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흥행에 넷플릭스 2분기 실적도 ‘방긋’
전통문화·식품·관광까지…K-콘텐츠 특수 효과 ‘톡톡’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부터 ‘폭싹 속았수다’에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이들 K-콘텐츠는 작품 자체의 흥행이 전부가 아니다. 그 파급력은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 2분기 한국 콘텐츠 인기를 타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9% 늘어난 110억7900만달러(약 15조4400억원), 영업이익률은 34.1%로 같은 기간 6.9%포인트 상승했다. 주당순이익(EPS)은 7.19달러를 기록했다.
호실적을 이끈 효자는 단연 K-콘텐츠다. 넷플릭스가 올 2분기 공개한 작품들 중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 시즌3는 각각 8000만, 1억2200만 시청 수를 기록했다. 시청 수는 첫 공개 이후 91일간 시청 기록을 토대로 집계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은 관광, 유통업 등 이종 산업을 부흥시키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가장 성공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꼽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호랑이와 갓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에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판매하는 ‘까치 호랑이’ 배지와 ‘갓’ 볼펜, 키링, 브로치까지 오픈런을 방불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전통 민화를 소재로 한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 굿즈를 비롯해 K-굿즈 역직구 건수와 거래액이 올해 각각 78%, 56% 늘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케데헌 속 캐릭터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을 연상하게 하는 농심의 ‘신라면’, ‘새우깡’ 등도 주목받아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편의점CU 등은 K-드라마 열풍과 함께 주목받는 ‘한강 라면’ 바람을 타고 K-라면 체험매장을 구성하는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들이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면서 경공업, 관광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월 기준 720만674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8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2019년(17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넷플릭스가 한국, 브라질, 프랑스, 미국, 인도 등 K-콘텐츠 확장력이 높은 8개 국가 약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콘텐츠 파급력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호감의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7개국에서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 37%의 약 두 배 수치다.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넷플릭스 K-콘텐츠에 관한 86만7000건의 소셜미디어 멘션을 살펴본 결과, 32%가 음식·음악·여행·언어·패션 등 문화·관광 분야에 관한 내용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 흥행에 따라 넷플릭스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지역 경제 활성화 투자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넷플릭스 비영어권 콘텐츠 중 톱5에 오른 ‘폭싹 속았수다’가 대표적이다.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수다는 18일 열린 ‘제4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 대상을 포함해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이를 기점으로 넷플릭스는 지난 5월 제주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제주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제주도만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조성해 국내 창작자·제작사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와는 ‘오징어 게임’ 테마의 글로벌 광고 영상도 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공개된 티저 영상은 10일 만에 38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3일 공개된 본편도 2주 만에 510만회를 넘는 조회수를 달성했고 이날 기준 680만회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측은 수억명의 회원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장르와 언어의 콘텐츠를 시청하기 때문에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조차도 전체 시청 시간의 극히 일부인 1% 미만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단일 콘텐츠나 특정 국가의 콘텐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해 K-콘텐츠 열풍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를 향한 세계적 관심이 지속되는 현상은 한국 창작 생태계 전반의 동반 성장을 의미한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상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를 통한 부가가치 산업이 성숙하기 위해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은 물론 프리바이, 라이센싱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각국의 창작 생태계와 협업하고 있으며 K-콘텐츠의 낙수효과가 다양한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며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는 시작 단계인 만큼 콘텐츠를 통한 부가가치 산업이 성숙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와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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