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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인간의 위기는 기계가 아닌 ‘사유 부재’에서 온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9
2026-02-06 10:37:3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손현주의 AI 인류학]<br> (3) 사유를 외주화한 인간</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pEXbvh1yw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9c8827500b77c609bc8c0b8611e80db0b703cd44fca1f7acffedf34ef5f29687" dmcf-pid="UDZKTltWIS"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안나 아렌트가 규정한 인간의 세가지 근본 활동 노동·작업·행위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29754uknp.jpg" data-org-width="800" dmcf-mid="5FaOMPaes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29754ukn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안나 아렌트가 규정한 인간의 세가지 근본 활동 노동·작업·행위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2f843f7af1181b8d067cde397f896ecde833b0c595c1f2ecdcf49b346ac4e945" dmcf-pid="uw59ySFYwl" dmcf-ptype="general"> AI는 편리함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조건을 다시 짜는 기술이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고, 예술을 창작하며, 심지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026년 현재,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일상의 한복판에서 마주하고 있다. 기술이 끊임없이 진보하며 삶의 깊숙한 층위까지 스며드는 이 국면에서,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저술한 ‘인간의 조건’은 단순한 고전을 넘어 오늘의 삶을 비추는 예리한 진단 도구로 다시 읽힌다.</p> <p contents-hash="c92a6b49c3f943fb3df69ceec4c45b0fdd772922a5836e5e95855a0b18a73c5d" dmcf-pid="7r12Wv3Gmh" dmcf-ptype="general"><strong>한나 아렌트의 인간 조건: 노동, 작업, 행위</strong></p> <p contents-hash="dff092c172245a29dc669e7f4ab2b7f373c08f45df970187b2bee2822da1b8db" dmcf-pid="zDZKTltWsC" dmcf-ptype="general">아렌트의 핵심 질문은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하며 어떤 조건에서 그 활동이 가능한가에 놓인다. 그 틀 안에서 그는 인간의 근본 활동을 노동(labor)·작업(work)·행위(action)로 구분하는데, 이는 우열을 가르는 서열이 아니라 인간 조건의 서로 다른 층위를 보여주는 분석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86d3f5b5b3df4ee881a61bb0ab19696f732abbf32150e717185856d4e1f63b9" dmcf-pid="qw59ySFYmI"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0984gxcu.jpg" data-org-width="300" dmcf-mid="1KaOMPaeO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0984gxcu.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4fb534d2d185538b69810a481c55f4b7d361808f65bdf321dd5f240d6be8e796" dmcf-pid="Br12Wv3GmO" dmcf-ptype="general"> 노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되는 활동으로, 임금 노동, 행정·사무의 반복 업무, 요리, 육아, 간병 같은 행위가 여기에 속한다. 가사 노동이나 간호 노동처럼 노동은 지속을 요구하며, 노동의 조건은 삶(life)이다. 이 조건은 인간이 필요와 생존의 압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다.</p> <p contents-hash="0245a582e812afaa48cb72536a0de3387cf33fa19fabc29d35ab1781a6c6fdfb" dmcf-pid="bmtVYT0Hss" dmcf-ptype="general">작업은 도구와 계획을 통해 인간이 거주할 세계를 만드는 활동이며, 그 조건은 세계성(worldliness)이다. 건축과 예술창작은 물론, 동아리의 운영 규칙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블로그나 기록 공간을 구축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성이란 개인을 넘어 타인이 함께 사용하고 인식할 수 있는 지속되는 인공 세계를 의미한다.</p> <p contents-hash="dc3f8ae826c0f7a3883251976400e40f61f718bedee2eef7e10c2b844d46994c" dmcf-pid="KsFfGypXIm" dmcf-ptype="general">행위는 사물이나 도구를 매개로 하지 않고, 인간들 사이에서 말과 행동으로 직접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시민이 공청회에서 의견을 밝히거나, 노동자가 동료들과 연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인이 온라인 공론장에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발언이 이에 해당한다. 행위의 조건은 다수성(plurality)이다. 인간은 서로 다르며, 이 차이가 공적 영역에서 드러날 때 정치가 성립한다. </p> <p contents-hash="380e4d356e65bb202eac5a220449e06c21d366d5f3e6f1e386dc8697f4c63ab1" dmcf-pid="9O34HWUZwr" dmcf-ptype="general">아렌트가 행위를 특히 중시한 이유는 출생성(natality) 때문이다. 출생성은 인간을 단순히 주어진 질서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말과 행동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공적 세계에 등장시킬 수 있는 존재로 만든다. 