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 공사 ‘경호처→현대건설→포르테라인’
21그램 관저 불법 증축처럼 계약 없이 공사 시작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버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 대상인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골프연습장은 관저 불법 증축과 마찬가지로 계약서 없이 공사가 먼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공사를 현대건설은 외부 업체에 통째 일괄하도급을 줬고, 이 업체가 재하청을 하는 과정에서 원청 계약 금액보다 공사비가 늘어난 사실도 드러났다. 늘어난 공사비를 누가 댔는지가 뇌물죄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관저 골프연습장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로부터 도면 등을 제출받아 공개했다. 중견 설계·시공업체인 포르테라인은 윤 의원실에 “현대건설 요청으로 2022년 6월6일~7월8일 관저 옥외 휴게시설 공사를 했다. ㅎ건설 등 20~30개 업체에 다시 하청을 줬고, 골프연습용 슬로프 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포르테라인은 지난해 11월 한겨레에 “관저 관련 업무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ㅎ건설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골프연습장 도면. 2022년 6월7일 작성된 도면은 사업명을 ‘한남동 골프연습장’(빨간 사각형)으로 기재했다. 윤건영 의원실 제공
포르테라인에서 골조 공사 재하청을 받은 ㅎ건설은 윤 의원실에 골프연습장 도면 등을 제출했다. 2022년 6월7일 작성된 6장짜리 도면의 사업명은 ‘한남동 골프연습장’이었다. ㅎ건설 쪽은 윤 의원실에 “통상적인 하도급 방식으로 ‘포르테라인’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아 2022년 6월16~17일 에이치(H)빔 공사를 했다. 공사 비용은 160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경호처는 2022년 7월7일 현대건설과 ‘경비시설 및 초소 조성 공사’ 명목으로 1억3천만원짜리 계약서를 쓰고 이 시설물을 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계약 내용은 이 가운데 8천만원만 골프연습장 공사비였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사후에 짜맞춰졌다는 의혹을 사는 계약서인데, 이를 기준으로 해도 공사는 계약 한달 전에 먼저 시작된 것이다.
최근 감사원 재감사에서는 골프연습장 재하청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대신 오히려 공사비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공사 자금을 두고선 현대건설이 대납했거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경호처 비자금이 출처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포르테라인은 뇌물 혐의 규명의 열쇠인 전체 계약·공사 금액에 대해 “영업상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고 윤 의원실은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김건희씨 관련 여부 등을 물었으나 포르테라인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 시절부터 경호처 공사를 도맡으며 ‘보안’의 중요성을 잘 아는 현대건설이 외부 업체에 일괄하도급을 준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원청이 전체 공사를 하청(일괄하도급)하는 것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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