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수 4분 후 세종시 하천 빠져…23시간 만에 급류 실종 인지
“말투, 걸음 양호해 철수” 미귀가 신고 2번에도 행적조사 안해
18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하천변에서 경찰이 물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남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 재난지휘부가 세종시 도심하천에서 발생한 실종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비로 인해 최고 수준의 비상대응체계가 가동되고 있던 가운데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고 자체를 하루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세종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2시 21분쯤 40대 남성 A 씨가 세종시 어진동 도심하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은 A 씨가 실제 실종된 지 23시간 지난 18일 오전 1시41분에서야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지난 17일 오전 1시53분쯤 비를 맞고 걷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술 취해 상의를 벗은 채 걷는 A 씨를 발견,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화 연결이 안 되자 배우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문자를 보내고 혼자 귀가할 수 있다고 한 A 씨를 남겨둔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현장을 떠난 후 4분 만에 A 씨는 하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최고 수준의 재난대응체계에서 급류 실종사고 자체를 하루 동안 인지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시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A 씨 배우자는 경찰이 보낸 문자를 보고 오전 3시쯤 전화를 두 번이나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이 문자를 보낼 때 사용한 전화기를 충전하느라 사무실에 두고 다른 전화기를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유선전화로 재차 지구대에 전화한 배우자는 A 씨가 1시간가량 지나도록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경찰은 A 씨 행적을 찾는 대신 귀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귀가를 계속 기다리던 배우자는 오후 5시27분쯤 또다시 전화해 A 씨의 미귀가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은 그때도 A 씨 행적을 찾지 않고 공식적으로 실종 신고를 하라고 안내했다.
물에 잠긴 세종시 도심 하천.연합뉴스
폭우에 대비한 비상대응 단계였고, 예방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적극적으로 사전 대응해달라는 대통령 요청이 있었지만, 이를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첫 수색은 3시간이 더 흐른 오후 8시28분쯤 공식 실종 신고가 들어온 후에야 시작됐다. 1차 행적 조사에 실패한 경찰은 1시간여 뒤인 오후 9시45분쯤 세종소방본부에 공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하천에 빠져 사라지는 CCTV 장면을 18일 오전 1시41분쯤 확보했다. 신고 접수 후 23시간20분이 지난 뒤에야 수난사고 사실을 처음 확인하 것이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A 씨가 실종된 하천 주변 등을 수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보면 비상대응 상황에서 A 씨가 급류에 빠져 실종됐다는 사실 자체를 하루가 다 돼서 확인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A 씨의 말투, 걸음걸이가 양호하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철수했고 무사히 귀가할 줄 알았다. 의도적으로 역할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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