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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예능 양념 뿌렸더니…배구 맛을 알아버렸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
2026-01-31 00:02:00
<div class="ab_sub_heading" id=""><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정영재의 스포츠 인사이드] 프로 판 흔드는 스포츠 예능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왝더독(Wag the dog)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원래 증권가 용어지만 현재는 ‘소수 또는 마이너가 다수 또는 메이저를 흔드는’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br> <br> 국내 스포츠계에도 왝더독 현상이 있다. 방송사의 ‘스포츠 경기 예능’ 프로그램이 실제 프로 종목과 구단에 직접적이고도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2년 시작한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가 여성 팬덤을 형성해 프로야구 직관과 시청률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고, ‘연 10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올 겨울에는 MBC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 여자배구 열풍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의 근저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1/31/0000054402_001_20260131000230985.jpg" alt="" /><em class="img_desc">예능 프로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감독 김연경. [중앙포토]</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신인감독 김연경’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9부작으로 방영됐다. 배구판의 언더독(Under dog)들이 ‘원더독스(Wonder dogs)’라는 팀을 구성해 기존 팀들과 경기를 하는 구조다. <br> <br> 2024~25 프로배구 V리그에서 흥국생명의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화려하게 은퇴한 ‘배구 여제’ 김연경. 그는 “여자배구 제8구단 창단의 기폭제가 되겠다”라며 원더독스를 만들고, 초보 감독의 길로 들어선다. 김 감독이 선발한 14명은 프로에서 방출됐거나 은퇴한 선수, 프로를 꿈꾸는 신예들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7경기. 국내 고교·대학·실업 최강, 일본 고교 최강, 국내 프로 세 팀과 맞붙어 4승 이상 거둬야 한다. 4패째를 당하는 순간 팀은 해체된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1/31/0000054402_002_20260131000231031.jpg" alt="" /><em class="img_desc">MBC 스포츠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 출연한 몽골 소녀 인쿠시는 종영 후 프로구단 정관장에 입단했다. [사진 정관장]</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이 팀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감독과 선수 모두 성장한다. ‘성장 서사’의 중심에는 몽골 소녀 인쿠시(21)가 있다. 고1 때 한국으로 배구 유학을 온 인쿠시는 1m80㎝ 신장에 뛰어난 힘과 탄력을 갖춘 공격수(아웃사이드 히터)다. 그러나 경험이 적고 수비가 약해 감독한테 숱하게 야단을 맞는다. 그럴 때마다 “넵” “넵” 하고 대답해 ‘넵쿠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이중고 속에서도 인쿠시는 밤마다 개인연습을 하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훈련일기를 쓰며 하루하루 성장한다. 인쿠시는 팀의 주득점원으로 우뚝 섰고, 종방 후 프로 구단 정관장의 선택을 받아 꿈에 그리던 프로 선수가 된다. 정관장은 최하위에 처져 있지만 인쿠시는 팀 흥행을 이끄는 스타가 됐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1/31/0000054402_003_20260131000231130.jpg" alt="" /><em class="img_desc">세터 이나연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 흥국생명 배구단]</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세터 이나연(33)도 반전 스토리를 썼다. 그는 14년간 프로에서 뛰다가 토스 입스(정신적 문제로 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함)가 와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원더독스 초기에도 한번 실수하면 멘탈이 무너지는 모습을 노출했으나 점점 안정을 찾는다. 주전 세터가 부상 중인 흥국생명의 부름을 받아 지난해 11월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나연은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꼴찌 후보로 꼽히던 흥국생명은 이나연의 합류 이후 급반전, 2위로 올라섰다. <br> <br> ‘신인감독 김연경’은 “김연경 은퇴로 여자배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루저들의 성장 서사’를 응원하던 팬들은 이들을 따라 배구장으로 향했다. 배구의 룰과 맛을 알아버린 시청자들은 평일 오후 7시 경기 시작을 기다린다. 지난 시즌 대비 관중은 5.3%포인트 늘었고, 시청률은 1.18%에서 1.37%로 0.19%포인트올랐다. 김연경 감독과 권락희 PD는 V리그 올스타전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의 감사패를 받았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1/31/0000054402_004_20260131000231165.jpg" alt="" /><em class="img_desc">JTBC '최강야구' 포스터. 프로야구 저변 확대의 일등공신이다. [중앙포토]</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인쿠시의 에이전트인 김성우 팀큐브 대표는 “인쿠시가 솔직히 배구를 엄청나게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밝고 반듯한 모습과 배우려는 자세를 사람들이 높이 평가해 주는 것 같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 세상’에서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으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선수들 유니폼에 마이크를 채우고, 라커룸이든 숙소든 카메라를 들이대 선수들만이 아는 이야기, 선수끼리 하는 이야기, 배구의 아기자기한 전술을 보여줌으로써 엄청난 학습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최강야구’에 대한 전문가 견해와 일치한다. SSG 랜더스의 2022년 통합우승 단장이었던 류선규 씨는 “최강야구가 야구장 문턱을 확 낮췄다. 