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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핸드볼도 스타선수 나와야… 과거 유산 ‘우생순’ 벗어날 때”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0
2025-12-22 02:17: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스포츠인] 오자왕 韓핸드볼연맹 사무총장</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5/2025/12/22/2025122120110646706_1766315466_1766056436_20251222021708677.jpg" alt="" /><em class="img_desc">오자왕 한국핸드볼연맹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티켓링크라이브아레나에서 국민일보 인터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 총장은 그들만의 스포츠였던 핸드볼을 팬들이 먼저 찾는 프로리그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웅 기자</em></span><br>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3000여명의 팬들이 가득 찬 가운데 핸드볼 H리그 세 번째 시즌이 막을 올렸다. 지난 시즌 남자부 챔피언 두산과 준우승팀 SK호크스가 맞붙은 만큼 팬들의 응원도 열띠었다. ‘김신학 너만 보여’ 등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응원피켓도 눈에 띄었다.<br><br>불과 얼마 전까지도 텅 빈 경기장에서 선수들만이 땀을 흘리던 핸드볼이 바뀌고 있다. 선수 가족들이 듬성듬성 지키던 관중석을 이젠 핸드볼이 좋아서 찾아온 팬들이 메운다. 한때 ‘한데볼’이라 불리며 그들만의 외로운 스포츠에 그쳤던 터다. 이젠 화려한 전광판부터 치어리더, 팬 사인회, 전경기 생중계까지 더해졌다. 한산함이 느껴지던 하프타임은 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채워진다.<br><br>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한국핸드볼연맹(KOHA) 사무실에서 만난 오자왕 연맹 사무총장은 “마치 동네 이벤트처럼 해오던 핸드볼 리그가 이젠 타 프로리그 수준만큼 올라왔다”고 말했다. H리그는 지난 2023년 프로 리그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1989년 핸드볼큰잔치로 시작한 핸드볼은 2011년 SK핸드볼코리아리그란 이름으로 실업리그를 치러왔다.<br><br>H리그 첫 시즌을 앞두곤 현장에서 ‘이름만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2022-2023시즌 코리아리그 당시 2만800명에 불과하던 총 관중수가 지난 시즌 5만7300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아직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인기 종목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빠른 성장이다. 지난 시즌 스폰서십 효과도 약 201억원으로 전 시즌과 비교해 38%나 늘었다.<br><br>H리그 산파 역할을 한 오 총장은 “비인기 종목을 뜨게 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 빌드업이 되고 있다고 본다. 3년 차 정도 되니까 여섯 계단 정도는 올라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총 스무 계단은 올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br><br>오 총장은 H리그 출범에 대해 “사실 오래된 얘기”라고 입을 뗐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011년 프로리그 출범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오 총장이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때부터다. 이후 프로화 계획은 무산되길 반복하다 10년가량이 더 흘러서야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이대로 가면 핸드볼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오 총장의 진단이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5/2025/12/22/2025122120110746707_1766315467_1766056436_20251222021708680.jpg" alt="" /><em class="img_desc">게티이미지뱅크</em></span><br>한뜻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오 총장은 “갑자기 프로리그를 하겠다고 하니 ‘못한다’ ‘안된다’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고 돌아봤다. 지방자치단체나 공사, 공단이 운영하는 구단이 많은 것도 한몫했다. 지자체로선 핸드볼은 15개 종목 중에 하나, 실무 담당자로서도 맡고 있는 6개 종목 중에 하나였다. 오 총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했다”며 “이제는 사람들 마음속에 ‘할 수 있겠네’란 생각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br><br>내년 5월까지 대장정을 치르는 H리그는 이제 남자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올 시즌 10년 동안 이어져 온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가 깨질 조짐이다. 10연패의 두산이 밀려나고, SK와 인천도시공사가 매섭게 치고 올라왔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더 빨라지면서 지난해 20점대에 머물던 점수도 올해는 30점대 경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br><br>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맹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H리그는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해 구단 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했다. 덕분에 이번 시즌 리그 판도가 더욱 치열해지면서 팬들로선 보는 맛이 커졌다. 경기중 코치들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살피는 것도 새로 생긴 일이다. 연맹은 ‘비프로’라는 전력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고, 구단에 무조건 코치 한 명을 두도록 명문화하기도 했다.<br><br>오 총장은 “결국은 팬이 많이 와야 하고, 리그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과 선수들도 한뜻이다. 장인익 인천도시공사 감독은 개막 전 “지난 시즌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천도시공사가 올해는 재미있고 즐거운 핸드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더라도 팬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보고 갔다는 이야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br><br>선수들로서도 뛸 맛이 난다. 당장 팬 서비스부터 달라졌다. 쑥스러워하던 선수들이 이제는 팬들을 위해 춤을 승리 공약으로 내건다. 득점하거나 수비에 성공하면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친다. 오 총장은 “첫해엔 경기에서 지면 선수들이 그대로 퇴장하고 인터뷰도 꺼렸다”며 “이제는 선수들도 팬이 있음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겠단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br><br>이 모든 변화를 빠르게 이끈 건 ‘통합마케팅’ 덕분이라고 오 총장은 설명했다. 남녀 전 구단 유니폼에 타이틀 스폰서(신한은행)의 로고가 들어가는 건 핸드볼뿐이다. 타 리그와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모델을 벤치마킹해 연맹이 구단을 대신해 마케팅을 도맡는다. 오 총장은 “덕분에 ‘우리는 남들이 못하는 거 할 수 있다’ ‘우리는 안 되는 거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핸드볼 전문 미디어 채널 ‘맥스포츠TV’를 만들어 언제든 핸드볼을 접할 수 있게 했다.<br><br>결국 목표는 유소년들이 바라볼 곳을 만드는 것이다. 오 총장은 “H리그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중고등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학부모에게서 ‘핸드볼은 힘든 운동이고 비전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스포츠토토 종목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야 유소년들에 대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어서다.<br><br>오 총장은 ‘지속가능한 생태계’ ‘저변 확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핸볼’을 개발한 것도 그 이유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부드러운 공을 사용하고 골키퍼 없이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최근 핸볼을 하다가 핸드볼 선수의 길로 들어선 중학생 3명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오 총장은 “사실상 H리그 선수가 100% 국가대표인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도 여기에 달려있다”며 “H리그가 허리 역할을 하며 열매를 맺고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br><br>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무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핸드볼하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따라붙는다. 2008년, 2015년, 2020년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핸드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언제나 우생순을 꼽았다. ‘금메달’ ‘효자종목’ 등이 치고 나가지 못했다.<br><br>오 총장은 “핸드볼 하면 우생순으로 헝그리 정신을 많이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그렇게 우울하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과거의 유산을 이제는 ‘행복한 핸드볼’ ‘즐거운 핸드볼’이란 이미지로 전이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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