은 경제적 변화도 있다. 하지만 도쿄에서 열린 비개최국 경기에 많은 팬이 입장한 데에는,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야구 라이벌전이 그만큼 야구 팬의 관심을 자극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br><br>경기 내용은 관심에 부응했다. 한국은 앞 대회 4-13 대패 수모를 안겼던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상대로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보이며 6-8로 접전이었다. 타이완은 그 한국을 5-4로 꺾었다. 호주는 일본을 거의 이길 뻔했다. 7회 초까지 1-0으로 리드하다 3-4로 석패했다. ‘한국을 이긴 타이완이 한국에 진 호주에 패하는’ 물고 물리는 구도가 절묘하게 짜였다. 한국이 ‘5점 차 이상·2실점 이하 승’이라는 극악 난도를 이겨낸 3월9일 호주전은 한국·호주뿐 아니라 타이완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8회까지는 타이완도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야구사에서 가장 극적인 경기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었다.<br><br>오랫동안 한국 야구는 아시아에서 일본만을 따라잡아야 할 라이벌로 여겼다. 그래서 팬들도 한-일전 외 경기에는 심드렁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타이완 야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라이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3년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은 타이완에 3연패했다. 호주는 2023년 WBC에서 한국을 이기고 8강에 진출한 팀이다. 스포츠는 라이벌이 있어야 성장한다. 라이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과거사 문제가 얽혀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한-일전을 스포츠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겁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3/27/0000038058_002_20260327065415228.jpg" alt="" /><em class="img_desc">3월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연합뉴스</em></span></div><h3><strong>타이완 고교야구 팀은 한국의 두 배 </strong></h3><br><br>타이완 야구는 프로화 이후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됐다. 야구가 국기 대우를 받는 나라이지만 프로야구 산업이 한국보다 허약했다. 숱하게 일어난 승부조작 스캔들이 리그 성장을 저해했다. 프로야구 선수 연봉도 박했다. 타이완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한국보다 훨씬 많은 유망주가 떠나는 이유다. 하지만 2020년대 타이완 프로야구(CPBL)는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2023년 평균 관중은 10년 만에 6000명대가 됐다. 2024년에는 7684명이었고, 2025년엔 사상 최초로 1만명대를 넘어섰다. 선수 연봉도 상승했다. 이번 WBC 주장 천제셴은 2024년 프리미어12 우승 뒤 소속 팀 통이와 10년 2억 타이완달러(약 92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맺었다. 자국 리그가 강해야 좋은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다. 에이스 구린루이양과 호주전 선발 쉬뤄시는 CPBL을 평정하고 일본 프로야구(NPB)에 입단한 케이스다. 왕젠밍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는 거의 없어도 여전히 많은 ‘해외파’는 국가대표팀의 주력이다.<br><br>타이완의 인구는 한국의 절반이다. 하지만 고교야구 팀은 전국대회 출전 기준으로 213개에 달한다. 올해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에 등록된 103개 팀의 두 배가 넘는다. 단, 나무 배트와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는 1696명이며, 나머지는 연식 야구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선수 ‘사교육’도 활발하다. 이는 최근 양국에서 공이 빠른 아마추어 투수가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국제외교에서 거의 고립된 타이완 정부는 국제 스포츠 지원에 적극적이다. 타이완 야구 전문가 김윤석씨는 “이번 WBC에서 중앙정부가 30억원가량을 지원했다. 전력 분석에만 8억원이 배정됐다”라고 말했다.<br><br>호주에는 ABL이라는 프로야구 리그가 있다. 1989년 같은 이름의 리그가 출범했지만 11시즌을 치른 뒤 소멸했다. 지금의 리그는 2009년 설립됐다. 선수 연봉 수준은 무척 낮다. 2022-2023시즌 기준으로 팀당 연봉 총액이 13만 호주달러로 제한된다. 하지만 리그 경쟁 수준은 낮지 않다. 남반구인 호주는 11월에 프로야구 시즌이 열린다. 북반구 리그에서 뛰는 프로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리고 수입을 얻기 위해 ABL을 찾는다. 시카고 컵스 왼손 투수 이마나가 쇼타가 NPB 시절 ABL에서 뛴 적이 있다. KBO리그 유망주급으로 이뤄진 질롱 코리아는 세 시즌 ABL에 참가했다. 가장 높은 승률이 0.325에 불과했다. 질롱 코리아를 운영했던 최인국 해피라이징 대표는 “ABL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KBO리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br><br>호주에서 야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호주 야구협회에 따르면 등록 선수는 지난해 7월 기준 3만4000여 명에 이른다. 재능 있는 선수는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다. 현재 미국에 유학 중인 선수는 103명이다. 이들이 돌아와 ABL에서 뛰거나 야구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미국에서 발전한 스포츠 과학과 트레이닝, 코칭 기법이 이렇게 전파된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태프 6명, 마이너리그 감독 및 코치 9명이 호주 출신이다. 이들이 이번 대표팀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시아 강팀들을 상대하는 만큼 ABL 성적보다는 신체 조건과 능력, 투구와 타격폼을 우선했다. 그리고 트래킹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본 타자 성향을 연구했다.<br><br>선발투수 코너 맥도널드는 ‘역대 최강 타선’이라던 일본을 상대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했다. 맥도널드는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선수다. 하지만 릴리스포인트와 변화구 궤적이 일본을 상대로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성공을 거뒀다. 산업적으로 리그 수준이 열악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다루는 능력은 오히려 한국 대표팀을 앞선다.<br><br>이번 WBC에서 타이완 야구와 호주 야구는 한국 팬들에게 가까워졌다. 올해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아시아쿼터로 타이완의 왕옌청과 호주의 제리드 데일이 KBO리그에 데뷔한다. 2군 리그에 새로 참여하는 울산 웨일즈에는 포수 알렉스 홀이 있다. 데일과 함께 WBC 호주 대표 유니폼을 입었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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