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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105세 철학자’ 김형석의 반전…왕년엔 필드 주무른 슛돌이

온카뱅크관리자

2025-12-06 00:02:00

<div class="ab_sub_heading" id=""><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정영재의 스포츠 인사이드] 김형석 교수의 축구사랑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12/06/0000053889_001_20251206000235026.jpg" alt="" /><em class="img_desc">김형석 교수</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얼마 전 ‘스포츠계 별걸 다 기억하는’ 지인과 만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105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축구 선수 출신이라는 거였다. 몇 년 전까지 매일 아침 수영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축구 선수라니 금시초문인데다 평소 그분의 이미지와 잘 연결되지 않았다. 지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잡지인 ‘월간축구’ 1970년대 판에서 김 교수가 선수로 뛴 기사와 사진을 봤다”고 했다.  <br>      <br>   지인과 헤어진 뒤 얼른 인터넷 검색을 했다. 실제로 김 교수가 쓴 책과 신문 칼럼에 축구 얘기가 꽤 자세하게 나온다. 요약하면 ‘어릴 적 볏짚 뭉치와 고무공을 차면서 놀았고, 중학교 체육 시간에 축구 경기를 하기도 했다. 30년이 지난 뒤 연세대 문과대 교수 축구단 주장을 맡아 교내 7개 단과대 대항 축구대회 우승을 했다. 1970년 정기 연고전 오픈게임으로 고려대 교수팀과 붙었는데, 내가 오른쪽 공격수를 맡아 우리 팀이 이겼다’는 내용이다.  <br>      <br>   내친 김에 ‘월간축구’도 찾아봤다. ‘월간축구’는 ‘베스트일레븐’으로 제호가 바뀌어 현재도 국내 최고(最古) 스포츠 잡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 11월호에 ‘대학가의 혁명, 교수가 축구를 했다’는 제목 아래 서울대 문리대와 연세대 문과대 교수 축구팀의 친선경기 기사가 실렸는데, 김 교수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 더 놀라운 건 이보다 앞선 70년 7월호에 김형석 교수가 ‘공은 인간이 찬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12/06/0000053889_002_20251206000235065.jpg" alt="" /><em class="img_desc">'월간축구' 1970년 7월호에 김형석 교수가 '공은 인간이 찬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 [사진 베스트일레븐]</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어 어렵사리 김 교수와 통화를 했다. 그는 허허 웃으며 “어릴 적에 조금 했을 뿐인데…”라면서 겸연쩍어했다. 축구나 스포츠 관련해서 따로 인터뷰를 하긴 어렵지만 과거 칼럼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쓰는 건 괜찮다고 했다.  <br>      <br>   칼럼에는 김 교수 특유의 잔잔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의 축구사랑과 한국 축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실려 있다. 전문(前文)부터 소개한다.  <br>      <br>   모든 것은 사람이 하게 되어 있다. 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공도 사람이 차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90점짜리 인간일 때는 무슨 일이든지 90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인간됨이 70점짜리일 때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70까지 밖에는 올라가지 못한다. 정치·경제·문화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운동도 그렇고 축구도 마찬가지다.  <br>      <br>   김 교수는 ‘문제는 먼저 내가 몇 점짜리 인간이 되는가 함이다. 그 인간됨에 따라 다른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라며 선수들 인간됨의 부족에 불만을 느낄 때가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그의 논지를 따라가 보자.  <br>      <br>   나는 축구 구경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운동 경기의 중계를 빼놓고는 TV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느끼는 불만스러움이 있다. 따지자면 선수들의 인간됨의 부족과 결격에서 오는 아쉬움인 것이다.  <br>      <br>   서울 운동장에서 외국 팀과 경기를 하는 우리 대표팀이 있다 하자. 어떻게 한두 골을 선취했을 경우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가? 곧 상대 팀을 얕보고 든다.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이제 승리는 따 둔 셈이니까…’라는 식으로 방심해 버린다. 그와 반대로 한두 점을 먼저 빼앗겼다고 하자. 그 때의 모습은 어떠한가. 전의를 잃고 몹시 당황해 버린다. 응당 얻을 수 있는 찬스도 놓치고 만다. 심지어는 상대 팀에 대해 불미스러운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br>      <br>   비단 국가대표 축구 선수뿐이겠는가. 프로든 아마추어 동호인이든, 종목을 막론하고 방심과 자만을 경계하고 자포자기에 빠지지 않는 태도야말로 스포츠인의 가장 큰 덕목임을 김 교수는 차분히 설득하고 있다.  <br>      <br>   그는 또 컨디션을 만들어 가며 조절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지, 기분이나 감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렇게 되면 상대 팀의 (기술이 아닌) 감정적 작전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고 조언한다.  <br>      <br>   스코어, 기분, 응원의 다소에 구애됨이 없이 어디서나 또 언제나 최선의 노력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선수가 되려면 그 만큼 강인한 인격, 정신력, 체질과 성격을 지녀야 한다. 당황해 하지도 않고, 초조해 하지도 않는, 이기면서도 만족 없이 최선을 다하며, 약세에 몰릴 때도 더 침착하게 잘 싸울 수 있는 인간됨을 길러야겠다.  <br>      <br>   우리들이 축구 선수들도 공부를 하고 생각을 깊이 하며, 인간 수양에 시간과 뜻을 바쳐야 한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에는 한계가 뒤따르기 쉽다. 그러나 그 기술을 더 높이 끌어올리는 것은 역시 그의 인간력이다.  <br>      <br>   특히 한 팀의 주장이나 팀을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는 대단히 필요한 인간적 능력이라고 보여진다.  <br>      <br>   최근 대한민국 축구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치고 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사상 처음 본선 조추첨 ‘포트2’에 배정돼 조별예선에서 강팀을 피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런 반면에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고, 대표팀의 경기력도 들쑥날쑥이었다. 그 여파로 ‘당연히 매진’이던 A매치에 관중석이 절반이나 비기도 했다.  <br>      <br>   프로축구 K리그1에서는 지난해까지 3연속 우승을 달성한 울산 HD가 심각한 내분에 빠졌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신태용 감독은 “나는 바지 감독이었다”라며 일부 고참 선수들이 자신을 왕따시켰다고 폭로했고, 베테랑 선수들은 “신 감독으로부터 폭력과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해 낯뜨거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55년 전 김 교수가 설파한 ‘실력 이전에 인간력’이라는 명제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br>      <br>   칼럼은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들이 기술 향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필자와 같이 전문인이 못 되는 사람으로서는 삼가야 할 내용인 줄 알지만”이라며 몸을 낮춘다.  <br>      <br>   우리 선수들은 기술면에 있어서도 아직 미흡한 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br>      <br>   어떤 기술인가. 패스와 슈팅의 기술이다. 오늘의 축구는 그 패스의 완벽함이 거의 농구와 비슷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슛의 찬스를 만들 때까지의 패스는 농구와 같이 노련하고도 완벽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br>      <br>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책임과 자신이 있는 슛이다. 헤딩은 물론, 두 발의 자유로운 각도에서의 슛이 가능할 수 있을 때 승리는 언제나 우리의 것이 아닌가 한다.  <br>      <br>   ‘105세 축구인’ 김형석 교수는 50세에 이 칼럼을 썼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오늘, 이 글은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스포츠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br>      <br> <div class="ab_box_article" style="padding-top: 17px; padding-bottom: 16px; position: relative;"><div class="ab_box_inner" style="padding:42px 20px 24px; border: 1px solid rgb(221, 221, 221); border-image: none; overflow: hidden;"><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box_title" style="color: rgb(93, 129, 195); line-height: 1.5; font-size: 20px; margin-bottom: 17px;"> <span class="ab_box_bullet" style="background: rgb(93, 129, 195); left: 20px; top: 12px; width: 18px; height: 28px; overflow: hidden; display: block; position: absolute;"></span>  <div class="ab_box_titleline" style="font-weight:bold;">김형석 선수는 공수 넘나든 ‘오른쪽 측면 지배자’</div></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box_content" style="color: rgb(60, 62, 64); line-height: 1.8; font-size: 16px;">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12/06/0000053889_003_20251206000235228.jpg" alt="" /><em class="img_desc">1970년 연고전 교수 경기에서 활약하는 김형석 교수(왼쪽). [사진 베스트일레븐]</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1970년 10월 12일 서울공대 운동장에서 열린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 축구팀의 경기를 다룬 ‘월간축구’ 1970년 11월호에는 양 팀의 출전 선수를 소개한 표가 나온다. <br>    <br>  서울대는 한글학자 허웅(언어학과),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고병익(사학과) 등이 출전했다. 연세대에는 문교부 장관을 했던 이규호, 연세대 총장을 맡았던 박영식 등 철학과 교수가 다수 포진했다. 김형석 교수는 이 명단에는 수비수인 FB(풀백)로 나와 있는데, 한 달 전 연고전 때는 오른쪽 공격수로 뛰었다고 했다. 공-수를 넘나드는, 요즘 말로 ‘오른쪽 측면의 지배자’였던 것 같다. <br>    <br>  그럼에도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김 교수의 축구 실력을 믿어주지 않았다. ‘월간축구’ 1973년 5월호에는 ‘그늘에 가린 아마 축구 선수’라는 제목의 김 교수 수필이 실려 있다. <br>    <br>  하루는 땀에 젖은 유니폼을 입은 채 집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유니폼은 모든 교수가 다 입는 건가요?”라고 물어 왔다. 그런데 어느 날은 온 가족이 정중히 환영해 주는 게 아닌가. “하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 선생이 축구를 잘 한다기에 오늘은 슬그머니 애들을 데리고 구경을 갔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하시데요. 그래서 그 동안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 미안스럽게 생각이 되었지 무업니까”라고 아내는 말했다. <br>    <br>  ‘그 후에도 아무에게도 축구를 좋아한다든지 공을 찬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토끼가 소를 업고 가는 것 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모양’이라고 김 교수는 글을 맺었다. <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div>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12/06/0000053889_004_20251206000235299.jpg" alt="" /></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정영재 칼럼니스트. 중앙일보·중앙SUNDAY 스포츠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2013년 스포츠 기자의 최고 영예인 ‘이길용체육기자상’을 받았다. 현재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 등 저서가 있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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