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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같은 실수는 없었다…류지현호, 마이애미로 날 수 있었던 이유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0
2026-03-14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3/14/0000056600_001_20260314040010561.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7 대 2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허구연 총재(앞줄 가운데)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photo 뉴스1</em></span></div><br><br>"지금까지 우리가 왔던 과정들을 한번 되새겨보면, 너무 억울하고 분한 마음입니다."<br><br>지난 3월 9일 일본 도쿄돔.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최종전 호주전을 앞두고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꺼낸 말이다. 1승2패로 본선 탈락 위기에 몰린 벼랑 끝에서 류 감독은 지난 1년간의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과거 대표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은 아쉬움, 선수들과 함께 흘린 땀과 모든 노력이 자칫 허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결과 때문에 마치 과정까지 잘못된 것처럼 취급당할지 모른다는 안타까움. 그 감정들이 하나로 뒤엉켜 울분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br><br>1년 반 전, 기자는 이 지면에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썼다. "광기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로 잘못 알려진 격언이지만, 당시 한국야구엔 이보다 잘 들어맞는 표현이 없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 2023년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2024년 프리미어12 예선 탈락.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매번 패배만 적립하고 있었다. <br><br><strong>류지현 임명, 변화의 시작</strong><br><br>실패가 반복된 건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대표팀 운영, 대회 때마다 즉흥적으로 꾸려지는 코치진, 구시대 기준의 선수 구성, 데이터 분석 없이 감(感)에만 의존하는 경기 운영, 세계야구의 구속 혁명에서 뒤처진 마운드.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근성이 부족하다' '144경기가 너무 많다' 따위 번지수 틀린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다른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먼저 다른 과정을 밟아야 했다.<br><br>변화는 지난해 2월 류지현 감독 선임 이후 시작됐다. 류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최근 대표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바꿨다. 직접 전국 구장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선수 선발 기준에도 큰 변화를 줬다. 타자를 뽑을 땐 눈으로만 보거나 타율 같은 기본 지표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강한 타구율과 배럴 타구 비율 같은 수치를 따져가며 국제 무대에서 통할 선수인지 확인했다. 투수도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회전수와 무브먼트 등 지표를 구석구석 살폈다. 눈으로는 측정되지 않는 가치를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이는 현장 감독 시절에도 전력분석팀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데이터에 친화적이었던 류 감독을 KBO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이기도 했다.<br><br>'세대교체' 당위에 매몰되지 않은 점도 달랐다. 30대 후반 류현진과 40대 초반 노경은 같은 베테랑들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대표팀에 베테랑들의 합류로 경험과 리더십의 뼈대를 잡았다. 오랜 약점이었던 우타자 부족은 한국계 MLB 선수 영입으로 풀었다. 류지현 감독이 직접 찾아가 선수들과 만나 공감대를 쌓고 합류를 이끌어냈다. 셰이 위트컴(휴스턴)과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의 합류로 우타 라인이 강해지면서, 상대팀 입장에서는 훨씬 까다롭고 신경쓸 게 많은 타순을 구축했다.<br><br>준비 방식도 이전보다 치밀했다. 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사이판에 해외 캠프를 차렸고, 이 기간부터 WBC 공인구를 쓰며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호크아이와 트랙맨을 활용해 1년 내내 상대 팀 데이터를 쌓아 경기 운영에 반영했다. 일본전을 앞두고는 선발 기쿠치 유세이를 분석하면서 좌우타자 타율은 비슷하지만 우타자 상대 강한 타구 비율이 높다는 판단으로 타순을 조정했다. 이날 한국은 기쿠치를 상대로 1회에만 3점을 냈다. 막연한 감이 아니라 수치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br><br>단기전 승부를 크게 좌우하는 팀 분위기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한국계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 사이에 자칫 생길 수 있는 어색함은 '빅리거' 이정후와 김혜성이 가교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마치 오랫동안 함께 지낸 것처럼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보이던 무거운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했다. 류지현 감독은 여러 차례 "지금 대표팀 분위기가 최고"라고 자신했다.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br><br>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크고 작은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먼저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안우진이 어깨 수술로 빠졌다. 역시 광속구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문동주도 최종 명단 발표 직전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160㎞/h대를 던지는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선발 두 명이 사라진 셈. 최종 명단 발표 이후엔 국내 에이스 원태인이 빠졌고, 마무리로 낙점했던 100마일(약 161㎞/h)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마저 부상으로 빠졌다. 결국 류지현호는 선발 에이스 세 명과 특급 마무리 투수가 한꺼번에 사라진 채로 대회에 임하게 됐다. 