야구는 룰이 복잡해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최강야구를 통해 여성들이 야구 규칙과 재미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야구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br> <br> 체육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왝더독 현상을 소설의 액자 구조(소설 안에 또 다른 소설이 있음)와 격자 구조(스토리끼리 반복-교차됨)를 끌어와 설명한다. “미국·일본의 관중 문화는 액자 속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한 발짝 떨어져 경기를 감상하고 즐긴다. 한국은 관중이 경기에 관여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격자 구조다. 대표적인 게 롯데 야구장의 ‘마!’다. 우리 팀 주자에게 견제구를 던지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한다. 한국은 선수와 나, 경기와 관중이 떨어져 있지 않다.” <br> <br> 이런 특징은 ‘참여 서사’로 발전한다. 우리 선수는 단지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키우는, 내 가족 같은 존재다. 그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에 기뻐하고, 그가 가는 곳(경기장), 그가 나오는 곳(TV 중계)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br> <br> 예능이 프로 스포츠를 끌고 가는 현상이 바람직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안에 ‘경기 수준과 국제 경쟁력’이라는 문제가 자라고 있다. <br> <br> 김정효 교수의 말이다. “스포츠 예능은 스포츠를 운동회로 만들 위험이 있다. 운동회에서는 우리 아이만 보이지만, 엘리트 스포츠에는 그 수준에 맞는 긴장과 텐션이 있어야 한다. 서사에 과몰입하면 수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 <br> <br> 한화 이글스 레전드 출신 정민철 MBC 해설위원도 걱정을 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표팀이 폭망해도 프로야구 흥행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리그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솔직히 좀 두렵다.” <br> <br> 2023 WBC에서 일본이 미국을 꺾고 우승했다. 2024 프리미어12에서는 대만이 일본을 결승에서 눌렀다. 한국은 3회 연속 WBC에서 1라운드 탈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투수는 씨가 말랐다. <br> <br> 한국 여자배구는 2020 도쿄 올림픽 4강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제경기 30연패 수모를 당했고,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도 40위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쿼터로 V리그에 온 태국·인도네시아 선수들이 한국 공격수를 압도한다. <br> <br> 예능 프로그램이 프로 종목의 흥행을 쥐락펴락하는 현상은 한국인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국인은 스포츠 경기 예능이라는 ‘세상에 없던’ 장르를 만들었다. 그것의 재미와 몰입감은 대단하다. 또 참여 서사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고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를 꿈꾸게 한다. 물론 현실을 왜곡해서 보여줄 위험도 있다. 그래서 스포츠 예능은 ‘양날의 검’이다. <br> <br> <div class="ab_box_article" style="padding-top: 17px; padding-bottom: 16px; position: relative;"><div class="ab_box_inner" style="padding:42px 20px 24px; border: 1px solid rgb(221, 221, 221); border-image: none; overflow: hidden;"><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box_title" style="color: rgb(93, 129, 195); line-height: 1.5; font-size: 20px; margin-bottom: 17px;"> <span class="ab_box_bullet" style="background: rgb(93, 129, 195); left: 20px; top: 12px; width: 18px; height: 28px; overflow: hidden; display: block; position: absolute;"></span> <div class="ab_box_titleline" style="font-weight:bold;">정관장 입단 행운 누린 인쿠시…프로 무대 남을 수 있을까</div></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box_content" style="color: rgb(60, 62, 64); line-height: 1.8; font-size: 16px;"> 인쿠시의 소속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봄 배구’(V리그 포스트시즌)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2025~26 정규시즌 최종전(3월 15일 페퍼저축은행)이 인쿠시의 프로 무대 고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부터 V리그 아시아 쿼터도 자유계약 방식으로 바뀌어 선수 수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br> <br> 그렇다면 인쿠시는 어디로 갈까. 김성우 대표는 “아시아 쿼터에 재도전, 실업팀 입단, 몽골로 복귀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귀화할 마음도 있지만 일반귀화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별귀화도 기준이 높아져서 대한체육회나 배구협회가 국가대표 재목으로 인정할 정도가 돼야 한다. <br> <br> 사실 인쿠시가 정관장에 들어간 데는 운도 작용했다. 아시아 쿼터로 뽑은 태국 선수의 부상이 길어진 상황에서 원더독스와 정관장의 경기 때 고희진 감독이 인쿠시를 눈여겨봤다. 김 대표는 “팀 성적이 좋지도 않은데 욕먹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고 감독이 “난 상관없다.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다고 한다. <br> <br> 원더독스 멤버였던 타미라(26)는 국내에서 뛸 팀을 찾지 못해 몽골로 복귀했다. 인쿠시도 원더독스를 하기 전까지 ‘몽골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양한 종목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들어와 있다. 이들이 국내 선수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인쿠시의 등장은 이런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div>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1/31/0000054402_005_20260131000231205.jpg" alt="" /></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정영재 칼럼니스트. 중앙일보·중앙SUNDAY 스포츠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2013년 스포츠 기자의 최고 영예인 ‘이길용체육기자상’을 받았다. 현재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 등 저서가 있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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