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 놓고 미·EU 간 기술 패권 갈등 격화
오픈AI와 미스트랄 AI는 서명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메타(Meta)가 유럽연합(EU)이 마련한 ‘범용 인공지능(GPAI) 실무 지침(Code of Practice)’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법적 불확실성과 과도한 규제 부담”을 지목했다.
이는 AI 개발·운영과 관련해 EU의 규제 기조가 글로벌 빅테크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미-EU 간 기술 규제 주도권 경쟁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조엘 캐플런 메타 글로벌 정책총괄(사진=메타 홈페이지).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일한 바 있는 공화당원이다.
조엘 캐플런(Joel Kaplan) 메타 글로벌 정책 총괄은 같은 날 링크드인 게시글을 통해 “EU의 행동 강령은 AI법(AI Act)의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유럽은 AI 분야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U AI 실무 지침은 8월 2일 시행 예정인 AI법의 보완 지침으로,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율 규범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명 기업은 AI법 준수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과 행정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침의 핵심 내용은 △투명성 강화(모델 구조, 학습 데이터, 기능에 대한 문서화 및 이용자 대상 고지)△저작권 준수(저작권자 요청 시 데이터 제거 의무,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안전성과 보안(고위험 AI 모델에 대한 사전 평가 및 위험 완화 조치)△자율 서명제(서명은 자율이지만, 미서명 시 규제당국의 엄격한 심사 가능) 등이다.
메타는 특히 훈련 데이터의 상세 공개와 저작권자의 개입 확대가 AI 개발자에 과도한 부담을 가중시켜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EU의 조치는 디지털 관세에 준하는 규제 장벽”이라며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우려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오픈AI(OpenAI)와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Mistral)은 이미 지침에 서명한 상태이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서명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메타는 올해 초부터 지침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과 함께 EU의 디지털 규제를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
EU는 지침 미서명 기업도 AI법 전면 준수 의무가 있다고 못박고 있다. 이 경우 규제 심사가 강화될 수 있으며,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 또는 △최대 3500만 유로의 과징금(567억 28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고위험 AI 모델의 경우 벌금률은 3%로 책정된다.
메타의 결정은 단순한 규제 반발을 넘어, AI를 둘러싼 미-EU 간 규제 철학의 충돌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기술 민첩성을 중시하는 미국 빅테크와, 원칙·투명성 중심의 EU 규제 프레임 간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안은 향후 글로벌 AI 규제 체계의 방향성과 국제 협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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