타자 중에서도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송성문이 부상으로 이탈했다.<br><br>대회를 앞두고 생긴 마운드의 구멍은 이후 내내 한국야구를 괴롭혔다. 일본전에서는 아예 전략적으로 주축 투수 3인(류현진·곽빈·데인 더닝)을 다음 날 대만전을 위해 아껴놓고 임해야 했다. 승산이 높지 않은 일본보다 대만전과 호주전에 전력을 집중해야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 경기에 들어가선 손주영·고우석·조병현이 잘 던지고 있는데 투구 수 30구가 되기 전에 교체해야 하는 추가 제약이 뒤따랐다. 만약 이 선수들이 2이닝씩 던졌다면 한일전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br><br>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타자들의 선전을 앞세워 기대 이상으로 싸웠다. 7회까지 5 대 5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고, 3점 차 뒤진 8회엔 이정후의 2루타와 김주원의 적시타로 맹추격을 벌였다. 경기 뒤 오타니 쇼헤이는 "한국 타선이 훌륭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고 '리스펙트'를 전했다. 도쿄돔 현장에서 만난 야구인도 "최근 열린 한일전 중에 가장 대등한 경기였다. 이전 대회들에서 당한 참패와는 전혀 다른 경기를 보여줬다"며 "그래서 더 패배가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br><br>팬들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현장에서 만난 야구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해설위원은 "위트컴의 1루 송구나 김주원의 홈 대시는 충분히 해볼 만한 플레이였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나 같아도 비슷한 플레이를 했을 것 같다"면서 "안 될 때는 정말 이렇게도 안 풀릴 수 있구나 싶더라"며 아쉬움을 삼켰다.<br><br>일본전, 대만전 패배로 한국은 1승2패로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됐다. 잘 준비하고 잘 싸우고도 탈락하는 최악의 결말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호주전에 이겨도 본선 진출을 장담 못 할 상황. 5점 차 이상 승리에 2실점 이하로 이겨야만 본선에 올라가는 '경우의 수'를 충족할 수 있었다. 호주전 경기에 들어가자 또 악재가 겹쳤다. 선발 손주영이 2회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됐다. 손주영이 2~3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고 짜뒀던 투수 운영 계획이 초반부터 흔들렸다. 류지현 감독으로선 '하늘은 왜'를 외치며 신을 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br><br>악재로 생긴 빈틈을 선수들의 투지가 채웠다. 급하게 올라온 42세 노경은은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뒤 "정말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타구가 1루수 문보경의 글러브에 들어간 순간 모두가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왔다. 류지현 감독부터 코치진, 선수들까지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br><br><strong>악재 메운 선수들의 투지</strong><br><br>"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준비입니다. 준비." 경기 뒤 믹스드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지현 감독의 목이 메었다.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선수들 얘기가 나오자 다시 눈가가 붉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취재진이 '울지 마'를 외치자 그제야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자리에서 류 감독은 경기 전 했던 '억울하다'는 발언에 대해 "1년 동안 준비했던 부분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그게 가장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선수들이 감독을 살렸다"고 감사를 전했다. 돌아보면 대만전 패배 다음날 호주전을 앞둔 선수단 분위기는 신기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선수들은 평소처럼 웃고 격려하면서 즐겁게 경기를 준비했고, 코너에 몰린 위기에서도 절망하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은 인상은 없었다. 김도영은 "경기 중에 선수들끼리 '할 수 있다'를 가장 많이 외쳤다"고 했다. 올바른 과정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구성원들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믿음이었을 것이다.<br><br>다시 한번, "광기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류지현호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았다. 선수를 고르는 방식이 달라졌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팀을 만드는 방식이 달라졌다. <br><br>결과가 나쁘면 과정까지 덩달아 저평가되고, 다시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는 악순환. 한국야구에서 그 장면을 수없이 봐왔다. 이번에도 하마터면 그 길로 갈 뻔했다. 호주전 결과가 달랐다면, 류지현호가 1년간 쌓아온 올바른 과정은 흔적도 없이 묻혔을지 모른다. 그러지 않았다는 게 한국야구를 위해 다행이다.<br><br>물론 숙제는 남는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야구를 위협했던 투수진의 불안. 최고 자원들이 줄줄이 빠진 탓도 있지만, 국내 투수 자원과 육성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확인됐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대만 야구의 눈부신 발전을 보며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리그에 묶어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더 높은 무대에 도전하고, 부딪혀 싸우고, 실패하더라도 돌아와 그 경험을 나눌 수 있어야 발전한다.<br><br>마이애미에서의 결과를 떠나 대회 내내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쳤던 한국 야구 대표팀은 소원대로 마이애미행 전세기를 탔다. 한국 시간 3월 14일 오전 7시30분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 도미니카공화국 또는 베네수엘라, 세계 최강급 타선이 기다리는 무대다. 8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도쿄돔에서 이미 한 가지는 증명했다. 올바른 과정을 밟으면, 결과는 따라온다. 한국야구가 더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도쿄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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