출생성은 인간이 이전에 없던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이때 예측 불가능성은 제거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자유가 세계 속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핵심 조건이 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2df76b298db98399c1c81507ba00f0eed9c70242e74feb5dfffb5e8d05e3d833" dmcf-pid="2I08XYu5rw"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행위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시스템이 허용한 선택지에 대한 반응으로 축소된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2220acim.jpg" data-org-width="800" dmcf-mid="tfDYaLmjI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2220acim.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행위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시스템이 허용한 선택지에 대한 반응으로 축소된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1edac930374d365741e288e375a5ae8b15da7c6e8d633331c53cd9b84dc1017c" dmcf-pid="VCp6ZG71DD" dmcf-ptype="general"><strong>AI가 흔드는 인간 조건의 세 가지 축</strong></p> <p contents-hash="cdee816d40783d569b0a9d5df62952dddce05450c2fc54082c4bbad410fc7840" dmcf-pid="fhUP5HztIE" dmcf-ptype="general">아렌트가 제시한 노동·작업·행위의 구분은 20세기 산업사회에 대한 분석이었지만, 오늘날 AI 사회에서는 오히려 더욱 급진적인 현실 비판의 언어가 된다. AI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간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p> <p contents-hash="81c6590599d45f315f6c476e4c459cb74bf1c7a648d3ca4fade14910c72e8186" dmcf-pid="4luQ1XqFwk" dmcf-ptype="general">AI는 먼저 노동의 의미를 해체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신체적인 노동은 로봇과 알고리즘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인간은 점점 생존을 위해 몸을 쓰는 경험에서 멀어지고 있다. 아렌트가 경고했던 ‘노동 없는 노동자 사회’는 더 이상 가상의 미래가 아니다. AI가 제공하는 음식, 콘텐츠, 서비스는 인간을 생존의 주체라기보다 소비의 종착지로 밀어낸다.</p> <p contents-hash="49e5425afdf6e9bebfe6ff36fe789236f8f26887acc3a68f7fb0fc79438ee2cb" dmcf-pid="8S7xtZB3rc" dmcf-ptype="general">동시에 플랫폼 기반의 노동은 노동을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만든다.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검열, 클릭 기반의 미시노동은 겉보기에는 자동화된 서비스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수작업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인간은 노동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듯하지만, 그 대가로 생존을 위한 노력, 살아 있다는 감각, 삶을 유지하려는 존재로서의 자각은 약화하고 있다.</p> <p contents-hash="34333bfbf25fa6667118761235cf7cf03b15de595d136ff9fbce03708c16c58f" dmcf-pid="6YKJU3V7EA" dmcf-ptype="general">작업의 영역 또한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코드를 생성하며 인간의 제작 능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량이 아니라, 세계성의 붕괴다. 아렌트에게 작업은 인간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내구적 세계를 구축하는 활동이었다. 그러나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은 손때가 묻은 사물이라기보다, 즉시 소비되고 곧 사라지는 데이터의 흐름에 가깝다. 알고리즘과 플랫폼에 의해 조직된 세계는 인간의 이해와 통제를 벗어나 작동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은 세계의 제작자라기보다 사용자가 되어 점점 주변화된다.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p> <p contents-hash="795013400c5742a54358600ddaf5e21de5a08e9b6d664e581b5107a3923526b5" dmcf-pid="PG9iu0fzmj" dmcf-ptype="general">무엇보다 뚜렷한 위기는 행위의 위축과 출생성의 억압이다. AI는 과거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선택을 예측하고 최적화한다. 추천 알고리즘이 선택한 영화, 플랫폼이 연결한 인간관계, 신용 시스템이 허용한 대출은 점점 인간의 결정을 계산할 수 있는 반응으로 축소한다.</p> <p contents-hash="d1b35c9ad31f4326e06b1d6dd0ec72ca85befa779b7f12ce5818f7b4d7c857d8" dmcf-pid="QH2n7p4qIN" dmcf-ptype="general">이러한 환경에서는 인간이 예측 불가능한 새로움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 곧 출생성의 힘이 점차 억눌린다. 점수와 확률로 환원된 삶 속에서 자유는 비효율로 간주하고, 불확실성은 제거해야 할 위험으로 취급된다. 채용 과정의 AI 적합도 분석이나 개인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선택을 배열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인간의 가능성을 열어 있는 잠재성이 아니라 사전에 산출된 유형으로 고정한다. 그 결과 인간의 행위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시스템이 허용한 선택지에 대한 반응으로 축소되며, 인간은 세계에 등장하는 행위 주체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되고, 행위의 정치적 의미는 점차 소멸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40ac24f3c9b02229291ff0bf49279d6924a95acf3eb7f19ee920a232e2e4c5b4" dmcf-pid="xXVLzU8BOa"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오늘날 AI 사회에서 사유 부재는 과거의 맹목적 명령 복종과는 달리, 판단의 외주화라는 세련된 형태로 재등장한다. 