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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단독]가장 늦게 열린 문, 옆 선수가 앞길로 뛰어들었다…그날의 재구성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9
2026-01-25 17:54:00
경찰이 대학 입시 포인트가 걸린 국내 스키크로스 대회에서 대회 운영진이 승부를 조작한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신문은 경찰과 체육계 취재를 통해 사건이 발생한 2024년 1월 29일 ‘그날의 일’을 재구성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81/2026/01/25/0003611476_001_20260125175411387.png" alt="" /><em class="img_desc">2024년 1월 29일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대한스키협회장배 스키크로스 대회’ 결승전에서 1~3번 레인의 스타트 게이트는 완전히 열려 보이지 않는 반면, 4번 레인 민수(가명)의 스타트 게이트(빨간 표시 안 검은색 판)만 완벽히 개방되지 않은 모습. 피해자 아버지 제공</em></span><br><br>출발선에 선 민수(가명)의 마음은 간절했다. 선수로서 기량을 크게 끌어올리기 위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대한스키협회장배 스키크로스 결승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지난 시즌 번번이 주행을 방해했던 한 학급 위 선배 상현(가명)이 또 바로 옆 주로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날은 민수가 4번 레인, 상현이가 3번 레인에 섰다. ‘오늘은 기필코 먼저 치고 나간다’고 민수는 주문을 걸며 출발 자세를 잡았다.<br><br><!-- MobileAdNew center -->시작부터 모든 게 어그러졌다. 출발 구호와 동시에 스키를 막고 있는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는 사이 경쟁 선수 셋이 동시에 튀어 나갔다. 자신의 주로에 설치된 문만 늦게 열리는 것 같았다. 당시 결승에 출전한 4명 중 셋은 같은 강습소 소속이었고, 민수만 소속이 없었다. 민수도 예전엔 그들과 같은 곳에서 스키를 배웠지만, 아버지 B씨가 한 시즌이 지나고 강습을 중단시켰다.<br><br>공교롭게도 이날 대회의 기술대표(TD·Technical Delegate)를 A씨가 맡았다. 스키와 스노보드 대회에서 기술대표는 대회 운영의 총책임자로, 해당 경기가 국제 규정에 맞게 공정하게 치러지는지 감시하고 승인하는 필수 요직이다. A씨는 이 분야에선 한국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꼽힌다.<br><br>출발부터 늦었던 민수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먼저 출발한 상현이 시작부터 자세를 틀어 민수의 주로로 뛰어들면서다. 이미 대학 진학이 결정된 선배였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81/2026/01/25/0003611476_002_20260125175411471.png" alt="" /><em class="img_desc">가장 빠르게 출발한 3번 레인 상현(가명)이 출발 직후 4번 레인 민수의 주로 방향으로 진입하는 모습. 3, 4번 레인 주자의 간격은 좁은 반면 1, 2번 레인 주자는 널찍이 떨어져 주행하고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em></span><br><br><!-- MobileAdNew center -->주로를 활강하는 내내 너무도 이상했다. 대입과 무관한 선배가, 자기 주 종목도 아닌 대회에 나와 자꾸만 주행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1등으로 치고 나간 상현은 주행 중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며 속도를 줄이더니 같은 강습소 동생들이 자신을 앞질러 간 이후에야 다시 몸을 숙여 속도를 높였다. 결국 1, 2번 레인의 두 입시 경쟁자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상현이 3위, 민수가 꼴찌로 들어왔다.<br><br>이 과정의 일부는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B씨의 휴대전화 영상에 담겼다. 전부터 민수와 자주 부딪힌 선수가 의심스러웠던 B씨는 출발 준비 상황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경기 직후 영상을 초 단위로 끊어 분석했다. 과거 체육 관련 단체에서 행정 경험이 많았던 B씨는 고의적 주로 침범과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을 지적하며 협회에 항의서를 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81/2026/01/25/0003611476_003_20260125175411542.png" alt="" /><em class="img_desc">1위로 달리던 상현(왼쪽 두 번째)이 뒤를 돌아본 직후 내리막 구간에서 몸을 일으켜 속도를 늦추는 모습. 이때 같은 강습소 후배 둘이 상현을 추월하면서 결국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em></span><br><br>항의서는 협회 주관 대회에서 발생한 규정 위반 행위 등의 문제를 현장에서 제기해 심판진의 판단을 요청하는 협회 공식 문서다.<br><br>이에 A씨와 경기위원장, 심판 3인이 모여 검토한 끝에 ‘상현이가 고의로 라인을 침범했다’고 판단해 그를 실격(DQ·Disqualifications) 처리했다. 항의서에는 DQ 표기와 함께 3인의 서명도 담겼다. <b></b><b><br></b><br><br>하지만 더 수상쩍은 일이 벌어졌다.<b> </b>실격 처리된 상현이가 이튿날 대회에도 나왔다. 국제스키연맹(FIS)의 경기 규정에 따르면 고의로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한 선수는 실격을 의미하는 ‘레드카드’를 받게 되며, 동일 등급(카테고리)의 다음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br><br>B씨는 기술대표인 A씨를 찾아가 따졌다. 전날 해당 선수를 실격 처리했다며 항의서에 서명까지 했던 A씨는 “DQ를 줬다는 건 ‘구두 경고’를 준 것을 의미하는 거다. 어제는 구두 경고로 끝난 거다”라고 말을 바꿨다.<br><br>애초 DQ 표기만 있었던 항의서에는 누군가가 순위 강등을 의미하는 ‘RAL’(Ranked as Last·최하순위)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며 ‘2.3 업데이트’라고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벌칙은 주지만, 실격까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정작 항의서를 낸 당사자인 B씨는 이런 사실을 수개월 동안 알지 못했다. 심판진이 문서를 사후 변조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81/2026/01/25/0003611476_004_20260125175411621.jpg" alt="" /><em class="img_desc">스포츠윤리센터가 A씨 등에 대한 중징계 요청과 경찰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는 내용을 담은 사건처리 결과 통지문. 피해자 아버지 제공</em></span><br><br>심판진이 문서를 변조했다고 의심한 B씨는 이를 협회와 스포츠윤리센터에 각각 신고했다. B씨는 방대한 분량의 증거와 자료를 양측에 제출했지만, 협회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민원을 종결했다<b></b>. 윤리센터도 이듬해 2월 같은 이유로 신고를 기각했다.<br><br>B씨는 억울한 아들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스포츠윤리센터 청문감사실 면담을 통해 센터 이사장 직권조사를 요청했고, 윤리센터는 재조사를 통해 대한체육회의 중징계는 물론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냈다. 아버지의 외로운 싸움에 판이 뒤집혔다.<br><br>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윤리센터의 수사 의뢰에 앞서 이미 수사에 착수해 대회 전반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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