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따라잡기] 
녹슬고 부서지는 건물…원인은 콘크리트 내부 속
신장률·내염성 잡은 고기능 도료…외벽 수명 연장
콘크리트부터 도료까지…효성·KCC의 '기술 궁합'

/그래픽=비즈워치

건물도 나이를 먹습니다. 외벽엔 미세한 주름(균열)이 생기고 속은 점점 약해지죠. 이 과정을 '탄산화'라고 부르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 속 철근이 녹슬기 쉬운 상태로 바뀌고, 결국 건물의 수명이 짧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효성과 KCC가 힘을 합쳐 '건물 안팎을 동시에 보호하는 기술'을 만들어냈습니다. 콘크리트의 속과 겉을 동시에 관리하는, 말 그대로 '이중 보호막'입니다.

주름 막고, 수분 차단하고…건물에도 '이중 보습 레이어'

콘크리트는 처음 만들어질 때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12~13에 이르는 강한 알칼리성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내부 철근이 녹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 속으로 스며들면, 내부의 보호 성분인 수산화칼슘이 반응해 약한 성분인 탄산칼슘으로 바뀌게 되는데요. 

이 과정서 알칼리성이 약해지고 pH가 낮아져 철근이 쉽게 녹슬 수 있는 상태로 바뀝니다. 이 현상을 '콘크리트 탄산화'라고 합니다. 구조물의 수명을 줄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죠.

/그래픽=비즈워치

효성중공업(이하 효성)과 KCC는 이 점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KCC가 개발한 외벽용 도료는 기존 제품보다 신장률이 10배 높아 작은 균열도 말랑하게 감싸주고, 바닷가처럼 염분이 많은 지역서도 내염 성능이 일반 수성 제품 대비 2~3배 뛰어나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죠.

이번 기술은 지난 2023년부터 청주대학교 및 동남기업과 함께 시작한 산학연 프로젝트였습니다. 효성은 콘크리트 내부를, KCC는 외벽 도료를 맡았습니다. 서로 잘 맞는 궁합을 찾기 위한 긴 협업이었죠.

그 결과 지난 6월께 국내 콘크리트 분야서 가장 권위 있는 '한국콘크리트학회'로부터 기술 인증도 받았습니다. 첫 적용 현장은 광주 경안지구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 여기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질관리 체계도 따로 만든다고 합니다.

'시장·기술·브랜드' 세 축 잡은 차별화 전략

건설 경기는 여전히 한파지만, 업계에선 기술력 있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도료 역시 기존 외벽 보수용이 아닌, 신축 건물 마감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죠. 업계 내 아파트 착공 통계를 보면 실제 적용 가능한 시장 규모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건설 경기는 '한겨울'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주택과 비주택 건축 공사 실적은 각각 전년보다 23% 넘게 줄었고 이 감소세는 벌써 13개월째 이어지고 있죠.

그럼에도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수요는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습니다. 효성과 KCC는 바로 이 시장을 겨냥, 기술력 기반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민간 건설 수주 비교./그래픽=비즈워치

효성은 '해링턴 플레이스', '해링턴 스퀘어', '해링턴 코트' 등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를 전국에 공급해 왔습니다. 스마트홈 시스템과 친환경 자재 도입도 꾸준히 확대해왔죠.

이번 기술 역시 그런 프리미엄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해링턴 플레이스는 '2025 고객사랑 브랜드 대상' 아파트 부문서 4년 연속 대상을 받을 만큼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쌓아왔습니다.

향후 양사는 이번 '콘크리트 내구성 강화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주거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린 시공을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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