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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AI, 진정한 '창의성' 구현하나…과학자들 갑론을박

온카뱅크관리자

2025-11-09 09: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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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9일 이세돌 9단(오른쪽)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국 중 첫 수를 둔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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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인간의 창작물 못지않은 결과를 내면서 '창의성'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주장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기계와 AI가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의를 소개했다.
 ● '창의적 결과물' 내기 시작하는 AI
 창의성은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측정하기 어렵지만 연구자 대다수는 '독창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것을 생산하는 능력'이라는 정의에 동의한다. 창의성을 측정하는 테스트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기계와 AI가 창의성을 갖는지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창의성을 정의하거나 구별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과거 컴퓨터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사람이 명령하는 대로 수행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봤다. 기계의 창의성에 대한 초기 논의 결과인 셈이다. 이어 컴퓨터의 기능이 발전하면서 1950년 수학자 앨런 튜링은 컴퓨터가 언젠가 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2000년 전후로 컴퓨터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 챔피언들과 겨루기 시작했다. 1997년 미국 IBM이 개발한 컴퓨터 '딥 블루'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2승 1패 3무로 꺾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체스와 바둑에서 인간이 AI를 이기는 일은 없었다.
 네이처에 따르면 2023년부터 경영학부터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창의성 테스트에서 AI가 인간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문학이나 과학적 가설, 스마트폰 앱 등 AI가 만든 콘텐츠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성형 AI가 창의성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니 창의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AI가 아직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인간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인간이 쓴 단편소설과 인기 AI 챗봇이 생성한 작품을 전문 평론가에게 평가하도록 했다. 일부 AI 생성 소설은 아마추어 작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전문 작가 작품에 비하면 서사적 결말, 캐릭터 발전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새로운 가설 등 '틀 깨는 사고'는 한계
 과학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알파폴드'로 대표되는 단백질 구조 예측 등 제한적으로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유익한 연구 제안을 도출할 수 있는 경험이나 맥락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대형언어모델(LLM)과 인간에게 컴퓨터과학 분야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한 실험에서 AI의 제안은 초기 평가에서 더 참신하고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검증 과정에서 실행 비용이 너무 높거나 기존 연구를 제대로 참조하지 못하는 등 설계상 결함이 여럿 발견됐다.
 올해 3월 프랑스 리옹 에밀리온경영대와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챗GPT-4에게 가상의 생체 시스템에서 유전자 3개의 역할을 규명하도록 요청했다. 연구팀은 챗GPT에 적절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도록 지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AI에 다시 입력했다.
 챗GPT는 같은 과제를 받은 인간 과학자보다 더 적은 가설을 제안하고 실험도 더 적게 수행했다. 인간과 달리 실험 결과를 받은 뒤 가설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유전자의 역할을 밝혀내지도 못했다. 한 차례의 연구만으로 근거 데이터 없이 초기 아이디어가 옳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챗GPT에 결과를 해석하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는 데 필요한 '창의적 불꽃'이 없으며 "고집스러웠다"고 묘사했다. 새로운 증거 앞에서 사고를 전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발견에 필요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겸비하려면 생성형 AI의 기반 기술인 심층 신경망 네트워크(DNN) 구조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DNN은 통계적인 패턴 인식은 탁월하지만 틀을 벗어난 사고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다량의 데이터로 훈련하면 본질적으로 틀 안에 갇히게 돼 유연한 사고가 어렵다는 해석이다.
 인간의 뇌를 모사한 '뉴로모픽' AI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아직 연구는 초기 단계다.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는 DNN에 추론을 결합해 훈련 범위를 벗어나 작동하도록 하는 시도도 있다.
 ● "창의성에는 창조 과정과 내적 동기도 필요"
 AI 모델이 발전하더라도 창의성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살펴볼 부분은 더 있다. 제임스 카우프만 미국 코네티컷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히 최종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창조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도 창의적인 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과정이 창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AI가 창의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창의성을 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마크 룬코 미국 남부오리건대 교수도 설정된 알고리즘을 따르는 AI와 비교해 인간은 주관적인 감정, 미적 감각, 개인 가치관, 삶의 경험을 활용해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개인만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룬코 교수는 창의성의 표준 정의에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는 뜻의 '진정성(authenticity)', 창조적 과정을 시작하려는 호기심과 중단 시점을 판단하는 내적 동기부여인 '의도성(intentionality)'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카테리나 모루찌 영국 에든버러예술대 교수는 일부 AI 모델이 산출물을 평가하고 스스로 개선하지만 아직 인간이 제시한 목표를 향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모루찌 교수는 "AI는 아직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없고 앞으로도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존 매코맥 호주 모나시대 교수는 고품질 AI 창작물일지라도 훈련 자료에 투입된 인간 창의성에 '기생'할 뿐이라고 표현했다. 예술 운동을 창시하거나 독립적인 예술가가 되려는 욕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룬코 교수는 AI를 창의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문화적 재앙'이라고 설명한다. 일기 쓰기나 그림 그리기 등 정기적인 창작 활동은 스트레스 조절과 회복탄력성 향상, 신체 건강을 증진하는 데 기계의 산출물을 창의적이라고 규정하면 인간 창작 활동의 효과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서 인간의 유연성이나 내적 동기를 발달시키기보다 최종 결과물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AI 독립성 갖도록 설계해야"…인간과 시너지 내기도
 AI의 창의성 계발에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컴퓨터 창의성과 AI를 연구하는 사이먼 콜턴 영국 퀸메리대 교수는 튜링과 비슷하게 원칙적으로 인공 시스템이 창의성을 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자율성이나 내적 동기의 부재는 AI의 본질적 한계가 아니라 모델 구축 방식의 한계라는 설명이다.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 AI 모델이 주어진 문제만을 따르기보다 독립성을 갖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콜턴 교수는 실제로 자율적인 AI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루이스 브래드쇼 퀸메리대 연구원과 함께 '아리아(Aria)'라는 AI 모델을 프로그래밍해 자체 피아노곡을 작곡하고 평가하도록 했다. 아리아는 음의 높낮이를 바꾸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고 어떤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제공한다.
 콜턴은 "AI가 생성한 음악 중 일부는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워 사람이 작곡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라며 궁극적으로 AI가 인간 문화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관점도 있다. 일부 예술가들은 AI의 신경망을 고의로 해킹해 생성물을 변형시키는 '글리치 아트'를 시도한다. 사용자가 단어 타일을 조립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시를 쓰는 장치도 있다. 2023년 일본 교토대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인간과 AI가 함께 창작한 시가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인간 창의성 저하, 콘텐츠 다양성 손상도 우려
 AI 활용이 인간의 창의적 역량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에세이를 작성한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지식에만 의존해야 했던 참가자들보다 인지적 몰입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한 결과 뇌의 연결성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AI가 문화적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영국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AI의 보조를 받아 작성된 글은 인간이 단독으로 쓴 글보다 유사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AI로 생성된 미학적 요소들이 비슷한 형태를 반복하기 때문에 인류가 AI 콘텐츠에 압도되면서 다양성이 부족한 '평평한(flat) 세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t;참고 자료&gt; - doi.org/10.1038/d41586-025-03570-y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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