2024년 12월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군인들이 진입하려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3464goal.jpg" data-org-width="640" dmcf-mid="F5nsx6gRI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3464goa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오늘날 AI 사회에서 사유 부재는 과거의 맹목적 명령 복종과는 달리, 판단의 외주화라는 세련된 형태로 재등장한다. 2024년 12월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군인들이 진입하려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28623ee65e09dbcf34fed52ce86e46d8c630b72e7fdfde6dfd26542f8f75eb33" dmcf-pid="yJI1EAlwrg" dmcf-ptype="general"><strong>‘사유 부재’라는 악: 아이히만과 AI 사회의 평행선</strong></p> <p contents-hash="b8bdffc7c546263491bd00ff71f6f2ceb3f5641d3c443f573d6d28501107b6e5" dmcf-pid="WiCtDcSrmo" dmcf-ptype="general">아렌트는 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사유 부재(thoughtlessness, 무사유)’를 현대악의 핵심으로 보았다. 여기서 사유 부재는 무지나 저지능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일이 타인과 세계에 어떤 결과를 낳는지 스스로 묻는 일을 중단하는 상태이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드는 습관에 가깝다. 다시 말해 사유 부재는 생각의 결핍이 아니라 판단의 유예이고, 도덕성의 부재가 아니라 도덕적 점검을 생략하는 태도다.</p> <p contents-hash="cc1df9653c0fac3fda307100401e707e0035b3a82b355fd7b2ca80f464717f53" dmcf-pid="YnhFwkvmrL" dmcf-ptype="general">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조직적으로 수행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아렌트가 본 아이히만은 괴물도, 병적인 증오에 사로잡힌 인물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단지 명령에 충실한 행정 관료로 여겼고, 자신의 행위가 수백만 명의 생명을 파괴한다는 사실조차 숙고하지 않았다. “이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 그의 평범한 모습이야말로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며, 사유를 포기한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p> <p contents-hash="44b810d18f9c56876e8dc36dee997938e5749801c96bea99c7f9c185b1ca4587" dmcf-pid="GLl3rETsOn" dmcf-ptype="general">이 문제는 과거의 역사로만 남아 있지 않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12·3 내란과 관련된 군의 계엄 참여 논란 역시 사유 부재의 관점에서 재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사례가 문제가 있는 이유는 개별 행위자의 악의 여부에 있기보다, 헌법적 책임과 민주주의 원칙이 요구하는 판단의 과정이 조직적 역할 수행 속에서 얼마나 쉽게 중단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p> <p contents-hash="ac5de1baffd8873e0cdf86b3496636be2f31be919b31995a127100e4f4b569ba" dmcf-pid="HoS0mDyODi" dmcf-ptype="general">만약 고도의 전문성과 공적 책임을 지닌 군인들이 자신의 행위가 시민과 정치 질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숙고하기보다, 상급자의 명령과 내부 절차를 우선시했다면, 이는 판단의 실패라기보다 판단 자체의 유예에 가깝다. 이때 행위는 윤리적 결단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반응으로 축소되며, 개인은 책임 있는 행위 주체라기보다 명령을 전달하는 기능적 매개체로 위치지워진다. 이러한 구조는 아렌트가 아이히만에게서 보았던 행정적 순응과 사유 부재의 위험을 현대 민주사회에서도 반복할 수 있게 만든다.</p> <p contents-hash="4dc0a318a8d393a482b5e2911948ee581efdbb2f7d2b9159d54891fdf38d5a4d" dmcf-pid="XgvpswWIsJ" dmcf-ptype="general">오늘날 AI 사회에서 이 사유 부재는 과거의 맹목적인 명령 복종과는 달리, 판단의 외주화라는 세련된 형태로 우리 일상에 재등장한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며,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선택의 주권을 알고리즘의 결과값에 전적으로 양도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주체적인 의지는 “내가 이렇게 결정했다”는 선언 대신 “시스템이 그렇게 산출했다”는 수동적인 수용으로 대체된다.</p> <p contents-hash="a3d65fb514359f76cc56b3aad8d6cf404b1be0cdcf1abc62d32b6c954a529a0f" dmcf-pid="ZaTUOrYCOd" dmcf-ptype="general">또한, 이러한 기술적 의존은 책임의 위치를 극도로 흐릿하게 만든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이를 알고리즘의 편향이나 기술적 한계의 탓으로 돌리고, 결과가 좋을 때는 이를 당연한 기술적 혜택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사유가 증발한 자리에서 책임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채 시스템의 거대한 그늘 뒤로 교묘하게 몸을 숨기게 된다.</p> <p contents-hash="cb33d1d9b1f734ec002e52b215cfb2b55b6755e738279623b34bf6cdbe9d57fd" dmcf-pid="5NyuImGhDe" dmcf-ptype="general">진정한 위험은 AI가 악해서가 아니라, AI가 사유의 마찰을 지워버린다는 데 있다. 