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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인터뷰] 체육인 '징계' 아닌 '보호'…박지영 이사장이 말한 스포츠윤리센터

온카뱅크관리자

2025-12-24 13:13: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5/12/24/0000585540_001_20251224131312161.jpg" alt="" />▲ 스포츠윤리센터 박지영 이사장 ⓒ곽혜미 기자</div> [스포티비뉴스=마포, 정형근, 배정호 기자]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무엇이 피해자의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는가'였다." 스포츠윤리센터 박지영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먼저 조직 전체의 구조부터 점검했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조직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센터 직원들이 먼저 안정돼야 체육인 보호에도 더욱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며 "그래서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센터의 모든 업무를 공유하면서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조직 내부에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생겼고, 결국 사건 처리 기간을 줄이는 데에도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리센터는 공공기관 지정 첫해 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 도입, 공공기관 방만경영 관리 항목에 해당하는 주요 사안들을 모두 무분규로 합의하며 조직 안정을 이뤘다. 박 이사장은 "조직이 흔들리면 피해자 보호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윤리센터의 신뢰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정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와 서울 마포구 스포츠윤리센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박지영 이사장은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다림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며 "조직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옳은 결론을 내려도 보호가 제때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피해자의 시간을 줄이는 조직 구조가 먼저" 문제의식은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직 구조를 정비하고 조사 기능을 전문화했다. 팀장 책임제를 도입해 사건별 책임과 판단 주체를 명확히 했고, 그 위에서 예방·조사·피해자 보호가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재설계했다. 박지영 이사장은 "조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이 반복해서 강조한 키워드는 '권익 보호'였다. 그는 "윤리센터가 징계만 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면 체육인들은 이곳을 두려워하고, 결국 신고는 줄어든다"며 "윤리센터는 징계기관이 아니라, 체육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은 센터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박 이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센터가 체육인을 벌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체육인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내부에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 선수, 심판, 실무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윤리가 작동한다. 징계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다. 본질은 더 안전한 스포츠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예방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는 "사건이 늘었다고 체육계가 더 나빠졌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제야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사건은 늘었지만, 처리 기간은 줄었다.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4년 11월 기준 655건이던 신고 사건 수는 25년 11월 1,078건으로 전년 동기간대비 65% 증가했다. 신고는 크게 늘었지만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24년 152일에서 25년 11월 124.8일로 전년 대비 27.2일 단축됐다. 그는 "신고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처리 기간이 줄었다는 점은 내부 구조 개편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박 이사장은 성과를 개인의 리더십이 아닌 '현장에서 버텨준 조직'의 결과로 돌렸다. 그는 "조사관과 직원들이 굉장히 힘든 환경에서도 버텨줬다. 윤리센터가 '징계 기관'이 아니라 체육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인식되길 바랐고, 그 방향을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징계가 확정된 사건 가운데 공익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이 다른 체육단체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효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올해 처음으로 인권침해와 비리 사례를 정리한 사례집을 제작해 체육단체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5/12/24/0000585540_002_20251224131312235.jpg" alt="" />▲ 스포츠윤리센터 박지영 이사장 ⓒ곽혜미 기자</div> ◆ "윤리는 신뢰의 문제…신고&#8231;조사&#8231;보호는 하나의 흐름" 박지영 이사장은 스포츠윤리센터의 미션을 '체육의 공정성 확보'와 '체육인의 인권 보호'로 분명히 했다. 이를 토대로 2025~2029년 중장기 경영전략체계를 고도화했고, 비전 역시 '국민과 함께 스포츠윤리를 수호하는 체육인의 권익보호기관'으로 설정했다. 박 이사장이 정의하는 '윤리'는 명확하다. 그는 "윤리는 결국 신뢰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신고 접수부터 조사, 결과 통지까지 전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더라도 결과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인권침해와 공정성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로 '권위 중심 문화'와 '규정과 절차를 관행처럼 넘기는 인식'을 지목했다. 규정이 있어도 "다른 단체도 모두 그렇게 한다"는 말로 정당화하는 순간, 공정성 문제와 인권침해는 동시에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고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짚었다. 학교, 협회, 연맹 구조 안에서 지도자와 선수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신고를 망설이거나, 신고 이후 취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신고 접근성을 넓히는 것과 피해자 보호 장치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다림 자체가 피해…신속성은 모두를 보호한다" 박 이사장은 체육계 인권침해 사건 해결의 본질을 '속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체육계 사건은 신고와 동시에 초동조사, 분리조치, 현장 점검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고와 조사 과정이 여러 단계로 나뉘면 피해자는 혼란을 느끼고 좌절할 수 있다. 그는 "체육계만큼은 신고와 보호가 하나의 창구에서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 점이 피해자의 안전을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속성은 피해자만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신고인 역시 '조사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사회적 낙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나왔을 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신속성은 어느 한쪽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모두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문제는 박 이사장이 가장 신중하게 접근하는 영역이다. 그는 "지원은 하고 있지만,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억울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는 보여주기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자 지원 매뉴얼을 여러 차례 개정하며 사각지대를 줄여왔다. 예산 범위 안에서 의료·상담·법률·체육활동 지원까지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5/12/24/0000585540_003_20251224131312303.jpg" alt="" />▲ 스포츠윤리센터 박지영 이사장 ⓒ곽혜미 기자</div> ◆ 최초의 '체육인' 출신 이사장…"징계 아닌 보호 필요" 역대 이사장과 달리 최초의 체육인 출신인 박지영 이사장은 이 점을 자신의 강점이자 동시에 경계 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체육인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사에는 더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사장의 역할은 사건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의 방향이나 결론에 대해 내가 한마디라도 하면, 그 순간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 있다. 그래서 보고는 받되, 조사 방향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조직 운영과 시스템 설계에 업무의 중심을 두고 있다. 조사관들이 눈치 보지 않고 증거와 진술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사장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관들에게 '지위 고하를 보지 말고, 증거만 보라'는 말만 해줘도 현장은 훨씬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가 임기 마지막 1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역시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 그는 "누가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남기고 싶다"며 "내가 있을 때만 잘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도 보호와 조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임기 내 핵심 KPI로 그는 '원스톱 보호체계의 완성도'와 '사건 처리의 신속성·신뢰성'을 꼽았다. 신고부터 조사, 지원, 예방 교육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체육인의 권익 보호는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처벌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의 과도한 관심이나 잘못된 개입이 오히려 2차 가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체육인 보호'를 언급했다. "윤리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피해자의 시간을 줄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지난 2년 동안 붙잡고 온 기준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인들에게 '징계의 끝'이 아니라 '보호의 시작'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징계보다 먼저 보호가 작동하는 구조, 그걸 완성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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