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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고당도’ 권용재 감독, 가족에서 가족으로 확장되는 세계 [SS인터뷰]

온카뱅크관리자

2025-12-10 06: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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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당도’ 권용재 감독 인터뷰.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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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가족은 때로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존재가 된다. 사랑과 부담, 익숙함과 낯섦이 뒤섞인 채 우리는 늘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잠시 멈칫한다. 영화 ‘고당도’는 그 미묘하고도 씁쓸한 거리감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가족의 민낯을 꺼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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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당도’.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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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고당도’는 아버지의 부의금으로 조카의 의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겉으로 보기엔 콩가루 가족이지만, 단순히 관계가 틀어진 수준을 넘어 애써도 가까워지기 어려운 이들이다. 와상환자인 아버지,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선영(강말금 분), 그리고 계속해서 돈 문제를 일으키는 동생 일회(봉태규 분). 이들을 묶는 단 하나의 단어는 결국 ‘가족’이다.
 이 영화에서 현실을 담당하는 인물은 ‘K 장녀’ 선영이다. 집안의 기둥인 선영은 아버지의 가짜 죽음과 경제적 상황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속절없이 흔들린다. 가족의 균형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영화는 선영의 시선을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의 무게와 한계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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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당도’.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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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고당도’는 그런 가족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품는다. 권 감독은 “제철 과일을 늘 챙겨 먹지만, 막상 제철 과일을 먹는 횟수는 많지 않더라”며 “자취를 시작한 이후 부모님을 뵙는 건 명절이나 제삿날뿐인데, 그때마다 감(제철과일)이 올려져 있었다. 하루하루, 매년 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제철 과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용재 감독은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 속에서 익어가는 제철 과일의 모습을 발견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출발한 상상은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가족 이야기로 이어졌다. ‘고당도’의 ‘고’는 부고의 ‘고(故)’와 도달한다는 뜻의 ‘당도(當到)’를 함께 담는다. 부모님과 제철 과일에서 시작된 감독의 이미지가 가족의 희비극으로 확장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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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당도’.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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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의 설정은 다소 불편하다. 살아 있는 아버지를 ‘고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발칙하게 느껴진다. 소위 ‘K-유교 국가’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권 감독은 현실과 허구 사이에 적절한 틈을 두었다. 지나치게 현실에 밀착되면 공감 대신 불쾌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가족의 ‘민낯’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불편한 상황은 영화 속에서 블랙코미디로 변주된다. 다만 권 감독은 후반 작업 단계에 이르러서야 이 작품이 코미디적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코미디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마지막 후반 작업 때에서야 ‘블랙코미디여야겠구나’ 하고 알았죠. 그전까진 인물들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서 스스로 거리를 두지 못했어요.”
 시사회에서 가장 큰 웃음을 터뜨린 장면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만들기 위해 선영의 얼굴을 촬영하고 AI로 합성하는 순간이었다. 권 감독은 “그 장면은 미워하던 아버지를 닮은 ‘나’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넣은 건데, 많이들 웃으시더라. 웃기려고 만든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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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당도’ 권용재 감독 인터뷰.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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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관계다. 이후 관계의 질은 각자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가족’은 존재한다. 그래서 ‘고당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선영의 가족 이야기’가 곧 ‘우리의 가족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이야기가 깊은 공감을 얻기 위해선 창작자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장편에서 ‘가족’을 선택한 권 감독 역시 창작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다.
 “저는 외부의 이야기를 가져와 스토리를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모든 캐릭터에 제가 투영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유롭되, 때로는 억압을 견디고, 불순한 것들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야 건강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의 다음 작품 역시 가족에서 출발한다.
 권 감독은 “엄마를 중심으로 ‘가족이 건강하게 해체되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며 “엄마에게 얼마나 고마워하면서도 동시에 큰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집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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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당도’ 권용재 감독 인터뷰.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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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권용재 감독의 첫 가족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될 시간이다. 개봉을 앞두고 그는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허황된 말이더라”며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를 제가 어떻게 정의하겠나. 그저 부끄럽지 않게, 이번 작품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다음에 잘 반영하고 싶다”고 담담히 전했다.
 이어 “‘고당도’는 전 세대를 두루 건드리는 영화라 누구와 봐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며 “강말금, 봉태규의 연기 앙상블이 특히 좋으니 큰 스크린으로 보면 더 좋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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