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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대만 무역수지 흑자는 ‘환율 통제’ 덕…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온카뱅크관리자

2025-12-01 07:07:4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30년 전보다 훨씬 부유해진 대만 경제, 30년 전보다 더 떨어진 대만 통화가치 대만의 딜레마…환율 방어하면 트럼프가 ‘보복관세’ 손 떼면 ‘도미노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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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세계 경제의 시선이 '대만해협'에 쏠릴 때 대부분은 반도체 공급망이나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떠올린다. 하지만 대만 경제의 가장 깊숙한 곳, 그 심장부에서는 그보다 더 복잡하고 위험한 시한폭탄이 작동하고 있다. 바로 '대만달러'다. 겉으로 보기에 대만 경제는 견고하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대만 통화는 강세가 돼야 한다. 그러나 대만달러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위적으로 '조용해지도록' 강요받고 있다. 대만 무역수지 흑자의 진짜 비밀은 바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교하고도 위험한 '환율 통제'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외환시장에서 기이한 현상이 목격됐다. 미국의 관세 압박, 중국 위안화의 변동성, 글로벌 달러 약세 등 대만달러가 요동칠 만한 수많은 변수가 발생했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대만달러는 강세가 돼야 했다. 수출업체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대만달러로 바꿔야 했고, 투기 세력은 절상에 베팅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죽은 듯 고요했다. JP모건이 지적했듯, 대만달러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며 변동성은 극히 드물었다.
 이 고요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바로 중앙은행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대만달러가 강세를 보이려 할 때마다 수출업체와 금융기관들이 달러 매수에 나섰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한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발견 기능은 마비됐다. 물론 시장 압력이 거세지자 중앙은행도 결국 한발 물러서 9% 상승을 용인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이 설정한 '한계점' 내에서의 '통제된 후퇴'였다. 이는 자유로운 외환시장이 아니다. 거대한 댐으로 물길을 막아놓은 인공 호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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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대만반도체제조회사) 박물관 외부에 TSMC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EP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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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하고도 위험한' 대만의 환율 통제
 대만 경제의 펀더멘털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환율은 설명이 불가능한 미스터리다. 대만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국내총생산)의 16%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200억 달러다. 산유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대만달러는 시장가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돼야 마땅하다. 대만은 30년 전보다 훨씬 부유해졌고 기술적으로 진보했지만, 대만달러의 가치는 30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이러한 '구조적 저평가'는 우연이 아니다. 이는 대만 정부와 중앙은행이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합작품이다. 그들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막대한 무역흑자가 환율 절상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버렸다. 그 방법은 교묘했다. 국내 금리를 낮게 유지해 기업과 가계가 자국 통화 대신 달러나 유로를 보유하도록 유도했다. 수출업체는 달러를 팔지 않은 채 쌓아뒀고, 가계는 달러 예금과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금 흐름의 중심에는 대만의 생명보험사들이 있었다.
 대만의 생명보험산업은 환율 통제 시스템의 가장 큰 희생양이자 동시에 공범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을 내야 했던 보험사들은 규제 당국의 묵인하에 고객의 돈을 해외 자산, 즉 미국 회사채 등에 투자했다. 현재 대만 생명보험 업계의 총자산 1조1000억 달러 중 무려 3분의 2인 7500억 달러가 외국 채권에 묶여 있다. 문제는 이들이 환율 변동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신흥국 위기에서는 외화 부채가 많아 발생하지만, 대만은 정반대다.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너무 많은데, 자국 통화가치가 오르면 그 자산의 평가액이 급락하는 구조다. 대만달러가 5%만 절상돼도 보험사들은 100억 달러의 손실을 입는다. 10%가 오르면? 200억 달러가 증발한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들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의 대부분이 이미 손실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차손까지 겹친다면? 대만의 금융 시스템은 붕괴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헤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헤지 비용이 너무 비싸고, 덩치가 너무 커 시장에서 받아줄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앙은행이 나서서 파생거래를 통해 환헤지를 제공하고 있다. 그 규모는 77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렇게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그 피해는 노동자와 서민이 겪고 있다. 1998년 이후 노동생산성은 2배 올랐지만 임금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단위노동비용이 25% 하락했다.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풀린 돈은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다. 높은 저축률과 낮은 이자율이 결합하면서 타이페이의 주택 가격은 중산층이 넘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 위태로운 균형을 뒤흔드는 외부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행정부와 그의 경제 참모들은 무역적자를 극도로 혐오한다. 그들에게 대만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는 '성공'이 아니라 '조작'과 '절도'의 증거다. 트럼프의 참모 피터 나바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 산업을 훔쳐갔다고 믿는다. 트럼프 스스로도 대만이 반도체산업을 "가져갔다"고 공공연히 비난한다. 과거에는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이 경제적 불공정을 눈감아줬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그런 자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은 대만에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환율 개입을 멈추고 통화가치를 올려라. 그러지 않으면 관세 폭탄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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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남부 가오슝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EP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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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적자 증오' 트럼프, 환율 통제에 '초민감'
 이것이 대만의 딜레마다. 보험산업을 살리기 위해 환율을 방어하면, 미국이 보복관세를 때릴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대로 환율시장에서 손을 떼면, 대만달러가 급등해 생명보험사들이 줄도산하고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다. 진퇴양난이다.
 지금까지 대만은 민간 부문의 해외투자를 장려해 달러 유입을 상쇄해 왔다. TSMC가 해외 공장을 짓고, 보험사들이 해외 채권을 사고, 개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사들이며 달러를 밖으로 퍼날랐다. 덕분에 중앙은행은 직접 개입을 줄이면서도 환율을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웃소싱된 개입'도 한계에 다다랐다. 막대한 흑자를 받아낼 곳이 더 이상 없다. 생명보험사들은 이미 포화상태고,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다시 중앙은행이 나서서 막대한 달러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는 곧바로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레이더에 걸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하 대가로 요구한 4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대만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자국 환율이 저평가되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놀라운 성장과 번영 이면에는 수출을 위한 자국 통화 저평가라는 동아시아 국가의 오래된 전통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평범한 대만 국민의 삶은 점점 퍽퍽해지고 있다. 원화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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