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베트남 공동 언론 발표서 시작해 모든 브리핑서 도입
국회는 비정규직 고용불안, 대통령실은 전속 통역사 직접 고용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11일 한국 베트남 공동언론발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아래 대통령실 전속 통역사로 채용된 박지연 수어통역사. 사진=KTV 이매진 갈무리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역대 최초로 브리핑 수어통역 지원을 시작한다. 수어통역사들이 국회 등 다른 기관에선 용역업체에 소속이 되는 등 불안정한 신분으로 일하던 것과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직접고용한 점도 주목된다.
11일 대통령실 브리핑 수어통역 지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의 공동언론발표에서부터 시작했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되는 모든 브리핑은 수어통역이 동시에 제공되며 앞으로 통역 범위를 주요 행사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청각·언어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고 사회통합과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수어통역은 2016년 2월3일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농인(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이들)의 고유한 언어로 규정한 '한국수화언어법(약칭 한국수어법)' 제정 이후 농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활동 참여 증대를 목표로 점차 확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이 필요한 영역 중 공공기관 비중이 62.9%에 이르고, 의사소통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공공·금융·의료기관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 확대가 86.8%(2023년 한국수어 활용 조사, 국립국어원)에 이를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에 전속 수어통역사로 채용된 이는 최근까지 국회와 국회방송 등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한 바 있는 박지연 통역사로, 면접 등 과정을 거쳐 별정직 6급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는데 관련 규정에 따른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 국회방송(NATV), KTV 등에서 통역을 제공하는 수어통역사들은 프리랜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각 기관에 파견돼 일을 하게 된다. 관련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일하는 수어통역사들이 속한 용역업체들이 바뀌면서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해당 업체들은 수어통역에 전문성을 가진 업체가 아니었다.
국회의 경우 2020년부터 수어통역이 시작됐지만 매년 용역업체가 바뀌었고, 지난 2023년까지는 단 한번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강유정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대통령실 대변인)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조달청을 통해 선정한 업체 소속의 수어통역사 7명이 국회방송(NATV) 수어통역에 참여하고 있었다. 국회 본회의, 청문회, 뉴스프로그램 등에 수어통역을 진행하는데 일정을 수어통역사들끼리 자체적으로 조정하면서 갑자기 국회 일정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어 상시 대기하면서도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
당시 강유정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국회에서 일하는 수어통역사들이 용역 계약과 해지를 반복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건 수어 통역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과 의정활동 홍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국민의 알권리,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앞장서서 수어통역사들의 고용 방식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라고 했다.
▲ 국회의 각종 상임위나 본회의 등을 중계하는 국회방송(NATV) 화면 갈무리. 오른쪽 아래 박지연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하는 모습
최근 생중계로 관심이 높아진 대통령실 브리핑에 전속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면서 향후 다른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도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거나 기존 수어통역사들의 고용 문제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수어통역을 통해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해 국정투명성이 한층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을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 한분 한분이 소외받지 않고 불편함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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