본래 사유는 느리고 불편하며 타인의 고통을 살피게 만든다. 하지만 자동화는 이 불편함을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제거한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 매끈한 순응만 남는 것, 이것이 바로 아렌트가 경계했던 가장 현대적인 악의 모습이다.</p> <p contents-hash="2381e38ea71d6989a6ad42716ade58ef8a5a9dab2a890bd747ddf15c2146ab82" dmcf-pid="1qimQ8oMwR" dmcf-ptype="general">미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유 부재의 고착화는 인간을 판단의 주체에서 시스템의 종속적 사용자로 전락시킨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대로 신용 점수를 관리하고 추천 경로로만 움직이는 삶 속에서, 새로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인 출생성은 점차 거세될 수밖에 없다. 결국 AI 시대의 위기는 기계의 지배가 아니라, 인간이 도덕적 숙고 없이 시스템의 결과값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조용한 습관에서 시작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05204e614771ca416da6a6ca8a1b2ce30fe5f9f7c8dcddb51df38f7631d4f39" dmcf-pid="tBnsx6gRsM"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AI 시대의 인간은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사물·기술·환경과 얽힌 존재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4719dvid.jpg" data-org-width="800" dmcf-mid="0408XYu5O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6/hani/20260206103634719dvid.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AI 시대의 인간은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사물·기술·환경과 얽힌 존재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b734773120e9a451ba1cfc2e2044f9179675e27497e2a3a51ce0cbde9664b132" dmcf-pid="FbLOMPaemx" dmcf-ptype="general"><strong>AI 시대의 인간 조건: 신유물론적 관점</strong></p> <p contents-hash="5fac62710411e091f8a9fe1f5383fa2382087d4473091a1536f8f787ac6b2961" dmcf-pid="3KoIRQNdmQ" dmcf-ptype="general">AI 시대의 인간 조건은 내면의 판단이 아니라 인간–기술–물질 인프라의 얽힘 위에서 성립한다.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을 노동·작업·행위라는 인간 활동의 구조로 설명했다면, AI 시대는 이 활동들이 어떤 물질적·기술적 조건 위에서 가능해지는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유물론이 중요해진다. 신유물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사물·기술·환경과 얽힌 배치로 이해된다. 오늘날 판단과 행위는 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네트워크, 알고리즘, 센서와 데이터 같은 비인간 요소들과 결합해 함께 만들어지며, 아렌트의 다수성 역시 개인들의 차이가 아니라 인간–비인간 결합체들의 다양성으로 확장된다.</p> <p contents-hash="d9ad8ebb011989fbb4822925b9581dcc9fc81f8bade47361a379445a79c1c786" dmcf-pid="09gCexjJmP" dmcf-ptype="general">예를 들어 출근길에 은행 앱에서 대출 한도를 조회하는 순간, 나의 선택은 화면 너머의 데이터·모델·규정·전력과 냉각수까지 호출하는 결합 사건이 된다. 버튼 한 번으로 점수와 한도가 제시되지만, 그 결과는 개인의 덕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신용 데이터의 수집 방식, 모델이 반영한 사회적 평균, 규정이 허용하는 위험 범위, 서버가 돌아가는 에너지와 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와 광물의 공급망이 한 번의 조회에 겹친다. 이 작은 일상은 AI 시대 인간 조건이 결정의 자유가 아니라 결정이 작동하는 물질적 조건과 함께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p> <p contents-hash="5814f31858361246be14bfad99275d93556cc9a7f5382de6ad5516166967dec0" dmcf-pid="p2ahdMAiI6" dmcf-ptype="general">따라서 좋은 삶은 내면의 윤리만이 아니라, 누구의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며 어떤 비용을 분산시키느냐는 물질적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알람 한 번, 검색 한 번, 생성형 AI 한 번이 데이터센터·전력망·냉각수·반도체·광물의 흐름을 호출하는 만큼, 인간 조건의 바닥에는 에너지와 자원이 놓인다.</p> <p contents-hash="45ab0afba94cdd83ed2b63074ea495747d14b0ee1a125f2a812ede65532b1976" dmcf-pid="UVNlJRcnE8" dmcf-ptype="general">마지막으로 책임의 개념 역시 근본적으로 재구성된다. AI 시스템의 오류와 편향은 단일한 행위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알고리즘, 데이터, 설계 결정, 조직 문화, 사회 구조가 함께 작동한 결과다. 이는 책임의 소멸이 아니라 책임의 확장을 의미한다. 개인의 도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관계와 구조 전체를 바꾸려는 정치적 책임이 요구된다. 행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행위는 고립된 결단이 아니라 얽힌 세계를 조정하려는 실천으로 나타난다.</p> <p contents-hash="252a34f0278dd8ff518a03fbac0229063d47ddddeec41fab32fe1562388b1f8c" dmcf-pid="ufjSiekLI4" dmcf-ptype="general">손현주/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미래학)</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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